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 주면 부담, 안 주면 왕따

입력 2006.03.20 (13:56) 수정 2006.04.1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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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취재파일4321이 한 고등학교의 불법 찬조금과 촌지 수수실태를 보도한 뒤 취재팀에는 비슷한 내용의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취재팀은 제보의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학교의 학부모 모임이 불법 찬조금을 걷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직도 학부모에게 촌지를 내도록 압력을 넣는 교사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지난 5일 취재파일 4321이 불법 찬조금 실태를 보도한 뒤 해당 학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학교측은 서둘러 학부모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받은 찬조금을 돌려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학부모 : "아무런 말도 없이 이렇게 예고 없이 돈이 왔더라고요. 무슨 사과 한마디 없이, 받아갈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다른 학교에도 비슷한 불법 찬조금과 촌지 수수사례가 있다는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취재팀은 제보에 따라 서울의 한 학교를 찾았습니다.

마침 그날은 학년별로 학부모 총회가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총회가 열리는 강당과 교실에 들어가봤습니다. 회의가 시작됩니다. 이야기가 무르익자 한 교사가 야간자율 학습비와 감독비 문제를 꺼냅니다.

<인터뷰>교사: "야간자율학습 감독비가 있고요. 경우에 따라서는 야간에 아이들에게 특별수업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작년까지는 있었거든요."

지난해 봄에는 전체 학부모총회가 끝난 뒤 학년별로 50여 명씩 별도의 모임이 이뤄졌습니다.

참석 학부모 명단은 미리 학교측이 작성해놨습니다.

대상은 주로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의 학부모들이었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 "따로 별도 모임을 하더라고 학부모 50명만 이름을 싸인해 가지고 다른 강당에 서 다시 모여놓고 이야기를 하더라고." (순수하게, 자발적인 모임은 아니었네요?) "그렇죠. 자발적인 모임이 아니라 일단 집합은 선생님이 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지"


학부모들은 이 자리에서 학교측으로부터 일정한 돈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교사들에게 줄 야간자율학습 감독비와 보충수업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 "선생님들이 늦게까지 아이들을 가르치고 수고를 많이 하시는데 이제 선생님들한테 신경좀 써줘야 하지 않겠냐."

<인터뷰> 학부모 : “돈을 못 내는 사람도 있고 몇 백만 원 내는 사람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 그때 보니까.”

이런 식으로 지난해 거둬들인 불법 찬조금은 2천 5백여만 원에 이릅니다.

학교측은 그러나 불법 찬조금을 거둔 사실이 없다고 발뺌합니다.

<인터뷰> 교장 : "찬조금 걷은 적이 없습니다. 저는 걷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받은 적이 없으니까. 찬조금 있을 수가 없는 거에요."

관련 자료를 제시하자 말을 바꿉니다.

<인터뷰> 교장 : "그게요 창피스러운 일이지만, 지금은 없으니까 말씀드리지만 쭉 관례대로 찬조금이 있었던 거 같아요."

<인터뷰> 학교 간부 : “그런데 학교에서 묵시적으로 인지를 해도 모르는 척 하고 나간 것일 겁니다. 어떤 학교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서울 시내 모든 학교가.”

학부모로부터 돈을 걷어 교사에게 수당을 주는 불법 찬조금 관행은 평교사들에 의해 제동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5월 2, 3학년 담임 교사들은 찬조금을 받지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인터뷰> 교사 : " 조직적으로 찬조금을 걷다 보면 학부모들이 진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낼 수밖에 없는 거죠. 촌지보다도 더 무서운 횡포죠.”

교사들은 3,4월 두 달 동안 받은 돈을 모두 반납했습니다. 교사들은 또 지금까지 거둔 찬조금의 액수와 사용내역을 모두 공개할 것을 학교측에 요구했습니다.

<인터뷰>교사 : "학부모와 학생들이 나를 얼마나 위선자로 봤을까 촌지는 안 받는다고 하면서 그런 돈은 다 받았다는 소리 아니에요."

