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모텔 PC방’ 청소년 탈선 우려

입력 2006.02.0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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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모텔 PC방이라고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일부 지방도시에 숙박시설까지 갖춰 놓은 신종 PC방이 생겼다고 하는데요.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고 있지만 별다른 단속규정도 없다고 합니다.

기현정 기자!

먼저, 모텔 PC방이란 게 어떤 건 지 설명 좀 해주시죠?

<리포트>

네, 모텔 PC방이란 간판은 PC방이라고 내걸고 있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밀폐된 방마다 침대까지 설치돼 있는 곳으로 한마디로, 무늬만 PC방 일뿐 실제론 모텔과 다름없는 곳인데요.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곳에 청소년의 출입이 잦고 또 이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청소년들의 탈선이 우려되는 모텔 PC방의 실태와 문제점을 취재했습니다.

숙박업소들이 몰려 있는 골목길입니다.

그런데 대낮부터 10대 청소년들이 이곳을 들락거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어려보이는 이들은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도 눈에 띕니다.

<인터뷰> 남학생 : "(지금 어디서 나온 거에요?) PC방이요. PC방도 되고 숙박도 되는..."

<인터뷰> 여학생 : "(다른 PC방이랑 똑같아요?) (PC방이랑) 금액은 똑같은데 (방안에) 침대 하나 있고 컴퓨터 두 대 있고..."

PC방인데 숙박이 된다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얘기들.

그래서 직접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일단 입구에는 이용 요금이 붙어있었는데요.

시간당 1,000원.

24시간은 정액제로 12,500원.

여기까진 일반 PC방과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일반 PC방으로 보기엔 이상한 점들이 눈에 띕니다.

어두운 복도를 따라 20여 개 방들이 줄지어 있었고 방문은 모두 닫혀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네 평 남짓한 방 안에는 컴퓨터 두 대,

그리고 바로 그 옆엔 '침대'가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숙박업 허가가 난 곳으로 무늬만 PC방일 뿐, 실제로는 '모텔'이었습니다.

<인터뷰> 모텔 PC방 직원 : "손님이 안에서 주무시든 게임을 하시든 나갔다 오시든 밥을 드시든 숙박업소 개념으로 계산이 돼요."

밤이 되자 이곳은 더 붐빕니다.

특히 남녀 청소년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모텔 PC방 이용 학생 : "(모텔 PC방은 다른 데와 달리) 눈치 안 봐서 좋고 편하고..."

일반 PC방이라면 밤 10시 이후 미성년자의 출입이 금지 되지만 이 곳은 상관 없습니다.

'숙박업소'로 허가 났기 때문이죠.

<인터뷰> 모텔 PC방 이용 학생 : "(모텔 PC방은) 어차피 미성년자 못 오는데도 아니니까 학생들이 와서 술 먹을 수도 있고 담배도 필 수도 있고..."

방금 전까지 청소년이 있던 방을 들어가 봤는데요.

최근 접속한 인터넷 사이트 목록을 살펴보니 낯뜨거운 성인 동영상 사이트만 잔뜩 있었습니다.

침대가 놓여 진 밀폐된 공간.

모니터에 떠다니는 야릇한 화면까지 분위기만으로도 탈선을 부추기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인터뷰> 청소년 : "의자를 뒤돌아보면 바로 눈 마주치고, 침대도 있고, 그러니까 잘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남자친구랑요?) 네."

하지만 업주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인터뷰> 업주 : "청소년들이 들어오면 그 사람들이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분명히 주의를 주고 지금까지 그렇게 영업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걱정스럽다는 게 인근 주민들 반응입니다.

<인터뷰> 인근 주민 : "청소년 애들이 들어가서 게임도 하고 그러다가 또 나쁜 짓도 할 수 있는 거고, 그런데 이걸 주택가에 허가 자체를 내줬다는 것이 납득이 안 가는데."

문제는 단속을 하려 해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PC방 관련 법규를 적용하자니, 모텔이고 숙박업 관련 규정을 적용하자니, 걸리는 게 없습니다.

<인터뷰> 시청 위생과 : "숙박업으로 들어온 사람이 요금을 얼마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그건 자율이기 때문에 저희가 규제할 방법이 없어요."

이에 따라 경찰은 다각적으로 단속 근거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관할 경찰 : "(숙박업소)에 청소년 출입은 해도 되지만 이성 혼숙은 안 되거든요. 그런 부분과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는 것,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직접적으로 단속할 계획이에요."

