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심판 부주의한 판정에 코트 피로 얼룩져..

입력 2003.01.09 (22:07) 수정 2003.01.0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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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바닥에 땀방울 대신 피가 흘렀다. 하지만 심판은 파울을 불지 않았고 이것이 발단이 돼 착실하기로 소문난 고참선수가 경기 중 끔찍한 폭력을 행사했고 새까만 후배는 안면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실려가는 올시즌 최대의 불상사가 발생했다.



인기구단인 서울 삼성과 전주 KCC전이 열기를 더해가던 4쿼터 6분30초께. 전반을 36-54로 뒤진 KCC가 6점차(73-79)까지 추격해 장내 열기가 절정에 달한 순간이었다. 전희철이 골대 정면 3점슛 라인 밖에서 몸을 돌리는 순간 삼성 박성훈이 전희철의 얼굴을 쳤고 볼을 가로채 노마크 레이업슛까지 넣었다.



이때 관중석 일부 여자팬들은 비명을 질렀다. 제자리에 허리를 숙이고 있던 전희철이 고개를 들자 코트에 피가 뚝뚝 떨어질 정도로 유혈이 낭자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심판의 휘슬은 없었다.



“이렇게 피가 나는데도 파울을 안 붑니까”라는 전희철의 ‘피 섞인’ 하소연과 KCC 벤치의 격렬한 항의가 있었지만 경기는 그대로 속행됐다.



1분48초가 지난 8분18초. 이번에는 박성훈을 수비하던 정재근이 볼과는 상관없는 지역에서 오른팔 팔꿈치로 박성훈의 얼굴을 강타했다. 코트에 쓰러진 박성훈은 거의 기절상태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고통을 호소했다.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돼 진단을 받은 결과 워낙 턱을 세게 맞아 치아가 턱 안쪽으로 밀려들어가는 끔찍한 부상으로 드러났다.



가뜩이나 전희철이 당한 것에 불만이 있던 정재근이 프로 2년차 박성훈의 계속되는 야유성 플레이와 거친 언사에 참다못해 화를 폭발한 것이다. 상황이 어찌됐건 플레잉코치인 정재근이 과격한 행동을 한 것은 백번 잘못한 것이다. 하지만 평소 워낙 ‘착한 선배’로 알려진 그였기에 주위의 충격은 컸다.



앞서 거친 경기의 원인을 제공한 심판들은 이 장면마저 보지 못했고 정재근을 당장 퇴장시켜야 할 상황이었지만 평범한 수비파울을 선언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KCC 벤치가 알아서 흥분된 정재근을 벤치로 불러들였는데도 말이다.



박성훈의 친형으로 삼성에서 함께 뛰고 있는 박성배는 끔찍한 사고에 아예 할 말을 잃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날 경기는 부주의한 판정이 명승부를 순식간에 피와 폭력이 난무하는 격투기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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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구-심판 부주의한 판정에 코트 피로 얼룩져..
    • 입력 2003-01-09 22:07:00
    • 수정2003-01-09 22:07:00
    연합뉴스
코트 바닥에 땀방울 대신 피가 흘렀다. 하지만 심판은 파울을 불지 않았고 이것이 발단이 돼 착실하기로 소문난 고참선수가 경기 중 끔찍한 폭력을 행사했고 새까만 후배는 안면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실려가는 올시즌 최대의 불상사가 발생했다.

인기구단인 서울 삼성과 전주 KCC전이 열기를 더해가던 4쿼터 6분30초께. 전반을 36-54로 뒤진 KCC가 6점차(73-79)까지 추격해 장내 열기가 절정에 달한 순간이었다. 전희철이 골대 정면 3점슛 라인 밖에서 몸을 돌리는 순간 삼성 박성훈이 전희철의 얼굴을 쳤고 볼을 가로채 노마크 레이업슛까지 넣었다.

이때 관중석 일부 여자팬들은 비명을 질렀다. 제자리에 허리를 숙이고 있던 전희철이 고개를 들자 코트에 피가 뚝뚝 떨어질 정도로 유혈이 낭자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심판의 휘슬은 없었다.

“이렇게 피가 나는데도 파울을 안 붑니까”라는 전희철의 ‘피 섞인’ 하소연과 KCC 벤치의 격렬한 항의가 있었지만 경기는 그대로 속행됐다.

1분48초가 지난 8분18초. 이번에는 박성훈을 수비하던 정재근이 볼과는 상관없는 지역에서 오른팔 팔꿈치로 박성훈의 얼굴을 강타했다. 코트에 쓰러진 박성훈은 거의 기절상태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고통을 호소했다.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돼 진단을 받은 결과 워낙 턱을 세게 맞아 치아가 턱 안쪽으로 밀려들어가는 끔찍한 부상으로 드러났다.

가뜩이나 전희철이 당한 것에 불만이 있던 정재근이 프로 2년차 박성훈의 계속되는 야유성 플레이와 거친 언사에 참다못해 화를 폭발한 것이다. 상황이 어찌됐건 플레잉코치인 정재근이 과격한 행동을 한 것은 백번 잘못한 것이다. 하지만 평소 워낙 ‘착한 선배’로 알려진 그였기에 주위의 충격은 컸다.

앞서 거친 경기의 원인을 제공한 심판들은 이 장면마저 보지 못했고 정재근을 당장 퇴장시켜야 할 상황이었지만 평범한 수비파울을 선언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KCC 벤치가 알아서 흥분된 정재근을 벤치로 불러들였는데도 말이다.

박성훈의 친형으로 삼성에서 함께 뛰고 있는 박성배는 끔찍한 사고에 아예 할 말을 잃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날 경기는 부주의한 판정이 명승부를 순식간에 피와 폭력이 난무하는 격투기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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