<인터뷰>교사 : "’저 아이들도 나를 뒤에서는 결국은 저 사람도 받아먹는 교사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그러한 자괴감 때문에서라도.”

학교측은 일단 학부모들에게 돈을 돌려줬지만, 사용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측은 더구나 찬조금 중단에 앞장섰던 교사를 중학교로 인사 조치했습니다.

교사들은 찬조금 조성에 제동을 건 집단 행동에 대한 보복인사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학교측은 규정에 따른 정상적인 인사였다고 해명합니다.

<인터뷰>교장 : "보복성 인사라고 생각 안 하지만 그 교사가 측은하다는 생각은 할지 모르겠어요.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발령났으니까 측은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인사는 '오비이락'인가요?) 그렇죠 '오비이락'이죠. 보복성이라는 것은 저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어요."

하지만 확인결과 학교측은 이 교사를 인사조치 하면서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습니다.

교사를 전보 조치할 경우, 사전에 해당 교사의 동의를 얻도록 돼 있는 단체협약 규정을 무시한 것입니다.

<인터뷰> 교장 : (사전에 통보도 없었다면서요?) "통보는 인사 뒤에 통보를 했죠.(통보를 사후에 하셨다면서요?) "사후라고 할까요..."

이 학교는 학생회 임원을 맡고 있는 학생의 부모들로부터 또 다른 찬조금을 걷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004년 딸이 학생회 간부를 맡았던 김모 씨는 고민 끝에 자신이 겪은 고충을 털어놓습니다.

김씨는 학기초에 다른 3명의 학부모와 함께 천만원을 만들어 간부교사에게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모씨 (학생회 임원 학부모) : "4명이 한 장을 맞춰서 냈으니까요.(한 장이라면 천만 원?)네, 네.(굉장히 큰 부담이었겠네요?) 아무래도 금전 앞에서는 주부가 인색해 지죠. 아마 저 아니라도 누구도 빠져 나오지 못했을 거에요 (안 주자니 부담되고 주자니 또 그런 건가요?) 어떻게 아이가 재학생일 경우에는 그것을 거부 할 수 없는 부분이었어요. 아마 저 아니라도 누구도 빠져 나오지 못했을 거에요.”

학교 발전기금 등 공식적인 기부금이 아닌 음성적으로 건넨 돈이었습니다.

<인터뷰> 김모씨 (학생회 임원 학부모) : "’현금으로 내야 한다’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현금으로 봉투에 넣어서 줬어요. 원래누가 수표 두 장을 갖고 왔는데 이거 수표로 내면 선생님들이 싫어한다고 그래서 다른 엄마가 바꿔 가지고 그렇게 친절하게도 현금으로 냈어요."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거액을 내면서도 그 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조차 묻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모씨 (학생회 임원 학부모) : "그거는 저희 영역 밖이죠. 그거는 알 수 없는 거고 물어보려고 애도 안 썼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으레 사립 학교이고 아이가 임원이다 보니까 나가는구나. 아이가 이야기 하더라고요. ‘(학생회 임원 나갈 때) 부모님 도장은 괜히 받아오라고 한 거냐’고.."

그러나 해당 학교측은 모르는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간부교사 : "((돈 받은) 기억 없으세요?)모르겠습니다. 발전기금으로 냈는지 모르겠습니다.(발전기금이 아니었다고 하시더라고요.)전혀 없습니다. (기억 안 나세요?)네. 그런 금액의 돈은 저희들이 구경도 한 적 없습니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공립 고등학교.

지난해 4월초 이 학교 3학년 학부모 13명이 반 모임을 가졌습니다.

