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노인 자살 급증…우울증 조심

입력 2006.02.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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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는 노인들의 자살, 예삿일로 넘길 일은 아닌 듯 싶습니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살이 하루 평균 11명이나 된다는 통계도 있던데, 무엇보다 우울증이 노인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고 하네요.

그렇다고 하죠. 기현정 기자!

이렇다면 노인 우울증, 대수롭게 여길 일이 아니네요?

기현정 기자!

노인 우울증, 가볍게 생각했단 큰일날 수 있겠어요?

<리포트>

네,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흔히 하시는 말씀 가운데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말이 있는데요.

요즘 같아선 이런 말도 그냥 흘려들었단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나이 들어 직장 잃고 건강 잃고 가족까지 잃은 어르신들은 우울증에 걸리기 쉽습니다.

게다가 젊은 사람들보다 자살에 이를 가능성도 높다고 하는데요.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노인자살의 실태와 원인을 취재했습니다.

중풍과 치매환자를 돌봐주는 노인요양시설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김 모 할머니는 지난해 딸을 잃었다고 하는데요.

딸 생각만 하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인터뷰> 김모 씨(우울증 환자) : "청천벽력이지요. 마음 다부지게 안 먹으면 미쳐 나가 돌아다닐 것 같아요."

김 할머니처럼 사랑하는 가족과 사별한 노인들은 우울증에 걸리기 쉽습니다.

<인터뷰> 김명증(수원시립 노인전문요양원장) : "저녁에 늦게 들어가 보면 왜 안 주무세요? 그러면 원장님 외로워서 잠이 안 와요."

실제로 노인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은 상실감이라고 합니다.

노인이 되면 직장을 잃고, 경제력도 잃습니다. 또 건강도 잃고, 가족도 잃게 됩니다.

잃는 게 많아지다 보니 남는 건 고독과 두려움 뿐, 결국 우울증이 생기고 맙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한적한 이 시골마을에선 혼자 살던 노인 3명이 차례로 농약을 마시고 숨졌습니다.

우울증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 "내가 이 나이에 더 살아서 뭐 할 것이냐 자꾸 신경 쓰고 우울증이 원인이 된 거지."

이처럼 우울증으로 인한 노인 자살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60세 이상 노인 자살자는 모두 4118명,

하루 11명꼴로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4배 가까이 노인 자살률이 치솟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노인 자살자의 7-80%가 우울증이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동우(한국 보건사회 연구원 연구위원) : "가족 지지 체계가 급격히 와해되고있고 그 과정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고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질문>

그런데 노인 우울증 환자는 젊은 사람들과 증상이 좀 다르다던데요?

<답변>

네, 노인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함을 말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아니라 몸으로 나타내는데요.

여기저기 아프다거나 소화가 안 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기억력, 집중력도 많이 떨어져 치매로 착각할 정도라고 하는데요.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습니다.

<인터뷰> 김기웅(분당 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 : "우울증 증상의 하나로써 없던 신체증상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신체질환으로 착각하고 우울증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치매와 달리 조기에 발견하기만 하면 80% 가까이 완치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지금 보시는 63살 조용선 씨도 얼마 전만 해도 중증 우울증 환자였습니다.

입맛이 없어지고 잠을 못 자는 건 물론 하루종일 누워 있을 정도로 우울증이 심각했습니다.

그러나 치료 3개월 만에 몸과 마음이 가뿐해졌습니다.

<인터뷰> 조용선(우울증 치료 환자) : "평상시와 같아요. 좋아지고 기분도 좋고 몸도 가볍고..."

노인 우울증은 젊은 사람들보다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노년기에 접어든 부모나 친지가 갑자기 '너무 오래 산 것이 후회스럽다'는 부정적인 말을 하거나, 불면증이나 식욕부진을 겪는다면 노인이라서 그려려니 무심코 넘기지 마시고 한번쯤 우울증을 의심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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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2-17 07: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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