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들의 내조, `가족은 나의 힘..타향슬럼프 없다`

입력 2003.02.14 (13:55) 수정 2003.02.1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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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내조하기 나름.’ 2002월드컵 4강진출 이후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가 늘고 있다.



대부분 유럽의 낯선 환경에서 뛰고 있는데 각각의 생존법으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누가 어떻게 이들을 내조하느냐’가 성공의 열쇠로 작용한다.



차범근 홍명보 등은 내조 덕으로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한 사례로 꼽힌다.



내조방법도 제각각이다.



■설기현-아내



To 기현씨.



오빠가 월드컵 뒤 부쩍 잘하는 이유가 내조의 힘이라고 얘기하면 쑥스러워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야.



지난 6일 생 트뤼당스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고 집에 온 오빠의 어깨는 처져 있었어. 힘내라고는 했지만 마음이 아팠어. 하지만 인웅이를 배 위에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더니 금방 오빠의 웃음소리가 들렸어.



인웅이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어 든든해.



벨기에에 처음 왔을 때 불고기만 해줬잖아. 사실 할 줄 아는 요리가 불고기뿐이었어. 닭개장에 도전했을 때 요리책을 보고 만들었는데 오빠는 맛있다고 두 그릇이나 먹었지.



그러나 요즘 일하는 아주머니가 만든 음식에 푹 빠져 있는 것 같아. 오빠가 “같은 음식인데 이렇게 맛이 다르구나”라며 놀릴 때는 속이 좀 상하지만 그래도 내 손맛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은 분명할걸.



나는 오빠가 하루에 한 번 인웅이와 산책을 나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 한 바퀴를 돌면 기분이 그렇게 좋다는 얘기에 질투가 나기도 하더라. 남자들끼리 똘똘 뭉치겠다고 벌써부터 야단인데 조강지처의 소중함은 늙어서도 여전한 거야.



난 오빠가 인웅이를 배 위에 올려놓고 내 다리를 베고 누워 잠든 모습을 바라보면 행복함에 빠진다.



내조란 물질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평화가 가장 소중하다는 걸 오빠를 보면서 알 수 있는 것 같아. 꼭 오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항상 옆에서 지켜줄게.



2003년 2월14일 윤미가.





■이영표-나홀로



네덜란드 4인방의 맏형 이영표(26·아인트호벤)는 가족이나 친지들과 떨어져 독립생활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문제를 혼자 해결하고 나머지 부분은 에이전트사의 도움을 받는다.



에이전트사인 지쎈에서 2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이영표의 식사문제와 컨디션 조절을 돕고 있다.



현지 유학생 출신 직원은 통역을 맡아 이영표의 입과 귀 역할을,한국에서 파견된 직원은 운전과 식사문제를 해결하는 등 손과 발 노릇을 맡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이영표를 위해 주일마다 1시간30분 이상 걸리는 암스테르담 한인교회까지 차를 운전하는 것도 에이전트사의 몫이다.



자신들의 고객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박지성-부모님



박지성(22·아인트호벤)은 따뜻한 부모의 품 안에서 빅리거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박지성은 어린 나이에 일본에 건너가 3년 가까이 혼자 지내면서 외국생활에 웬만큼 단련된 상태지만 네덜란드는 달랐다.



음식이나 언어 등 일상적인 부분에서 한국과 가까운 일본과는 전혀 다른 곳이기 때문이다.



축구 본고장 유럽에서 능력을 시험받는다는 부담에 심리적인 불안감도 상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의 합류는 말 그대로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혼자 지내야 하는 외로움과 불안감을 단번에 떨쳐낼 수 있었다.

한국음식 맛을 보기 위해 암스테르담 한인교회까지 갈 필요도 없게 됐다.

좋아하는 ‘엄마손표 떡볶이’도 오랜만에 포식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직접 식사를 챙겨주니 체력관리도 한층 수월해졌다.



■송종국-형



‘쿠키’ 송종국(24·페예노르트)은 친형 송종환씨 부부와 함께 지낸다.



송종환씨 부부는 송종국의 이적과 함께 네덜란드로 건너와 한집에 살며 식사,스케줄 관리 등 매니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친구 같은 형’ 송종환씨는 송종국에게 언제나 편한 말동무가 돼주며 개인적인 고민까지 함께 나눈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형답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다.



운전이나 쇼핑 등 자질구레한 일도 송종환씨가 챙긴다.



형수는 송종국의 ‘먹는 문제’를 해결한다.



김치 등 한국음식은 물론 하루에 한 가지씩은 영양보충을 위해 특별요리를 준비한다.



■안정환-아내



“아내가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죠.”



