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윤중로 벚꽃 축제 일제 잔재 논란

입력 2006.04.10 (09:21) 수정 2006.04.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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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 전국에는 벚꽃이 보기좋게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벚꽃 축제도 시작됐죠? 많은 상춘객들이 벚꽃을 구경하러 나오셨더라구요.. 그런데 화려한 이 벚꽃 뒤에는 일본의 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배어있죠?

그렇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이 맘 때만 되면 벚꽃 축제가 일본 군국주의 잔재라는 논란이 일곤 하는데요..

오늘은 이 논란을 한번 짚어 봤습니다. 이경진 기자.. 그런데 이런 주장이 좀 지나친 왜곡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하죠?

<리포트>

네, 우리나라의 무궁화처럼 일본은 법으로 정한 나라꽃이 없습니다. 다만 일본인들이 역사적으로 벚꽃을 아껴왔기 때문에 벚꽃을 일본의 나라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벚꽃 축제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임없이 계속돼 왔는데요,

1960년대 경남 진해 등에 심어진 벚나무를 일본인들이 기증했다는 기록이 최근 공개되면서 또 다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벚꽃 축제 논쟁을 취재했습니다.

3, 4월 벚꽃 축제, 이제 여행상품으로 각광받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잡았는데요, 한편에서는 일본을 상징하는 꽃으로 축제를 즐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인터뷰>최연이(서울 신림동) : "심한 왜곡이라고 생각해요. 꽃이 이렇게 많은데, 한꺼번에 벨 수도 없는 거고...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면 우리문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한경진(서울 사당동) : "일본이 해방 후 우리나라에 남겨놓은 잔재들이 많은데, 이것도 하나의 잔재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일본은 법으로 정한 국화가 없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벚꽃이 일본의 국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꽃으로 인식돼 왔는데요,

<인터뷰>황평우(소장/한국문화유산 정책 연구소) : "일본의 주요 행사, 전쟁 시 가미가제 특공대를 보낼 때, 소녀들을 내세워서 벚꽃을 들고 흔들게 해요. 그리고 일본의 민화나 옛 그림들을 보면, 벚꽃이 많이 등장 합니다."

지금 듣고 계신 음악은 ‘동기 사쿠라’라는 군가의 반주 곡입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특공대원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불렀던 노래로 ‘벚꽃처럼 피어, 벚꽃처럼 지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처럼 벚꽃을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만들었고, 전쟁 당시 침략국에 벚꽃을 심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인터뷰>황평우(소장/한국문화유산 정책 연구소) : "러,일 전쟁 당시 승전 장수가 진해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 고향이 ‘가고시마’에요, 거기에 벚꽃이 많았거든요. 진해 제왕산에 러,일전쟁 전승 기념비를 세우면서 조경을 하게 됐는데, 집중적으로 벚꽃이 많이 심어졌고..."

여기에 최근 국내 한 일간지가 공개한 기록이 논쟁에 불을 지폈습니다.

해방 후 전국적으로 심어진 벚나무 묘목을 일본인들이 기증했다는 내용인데요, 결국 이런 과정으로 자리잡은 벚꽃 축제가 일본의 ‘문화침투’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인터뷰>류순열(세계일보 기자) : "당시 일본인들이 벚꽃을 기증한 것도 잘못은 아닙니다. 문제는 가장 중요한 절차를 건너뛰었다는 거죠. 정말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반성과 사과의 기록을 남겼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벚꽃 놀이가 이미 지역 축제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일제 잔재라는 주장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뷰>최경국(명지대학교 일본어과 교수) : "벚꽃이 만들어낸 일본 전체주의, 제국주의의 이미지 조작이 지금까지 오히려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더 많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오히려 벚꽃 축제를 우리 정서에 맞게, 그리고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자는 얘긴데요,

<인터뷰>최경국(명지대학교 일본어과 교수) : "벚꽃이라는 건 누구의 것이 아니거든요. 자연물이니까.. 그 자연물인 벚꽃을 한국사람들이 일본보다 더 훌륭한 문화로 만들어 세계에 알린다면 하나의 문화 창조자가 되는 거니까..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벚나무는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도 있는 수종이라는 설명이 눈길을 끕니다.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제주도 인데,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벚나무를 실용적인 용도로 많이 사용해 왔습니다.

<인터뷰>신창호(연구관/국립 수목원) : "식용, 약용, 관상용, 재질도 좋기 때문에 목재용으로도 활용 돼왔다. 이를테면 꽃잎은 차로, 나무껍질에서는 약재를 추출해 사용 하기도 했다. 팔만대장경 60%가 벚나무로 만들어졌다."

벚꽃 축제 논쟁은 일단 광복 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진 일제 문화를 돌아보자는 측면에서 긍정적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벚꽃을 순수한 자연물로 보고 즐길 것인지 아니면 청산해야 할 일제 잔재의 상징으로 봐야할 지는 앞으로 좀 더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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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커스]윤중로 벚꽃 축제 일제 잔재 논란
    • 입력 2006-04-10 0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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