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법정관리 비리

⊙앵커: 부도난 기업을 살리라고 선임된 법정 관리인 가운데 일부가 부실경영에다 비리의혹마저 부르고 있어서 채권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특히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구시대적인 경영행태를 보인 경우도 드러났습니다.
기동취재부 이창용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년전 부도로 법정관리로 들어간 대형의류회사.
법정관리인이 경영을 떠맡고 나섰지만 자산정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지난해 회사가 갖고 있던 벤처주식 120만주에 처분 과정.
당시 증권사의 투자전문위원이한 주당 1만 5000원에 사겠다는 매수의향서를 냈습니다.
그러나 이 주식은 엉뚱하게 주당 2500원씩이나 싼값에 다른 사람에게 팔렸습니다.
쓰러져 가는 회사가 30억원이라는 거액을 스스로 포기한 셈입니다.
⊙주식 매수 희망자: 최대한 유리하게 입찰받는 것 아닙니까? 이행조건을 협의하는 절차도 전혀 없었어요. 한마디로 우스운 입찰이죠.
⊙기자: 법정 관리인은 당시 비싼값에 사겠다는 사람들이 개인이어서 거래를 거절했다고 말합니다.
⊙법정 관리인: 전혀 공신력이 없는 개인에게 파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봤죠.
⊙기자: 그러나 정작 이 주식을 사들인 사람은 송 모 씨라는 개인이었습니다.
송 씨는 다른 전주들을 대리해서 주식을 사줬으며, 그 대가로 거액의 알선료까지 받았다고 시인했습니다.
⊙송 모씨: 금액을 정확히 얘기 못하지만...
⊙기자: 솔직히 알선료 받은 일이 있었죠?
⊙송 모씨: 네.
⊙기자: 취재 결과 송 씨는 이 회사 전 사주의 측근으로 특히 주식인수대금을 지불할 때 전 사주가 두차례나 동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법정관리인과 전 사주가 송 씨를 매개로 연결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독선적인 회사운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의 채권업체는 모두 300여 개.
법정 관리인은 이 가운데 특정업체 두 개만 골라 빚전액을 갚아줬습니다.
⊙법정 관리인: 왜 거기만 빚갚았냐 하는 형평문제는 있는데 거기 무슨 이권개입된 건 아니죠.
⊙기자: 역시 2년 전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건설회사입니다.
이곳 법정 관리인은 하청업체와 이중계약을 체결하는 수법으로 2억원대의 비자금을 운용해 왔습니다.
⊙기자: 현실적으로 비자금 조성하는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법정 관리인: 공사 안하는 것밖에 없죠.
⊙기자: IMF사태 이후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졌고 전국적으로 수백여 업체가 법정관리상태에서 회생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수 업체에서 비정상적인 경영과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법정 관리에 한가닥 기대를 걸었던 채권자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반응입니다.
⊙채권자: 우리 돈은 언제 갚습니까? 못 갚아요. 그래 가지고는 받으면 좋지만 좀 힘들 것 같아요.
⊙기자: 법정 관리가 기업회생과 채권자 보호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도록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KBS뉴스 이창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