심야시간 싼값에 밀폐된 공간까지 제공하는 '모텔 PC방'

단속과 법망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노려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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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2-09 0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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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모텔 PC방이라고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일부 지방도시에 숙박시설까지 갖춰 놓은 신종 PC방이 생겼다고 하는데요.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고 있지만 별다른 단속규정도 없다고 합니다. 기현정 기자! 먼저, 모텔 PC방이란 게 어떤 건 지 설명 좀 해주시죠? <리포트> 네, 모텔 PC방이란 간판은 PC방이라고 내걸고 있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밀폐된 방마다 침대까지 설치돼 있는 곳으로 한마디로, 무늬만 PC방 일뿐 실제론 모텔과 다름없는 곳인데요.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곳에 청소년의 출입이 잦고 또 이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청소년들의 탈선이 우려되는 모텔 PC방의 실태와 문제점을 취재했습니다. 숙박업소들이 몰려 있는 골목길입니다. 그런데 대낮부터 10대 청소년들이 이곳을 들락거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어려보이는 이들은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도 눈에 띕니다. <인터뷰> 남학생 : "(지금 어디서 나온 거에요?) PC방이요. PC방도 되고 숙박도 되는..." <인터뷰> 여학생 : "(다른 PC방이랑 똑같아요?) (PC방이랑) 금액은 똑같은데 (방안에) 침대 하나 있고 컴퓨터 두 대 있고..." PC방인데 숙박이 된다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얘기들. 그래서 직접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일단 입구에는 이용 요금이 붙어있었는데요. 시간당 1,000원. 24시간은 정액제로 12,500원. 여기까진 일반 PC방과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일반 PC방으로 보기엔 이상한 점들이 눈에 띕니다. 어두운 복도를 따라 20여 개 방들이 줄지어 있었고 방문은 모두 닫혀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네 평 남짓한 방 안에는 컴퓨터 두 대, 그리고 바로 그 옆엔 '침대'가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숙박업 허가가 난 곳으로 무늬만 PC방일 뿐, 실제로는 '모텔'이었습니다. <인터뷰> 모텔 PC방 직원 : "손님이 안에서 주무시든 게임을 하시든 나갔다 오시든 밥을 드시든 숙박업소 개념으로 계산이 돼요." 밤이 되자 이곳은 더 붐빕니다. 특히 남녀 청소년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모텔 PC방 이용 학생 : "(모텔 PC방은 다른 데와 달리) 눈치 안 봐서 좋고 편하고..." 일반 PC방이라면 밤 10시 이후 미성년자의 출입이 금지 되지만 이 곳은 상관 없습니다. '숙박업소'로 허가 났기 때문이죠. <인터뷰> 모텔 PC방 이용 학생 : "(모텔 PC방은) 어차피 미성년자 못 오는데도 아니니까 학생들이 와서 술 먹을 수도 있고 담배도 필 수도 있고..." 방금 전까지 청소년이 있던 방을 들어가 봤는데요. 최근 접속한 인터넷 사이트 목록을 살펴보니 낯뜨거운 성인 동영상 사이트만 잔뜩 있었습니다. 침대가 놓여 진 밀폐된 공간. 모니터에 떠다니는 야릇한 화면까지 분위기만으로도 탈선을 부추기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인터뷰> 청소년 : "의자를 뒤돌아보면 바로 눈 마주치고, 침대도 있고, 그러니까 잘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남자친구랑요?) 네." 하지만 업주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인터뷰> 업주 : "청소년들이 들어오면 그 사람들이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분명히 주의를 주고 지금까지 그렇게 영업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걱정스럽다는 게 인근 주민들 반응입니다. <인터뷰> 인근 주민 : "청소년 애들이 들어가서 게임도 하고 그러다가 또 나쁜 짓도 할 수 있는 거고, 그런데 이걸 주택가에 허가 자체를 내줬다는 것이 납득이 안 가는데." 문제는 단속을 하려 해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PC방 관련 법규를 적용하자니, 모텔이고 숙박업 관련 규정을 적용하자니, 걸리는 게 없습니다. <인터뷰> 시청 위생과 : "숙박업으로 들어온 사람이 요금을 얼마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그건 자율이기 때문에 저희가 규제할 방법이 없어요." 이에 따라 경찰은 다각적으로 단속 근거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관할 경찰 : "(숙박업소)에 청소년 출입은 해도 되지만 이성 혼숙은 안 되거든요. 그런 부분과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는 것,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직접적으로 단속할 계획이에요." 심야시간 싼값에 밀폐된 공간까지 제공하는 '모텔 PC방' 단속과 법망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노려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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