기행문 수준 출장 보고서…또 외유성 논란

입력 2025.08.22 (08:20) 수정 2025.08.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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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울산 동구의회 의원들이 지역에 접목할 정책을 배우겠다며 미국에 출장을 갔다 왔습니다.

출발 전부터 정부가 권고한 규정을 어긴 외유성 출장이란 지적이 제기됐는데요,

출장 결과보고서 역시 기행문 수준이었습니다.

김옥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6월, 울산 동구의회 의원 6명과 공무원 4명은 미국 시카고로 공무 국외 출장을 떠났습니다.

항공료와 숙박비, 식비 등 4천9백만 원을 주민 세금으로 충당했습니다.

의원들이 제출한 출장 결과 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한 의원이 제출한 보고서.

'세금 낭비'라는 논란을 의식한 듯 "조식도 안 나오는 삼류 호텔에서 누룽지로 끼니를 때웠다"며 숙소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기행문 수준의 내용도 눈에 띕니다.

"공원 분수대에서 아이들처럼 뛰어놀고 물세례도 체험해 봤다", "미술관 규모에 비해 카페는 소박한 편으로, 사람들로 붐벼 정신없었다",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며 감동과 감사함과 행복함이 절로 묻어났다"고 적었습니다.

출장 계획서에서 밝힌 대로 지역에 접목할 일자리와 관광 정책에 대한 구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은심/울산 동구의회 부의장 : "(다른 의원들도) 다 느낀 거를 다시 반복해서 쓴다는 것은 저는 조금 아닌 것 같아서. 솔직한 이런 기행문이 더 중요할 거 같아서…."]

의원들이 출장 결과 보고서에 기록한 정책 제안도 "생활예술 공간을 조성하면 좋겠다", "대왕암 공원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기업, 노조와 협력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정도입니다.

동구 의회는 출장 결과를 보고하는 연수회를 열며 시민단체의 참관을 막기도 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동구 등 울산의 광역·기초의회 5곳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국외 출장 예산을 부정하게 집행하지 않았는지 감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옥천입니다.

촬영기자:최진백/그래픽:박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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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행문 수준 출장 보고서…또 외유성 논란
    • 입력 2025-08-22 08:20:34
    • 수정2025-08-22 09:21:18
    뉴스광장(울산)
[앵커]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울산 동구의회 의원들이 지역에 접목할 정책을 배우겠다며 미국에 출장을 갔다 왔습니다.

출발 전부터 정부가 권고한 규정을 어긴 외유성 출장이란 지적이 제기됐는데요,

출장 결과보고서 역시 기행문 수준이었습니다.

김옥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6월, 울산 동구의회 의원 6명과 공무원 4명은 미국 시카고로 공무 국외 출장을 떠났습니다.

항공료와 숙박비, 식비 등 4천9백만 원을 주민 세금으로 충당했습니다.

의원들이 제출한 출장 결과 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한 의원이 제출한 보고서.

'세금 낭비'라는 논란을 의식한 듯 "조식도 안 나오는 삼류 호텔에서 누룽지로 끼니를 때웠다"며 숙소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기행문 수준의 내용도 눈에 띕니다.

"공원 분수대에서 아이들처럼 뛰어놀고 물세례도 체험해 봤다", "미술관 규모에 비해 카페는 소박한 편으로, 사람들로 붐벼 정신없었다",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며 감동과 감사함과 행복함이 절로 묻어났다"고 적었습니다.

출장 계획서에서 밝힌 대로 지역에 접목할 일자리와 관광 정책에 대한 구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은심/울산 동구의회 부의장 : "(다른 의원들도) 다 느낀 거를 다시 반복해서 쓴다는 것은 저는 조금 아닌 것 같아서. 솔직한 이런 기행문이 더 중요할 거 같아서…."]

의원들이 출장 결과 보고서에 기록한 정책 제안도 "생활예술 공간을 조성하면 좋겠다", "대왕암 공원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기업, 노조와 협력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정도입니다.

동구 의회는 출장 결과를 보고하는 연수회를 열며 시민단체의 참관을 막기도 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동구 등 울산의 광역·기초의회 5곳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국외 출장 예산을 부정하게 집행하지 않았는지 감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옥천입니다.

촬영기자:최진백/그래픽:박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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