학부모들은 담임 교사에게 정기적으로 촌지를 건네주기로 결정하고, 한 사람에 35만원씩 할당했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 "(일인당 35만원씩 낸 걸로 돼 있던 데요?) 네.네 (학부모가 13명 정도 였나요?) 네. 고3선생님 되시면 늦게까지 애들 야간자율학습이다, 봐 주시고, 원서 쓰고 하다 보면 선생님이 너무 피곤하니까 부모님들이 마음을 모아서 해보자 해서 돈을 냈던 거에요.”

이렇게 모아진 돈이 4백만원이 넘습니다.

학부모들은 매달 50만원씩 담임 교사에게 현금으로 전달했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 "(매달 50만원씩 어떻게 전달이 됐나요?) 저희가 선생님 찾아 뵈었는데요. (선생님한테 직접 드렸어요?) 네. (현금으로?) 네."

해당 교사를 만나기 위해 근무하고 있는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설득 끝에 겨우 만난 교사는 돈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교사 : "아뇨. 그런 적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만약에 있다고 밝혀지면 교직 그만 둘게요. 저희반 아이들한테 물어보세요. 진짜 최선을 다해서 했는데 그렇게 하니까 저는 너무 기가 막히더라고요."

그러나 이 여교사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교사는 돈을 돌려주기 위해 해당 학부모의 집을 찾아갔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 "’자기 한번만 살려달라고 돈은 다 드릴테니까 자기가 당황이 돼서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돈을 다 드릴테니까 제발 자기 좀 구해달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대요."

공동으로 걷어 전달한 촌지 외에도 개별적으로 돈을 더 준 학부모도 있습니다.

이 학부모는 담임교사가 딸을 자주 괴롭혀 촌지를 더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학부모 : "자꾸 괴롭힘을 당한다고 하니까 다른 엄마한테 물어봤어요, 물어봤더니 ‘그거는 돈을 요구하는 거다’라고 하더라고요.우리 아이가 고등학교까지는 졸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더럽지만 낸다라는 심정으로 했어요."

학부모는 결국 30만원이 든 돈봉투를 떡 상자와 함께 담임교사에 건넸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 "(다른 엄마에게) 한 10만원 갖다 주면 되냐고 물어봤더니, ‘아니야 10-20만원 가지고 가려면 안 가는게 나아. 가지마. 최하 30만원이야’ 그러더라고요."


불법 찬조금과 촌지를 주는 것이 떳떳하지 못한 줄 알면서도 자칫 학교에서 자녀가 소외당할까봐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일반적인 정섭니다.

<인터뷰> 학부모 :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제가 안 하겠다고 하면 좀 그렇잖아요. 돈을 안 내면 우리 아이만 담임선생님 눈밖에 날 것 같고..."

<인터뷰> 학부모 : "부모가 다 욕심이죠. 부끄러워도 어쩔 수 없이 내 자식을 위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그렇게 봉투를 갖다 주고 내 자식만 잘 봐달라고 내 자식만을 위해서.”

하지만 불법 찬조금과 촌지 수수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사이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은 커져만 갑니다.

지난해 6월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동료 학생과 주고 받았던 인터넷 메신저 대화 내용입니다.

이 학생은 이날 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정기적으로 촌지를 건내왔음을 알게 됩니다.

<인터뷰> “(학부모가 돈 걷어서 한 달에 얼마씩 담임에게 갖다 주나요?)” 있었죠.나만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구나. (담임한테 돈 갖다 주는걸?) 여지껏 모르고 있었는데 (애들이 다 그러고 있더라)"


이 학생은 이런 현실에서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00 (지난 2월 고등학교 졸업): "선생님이 정말 좋은 분 같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엄마들이 돈을 줘서 그렇다고 전혀 모르고 학교 다니다가 우리 선생님이 그랬다는 걸 딱 제가 그걸 알게 된 그날부터 더 보기가 싫어지고 신뢰가 깨지죠. 그러면 학교 가기 싫어지고.."

