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입 몸살 앓는 발트 3국

입력 2006.03.3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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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렇게 나라마다 문호 개방과 인구이동에 따른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만 북유럽 발트 3국의 사정은 심각합니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그리고 리투아니아 이 발트 3국은 2년 전 EU, 유럽연합에 가입한 이래 사회적으로 큰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서유럽인들의 저가 유흥관광과 물가고, 고급인력 유출 등으로 EU 가입과 함께 부풀었던 유러피언 드림이 얼룩지고 있습니다. 이충형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북유럽 발트해를 감싸고 있는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은 8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도입니다. 중세 건물들이 고스란히 보존된 구시가지는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문화유산.. 아름답던 도시는 요즘 밤이 되면 딴 세상이 됩니다. 구시가지 곳곳에 술에 취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30여명이 무리를 지어 술집을 전전하는 이들은 영국에서 왔습니다.

<녹취> "신랑이 어디 있지?"

결혼을 앞둔 친구를 위한 마지막 파티, 이른바 총각 파티를 열고 있습니다. 술에 취한 채 광란에 가까운 추태를 보이는 이들은 2박 3일 일정의 관광객들입니다. 영국 젊은이들이 총각 파티를 하러 이 곳을 찾는 것은 술 값이 영국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조 ('총각 파티' 참가자): "여기는 쌉니다. 술값 부담이 없습니다."


영국과 에스토니아의 여행사가 함께 마련한 총각파티 여행에는 일주일에 서른개 팀이 참여합니다.

<인터뷰>크리스텔(여행사 직원): "오늘밤이 전형적인 프로그램인데 저녁 식사를 하고 스트립쇼를 보여줍니다."

여자 무용수의 낯 뜨거운 춤으로 이어지면서 이들의 총각 파티는 절정에 이릅니다. 구시가지의 또 다른 나이트클럽엔 영국인과 독일인들로 가득 찼습니다.

<녹취>"(함성과 함께)건배, 에스토니아를 위해!"

<인터뷰>데이비드 미추: "잉글랜드 버번에서 왔습니다.총각 파티를 하러 왔습니다.저는 두달뒤에 결혼할 예정입니다. "

유럽 연합 가입 이후 저가 항공이 취항하면서 영국을 오가는 왕복 비행기 삯이 고작 5만원 정도.. 2박 3일의 패키지 비용도 우리 돈으로 20여만 원에 불과합니다.

<인터뷰>여행사 직원: "비수기인 겨울에도 단체 관광객이 많고 올 여름에는 훨씬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고즈넉하던 도시는 싼 술집을 찾는 외국인들의 원정 술파티 장소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라이네(탈린 시민): "파티를 집에서 해야지 왜 남에 나라에 와서 합니까?"

<인터뷰>마리안 (탈린 시민): "관광청 직원들은 좋겠지만 우리는 시끄러운게 싫습니다."

발트 3국이 유럽연합에 가입한 것은 2년 전.. 유러피언이 된다는 기대와 함께 경제 발전도 이뤄냈지만 치뤄야 할 사회적 대가가 만만치 않습니다. 발트 3국에서 가장 국민소득이 낮은 라트비아.

해마다 7,8%의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생활은 별로 나아진 게 없습니다. 이곳은 라트비아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입니다. 유럽연합 가입이후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른 품목도 많기 때문에 서민들은 물건을 구입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작 물건을 골라놓고도 고개를 내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월급은 오르지 않았는데 물가만 두 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나 (과일상인): "사과 1킬로가 1년전 25상팀이었는데 지금은 45상팀으로 올랐습니다."

아직도 쌀쌀한 북유럽의 날씨만큼이나 서민들이 마음은 어둡기만 합니다. 소득 수준이 서유럽 국가들의 절반에도 못 미친 상태에서 경제통합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리가 시민: "세금과 교통비, 집값이 모두 올랐습니다. 사는게 힘들어졌습니다."

역내 경제가 완전히 개방되다보니 고급 인력들은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발트 국가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있는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 있는 병원.. 환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지난 2년 사이 의사들의 숫자가 50여명이나 줄었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60대인 의사가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 의사들의 초봉은 한국 돈으로 30만원 정도.. 젊은 의사들은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서유럽이나 가까운 스칸디나비아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뷰>세풀리스 (빌뉴스 의대 교수): "의사 월급을 앞으로 10년 동안 3배 이상 올릴 계획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러시아 등에서 의사를 데려와야 합니다."