자녀를 위한다는 구실로 건네주는 불법 찬조금과 촌지. 그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자녀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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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촌지’ 주면 부담, 안 주면 왕따
    • 입력 2006-03-20 11:24:53
    • 수정2006-04-17 12:59:40
    취재파일K
지난 5일 취재파일4321이 한 고등학교의 불법 찬조금과 촌지 수수실태를 보도한 뒤 취재팀에는 비슷한 내용의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취재팀은 제보의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학교의 학부모 모임이 불법 찬조금을 걷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직도 학부모에게 촌지를 내도록 압력을 넣는 교사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지난 5일 취재파일 4321이 불법 찬조금 실태를 보도한 뒤 해당 학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학교측은 서둘러 학부모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받은 찬조금을 돌려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학부모 : "아무런 말도 없이 이렇게 예고 없이 돈이 왔더라고요. 무슨 사과 한마디 없이, 받아갈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다른 학교에도 비슷한 불법 찬조금과 촌지 수수사례가 있다는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취재팀은 제보에 따라 서울의 한 학교를 찾았습니다. 마침 그날은 학년별로 학부모 총회가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총회가 열리는 강당과 교실에 들어가봤습니다. 회의가 시작됩니다. 이야기가 무르익자 한 교사가 야간자율 학습비와 감독비 문제를 꺼냅니다. <인터뷰>교사: "야간자율학습 감독비가 있고요. 경우에 따라서는 야간에 아이들에게 특별수업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작년까지는 있었거든요." 지난해 봄에는 전체 학부모총회가 끝난 뒤 학년별로 50여 명씩 별도의 모임이 이뤄졌습니다. 참석 학부모 명단은 미리 학교측이 작성해놨습니다. 대상은 주로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의 학부모들이었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 "따로 별도 모임을 하더라고 학부모 50명만 이름을 싸인해 가지고 다른 강당에 서 다시 모여놓고 이야기를 하더라고." (순수하게, 자발적인 모임은 아니었네요?) "그렇죠. 자발적인 모임이 아니라 일단 집합은 선생님이 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지" 학부모들은 이 자리에서 학교측으로부터 일정한 돈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교사들에게 줄 야간자율학습 감독비와 보충수업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 "선생님들이 늦게까지 아이들을 가르치고 수고를 많이 하시는데 이제 선생님들한테 신경좀 써줘야 하지 않겠냐." <인터뷰> 학부모 : “돈을 못 내는 사람도 있고 몇 백만 원 내는 사람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 그때 보니까.” 이런 식으로 지난해 거둬들인 불법 찬조금은 2천 5백여만 원에 이릅니다. 학교측은 그러나 불법 찬조금을 거둔 사실이 없다고 발뺌합니다. <인터뷰> 교장 : "찬조금 걷은 적이 없습니다. 저는 걷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받은 적이 없으니까. 찬조금 있을 수가 없는 거에요." 관련 자료를 제시하자 말을 바꿉니다. <인터뷰> 교장 : "그게요 창피스러운 일이지만, 지금은 없으니까 말씀드리지만 쭉 관례대로 찬조금이 있었던 거 같아요." <인터뷰> 학교 간부 : “그런데 학교에서 묵시적으로 인지를 해도 모르는 척 하고 나간 것일 겁니다. 어떤 학교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서울 시내 모든 학교가.” 학부모로부터 돈을 걷어 교사에게 수당을 주는 불법 찬조금 관행은 평교사들에 의해 제동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5월 2, 3학년 담임 교사들은 찬조금을 받지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인터뷰> 교사 : " 조직적으로 찬조금을 걷다 보면 학부모들이 진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낼 수밖에 없는 거죠. 촌지보다도 더 무서운 횡포죠.” 교사들은 3,4월 두 달 동안 받은 돈을 모두 반납했습니다. 교사들은 또 지금까지 거둔 찬조금의 액수와 사용내역을 모두 공개할 것을 학교측에 요구했습니다. <인터뷰>교사 : "학부모와 학생들이 나를 얼마나 위선자로 봤을까 촌지는 안 받는다고 하면서 그런 돈은 다 받았다는 소리 아니에요." <인터뷰>교사 : "’저 아이들도 나를 뒤에서는 결국은 저 사람도 받아먹는 교사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그러한 자괴감 때문에서라도.” 학교측은 일단 학부모들에게 돈을 돌려줬지만, 사용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측은 더구나 찬조금 중단에 앞장섰던 교사를 중학교로 인사 조치했습니다. 교사들은 찬조금 조성에 제동을 건 집단 행동에 대한 보복인사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학교측은 규정에 따른 정상적인 인사였다고 해명합니다. <인터뷰>교장 : "보복성 인사라고 생각 안 하지만 그 교사가 측은하다는 생각은 할지 모르겠어요.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발령났으니까 측은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인사는 '오비이락'인가요?) 그렇죠 '오비이락'이죠. 보복성이라는 것은 저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어요." 하지만 확인결과 학교측은 이 교사를 인사조치 하면서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습니다. 교사를 전보 조치할 경우, 사전에 해당 교사의 동의를 얻도록 돼 있는 단체협약 규정을 무시한 것입니다. <인터뷰> 교장 : (사전에 통보도 없었다면서요?) "통보는 인사 뒤에 통보를 했죠.(통보를 사후에 하셨다면서요?) "사후라고 할까요..." 이 학교는 학생회 임원을 맡고 있는 학생의 부모들로부터 또 다른 찬조금을 걷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004년 딸이 학생회 간부를 맡았던 김모 씨는 고민 끝에 자신이 겪은 고충을 털어놓습니다. 김씨는 학기초에 다른 3명의 학부모와 함께 천만원을 만들어 간부교사에게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모씨 (학생회 임원 학부모) : "4명이 한 장을 맞춰서 냈으니까요.(한 장이라면 천만 원?)네, 네.(굉장히 큰 부담이었겠네요?) 아무래도 금전 앞에서는 주부가 인색해 지죠. 아마 저 아니라도 누구도 빠져 나오지 못했을 거에요 (안 주자니 부담되고 주자니 또 그런 건가요?) 어떻게 아이가 재학생일 경우에는 그것을 거부 할 수 없는 부분이었어요. 아마 저 아니라도 누구도 빠져 나오지 못했을 거에요.” 학교 발전기금 등 공식적인 기부금이 아닌 음성적으로 건넨 돈이었습니다. <인터뷰> 김모씨 (학생회 임원 학부모) : "’현금으로 내야 한다’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현금으로 봉투에 넣어서 줬어요. 원래누가 수표 두 장을 갖고 왔는데 이거 수표로 내면 선생님들이 싫어한다고 그래서 다른 엄마가 바꿔 가지고 그렇게 친절하게도 현금으로 냈어요."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거액을 내면서도 그 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조차 묻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모씨 (학생회 임원 학부모) : "그거는 저희 영역 밖이죠. 그거는 알 수 없는 거고 물어보려고 애도 안 썼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으레 사립 학교이고 아이가 임원이다 보니까 나가는구나. 아이가 이야기 하더라고요. ‘(학생회 임원 나갈 때) 부모님 도장은 괜히 받아오라고 한 거냐’고.." 그러나 해당 학교측은 모르는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간부교사 : "((돈 받은) 기억 없으세요?)모르겠습니다. 발전기금으로 냈는지 모르겠습니다.(발전기금이 아니었다고 하시더라고요.)전혀 없습니다. (기억 안 나세요?)네. 그런 금액의 돈은 저희들이 구경도 한 적 없습니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공립 고등학교. 지난해 4월초 이 학교 3학년 학부모 13명이 반 모임을 가졌습니다. 학부모들은 담임 교사에게 정기적으로 촌지를 건네주기로 결정하고, 한 사람에 35만원씩 할당했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 "(일인당 35만원씩 낸 걸로 돼 있던 데요?) 네.네 (학부모가 13명 정도 였나요?) 