지난 91년 리투아니아에서 라트비아를 거쳐 에스토니아까지 인간 사슬을 형성하며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던 발트 3국.. 잘 사는 유러피언이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유럽연합에 가입했지만 사회 개방의 가속화는 뜻하지 않은 몸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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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가입 몸살 앓는 발트 3국
    • 입력 2006-03-31 10:32:04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이렇게 나라마다 문호 개방과 인구이동에 따른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만 북유럽 발트 3국의 사정은 심각합니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그리고 리투아니아 이 발트 3국은 2년 전 EU, 유럽연합에 가입한 이래 사회적으로 큰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서유럽인들의 저가 유흥관광과 물가고, 고급인력 유출 등으로 EU 가입과 함께 부풀었던 유러피언 드림이 얼룩지고 있습니다. 이충형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북유럽 발트해를 감싸고 있는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은 8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도입니다. 중세 건물들이 고스란히 보존된 구시가지는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문화유산.. 아름답던 도시는 요즘 밤이 되면 딴 세상이 됩니다. 구시가지 곳곳에 술에 취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30여명이 무리를 지어 술집을 전전하는 이들은 영국에서 왔습니다. <녹취> "신랑이 어디 있지?" 결혼을 앞둔 친구를 위한 마지막 파티, 이른바 총각 파티를 열고 있습니다. 술에 취한 채 광란에 가까운 추태를 보이는 이들은 2박 3일 일정의 관광객들입니다. 영국 젊은이들이 총각 파티를 하러 이 곳을 찾는 것은 술 값이 영국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조 ('총각 파티' 참가자): "여기는 쌉니다. 술값 부담이 없습니다." 영국과 에스토니아의 여행사가 함께 마련한 총각파티 여행에는 일주일에 서른개 팀이 참여합니다. <인터뷰>크리스텔(여행사 직원): "오늘밤이 전형적인 프로그램인데 저녁 식사를 하고 스트립쇼를 보여줍니다." 여자 무용수의 낯 뜨거운 춤으로 이어지면서 이들의 총각 파티는 절정에 이릅니다. 구시가지의 또 다른 나이트클럽엔 영국인과 독일인들로 가득 찼습니다. <녹취>"(함성과 함께)건배, 에스토니아를 위해!" <인터뷰>데이비드 미추: "잉글랜드 버번에서 왔습니다.총각 파티를 하러 왔습니다.저는 두달뒤에 결혼할 예정입니다. " 유럽 연합 가입 이후 저가 항공이 취항하면서 영국을 오가는 왕복 비행기 삯이 고작 5만원 정도.. 2박 3일의 패키지 비용도 우리 돈으로 20여만 원에 불과합니다. <인터뷰>여행사 직원: "비수기인 겨울에도 단체 관광객이 많고 올 여름에는 훨씬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고즈넉하던 도시는 싼 술집을 찾는 외국인들의 원정 술파티 장소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라이네(탈린 시민): "파티를 집에서 해야지 왜 남에 나라에 와서 합니까?" <인터뷰>마리안 (탈린 시민): "관광청 직원들은 좋겠지만 우리는 시끄러운게 싫습니다." 발트 3국이 유럽연합에 가입한 것은 2년 전.. 유러피언이 된다는 기대와 함께 경제 발전도 이뤄냈지만 치뤄야 할 사회적 대가가 만만치 않습니다. 발트 3국에서 가장 국민소득이 낮은 라트비아. 해마다 7,8%의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생활은 별로 나아진 게 없습니다. 이곳은 라트비아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입니다. 유럽연합 가입이후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른 품목도 많기 때문에 서민들은 물건을 구입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작 물건을 골라놓고도 고개를 내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월급은 오르지 않았는데 물가만 두 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나 (과일상인): "사과 1킬로가 1년전 25상팀이었는데 지금은 45상팀으로 올랐습니다." 아직도 쌀쌀한 북유럽의 날씨만큼이나 서민들이 마음은 어둡기만 합니다. 소득 수준이 서유럽 국가들의 절반에도 못 미친 상태에서 경제통합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리가 시민: "세금과 교통비, 집값이 모두 올랐습니다. 사는게 힘들어졌습니다." 역내 경제가 완전히 개방되다보니 고급 인력들은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발트 국가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있는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 있는 병원.. 환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지난 2년 사이 의사들의 숫자가 50여명이나 줄었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60대인 의사가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 의사들의 초봉은 한국 돈으로 30만원 정도.. 젊은 의사들은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서유럽이나 가까운 스칸디나비아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뷰>세풀리스 (빌뉴스 의대 교수): "의사 월급을 앞으로 10년 동안 3배 이상 올릴 계획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러시아 등에서 의사를 데려와야 합니다." 지난 91년 리투아니아에서 라트비아를 거쳐 에스토니아까지 인간 사슬을 형성하며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던 발트 3국.. 잘 사는 유러피언이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유럽연합에 가입했지만 사회 개방의 가속화는 뜻하지 않은 몸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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