네. 고3선생님 되시면 늦게까지 애들 야간자율학습이다, 봐 주시고, 원서 쓰고 하다 보면 선생님이 너무 피곤하니까 부모님들이 마음을 모아서 해보자 해서 돈을 냈던 거에요.” 이렇게 모아진 돈이 4백만원이 넘습니다. 학부모들은 매달 50만원씩 담임 교사에게 현금으로 전달했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 "(매달 50만원씩 어떻게 전달이 됐나요?) 저희가 선생님 찾아 뵈었는데요. (선생님한테 직접 드렸어요?) 네. (현금으로?) 네." 해당 교사를 만나기 위해 근무하고 있는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설득 끝에 겨우 만난 교사는 돈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교사 : "아뇨. 그런 적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만약에 있다고 밝혀지면 교직 그만 둘게요. 저희반 아이들한테 물어보세요. 진짜 최선을 다해서 했는데 그렇게 하니까 저는 너무 기가 막히더라고요." 그러나 이 여교사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교사는 돈을 돌려주기 위해 해당 학부모의 집을 찾아갔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 "’자기 한번만 살려달라고 돈은 다 드릴테니까 자기가 당황이 돼서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돈을 다 드릴테니까 제발 자기 좀 구해달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대요." 공동으로 걷어 전달한 촌지 외에도 개별적으로 돈을 더 준 학부모도 있습니다. 이 학부모는 담임교사가 딸을 자주 괴롭혀 촌지를 더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학부모 : "자꾸 괴롭힘을 당한다고 하니까 다른 엄마한테 물어봤어요, 물어봤더니 ‘그거는 돈을 요구하는 거다’라고 하더라고요.우리 아이가 고등학교까지는 졸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더럽지만 낸다라는 심정으로 했어요." 학부모는 결국 30만원이 든 돈봉투를 떡 상자와 함께 담임교사에 건넸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 "(다른 엄마에게) 한 10만원 갖다 주면 되냐고 물어봤더니, ‘아니야 10-20만원 가지고 가려면 안 가는게 나아. 가지마. 최하 30만원이야’ 그러더라고요." 불법 찬조금과 촌지를 주는 것이 떳떳하지 못한 줄 알면서도 자칫 학교에서 자녀가 소외당할까봐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일반적인 정섭니다. <인터뷰> 학부모 :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제가 안 하겠다고 하면 좀 그렇잖아요. 돈을 안 내면 우리 아이만 담임선생님 눈밖에 날 것 같고..." <인터뷰> 학부모 : "부모가 다 욕심이죠. 부끄러워도 어쩔 수 없이 내 자식을 위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그렇게 봉투를 갖다 주고 내 자식만 잘 봐달라고 내 자식만을 위해서.” 하지만 불법 찬조금과 촌지 수수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사이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은 커져만 갑니다. 지난해 6월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동료 학생과 주고 받았던 인터넷 메신저 대화 내용입니다. 이 학생은 이날 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정기적으로 촌지를 건내왔음을 알게 됩니다. <인터뷰> “(학부모가 돈 걷어서 한 달에 얼마씩 담임에게 갖다 주나요?)” 있었죠.나만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구나. (담임한테 돈 갖다 주는걸?) 여지껏 모르고 있었는데 (애들이 다 그러고 있더라)" 이 학생은 이런 현실에서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00 (지난 2월 고등학교 졸업): "선생님이 정말 좋은 분 같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엄마들이 돈을 줘서 그렇다고 전혀 모르고 학교 다니다가 우리 선생님이 그랬다는 걸 딱 제가 그걸 알게 된 그날부터 더 보기가 싫어지고 신뢰가 깨지죠. 그러면 학교 가기 싫어지고.." 자녀를 위한다는 구실로 건네주는 불법 찬조금과 촌지. 그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자녀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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