아내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지난해 월드컵에서 아내를 위해 두 번이나 ‘반지키스’를 날린 안정환(27·시미즈 S펄스)을 떠올린다면 지극히 당연한 게 아닐는지. 안정환은 아내 이혜원씨에 대한 사랑의 깊이가 남다르다.



이탈리아 페루자 시절 벤치를 지킬 때부터 잉글랜드 진출 좌절과 어머니 문제로 적잖이 마음고생을 겪기까지 항상 안정환의 곁에서 힘이 돼주었기 때문이다.



안정환이 꼽은 이혜원씨의 가장 큰 내조는 운동이 끝나고 들어오면 ‘바가지’ 없이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런 아내를 보면 하루의 피로가 사라진다는 게 안정환의 말이다.



특히 최근 터진 이경실 파문에 대해 “오히려 제가 맞고 살아요”라며 “결혼 이후 아직 싸운 적이 없는데 나이가 더 들면 달라지려나…”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부부금실에 이상전선은 있을 수 없다는 간곡한 표현이다.



이혜원씨는 특히 안정환의 코디네이터로 유명하다.



비싼 옷보다 안정환에게 꼭 어울리는 옷을 부지런히 사다 입히며 항상 깔끔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혜원씨의 미모와 뛰어난 패션감각 덕에 일본에서 동반 CF를 찍을 만큼 경제적인 내조(?)도 빠트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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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파들의 내조, `가족은 나의 힘..타향슬럼프 없다`
    • 입력 2003-02-14 13:55:07
    • 수정2003-02-14 13:55:07
    연합뉴스
‘스타는 내조하기 나름.’ 2002월드컵 4강진출 이후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가 늘고 있다.

대부분 유럽의 낯선 환경에서 뛰고 있는데 각각의 생존법으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누가 어떻게 이들을 내조하느냐’가 성공의 열쇠로 작용한다.

차범근 홍명보 등은 내조 덕으로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한 사례로 꼽힌다.

내조방법도 제각각이다.

■설기현-아내

To 기현씨.

오빠가 월드컵 뒤 부쩍 잘하는 이유가 내조의 힘이라고 얘기하면 쑥스러워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야.

지난 6일 생 트뤼당스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고 집에 온 오빠의 어깨는 처져 있었어. 힘내라고는 했지만 마음이 아팠어. 하지만 인웅이를 배 위에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더니 금방 오빠의 웃음소리가 들렸어.

인웅이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어 든든해.

벨기에에 처음 왔을 때 불고기만 해줬잖아. 사실 할 줄 아는 요리가 불고기뿐이었어. 닭개장에 도전했을 때 요리책을 보고 만들었는데 오빠는 맛있다고 두 그릇이나 먹었지.

그러나 요즘 일하는 아주머니가 만든 음식에 푹 빠져 있는 것 같아. 오빠가 “같은 음식인데 이렇게 맛이 다르구나”라며 놀릴 때는 속이 좀 상하지만 그래도 내 손맛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은 분명할걸.

나는 오빠가 하루에 한 번 인웅이와 산책을 나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 한 바퀴를 돌면 기분이 그렇게 좋다는 얘기에 질투가 나기도 하더라. 남자들끼리 똘똘 뭉치겠다고 벌써부터 야단인데 조강지처의 소중함은 늙어서도 여전한 거야.

난 오빠가 인웅이를 배 위에 올려놓고 내 다리를 베고 누워 잠든 모습을 바라보면 행복함에 빠진다.

내조란 물질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평화가 가장 소중하다는 걸 오빠를 보면서 알 수 있는 것 같아. 꼭 오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항상 옆에서 지켜줄게.

2003년 2월14일 윤미가.


■이영표-나홀로

네덜란드 4인방의 맏형 이영표(26·아인트호벤)는 가족이나 친지들과 떨어져 독립생활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문제를 혼자 해결하고 나머지 부분은 에이전트사의 도움을 받는다.

에이전트사인 지쎈에서 2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이영표의 식사문제와 컨디션 조절을 돕고 있다.

현지 유학생 출신 직원은 통역을 맡아 이영표의 입과 귀 역할을,한국에서 파견된 직원은 운전과 식사문제를 해결하는 등 손과 발 노릇을 맡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이영표를 위해 주일마다 1시간30분 이상 걸리는 암스테르담 한인교회까지 차를 운전하는 것도 에이전트사의 몫이다.

자신들의 고객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박지성-부모님

박지성(22·아인트호벤)은 따뜻한 부모의 품 안에서 빅리거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박지성은 어린 나이에 일본에 건너가 3년 가까이 혼자 지내면서 외국생활에 웬만큼 단련된 상태지만 네덜란드는 달랐다.

음식이나 언어 등 일상적인 부분에서 한국과 가까운 일본과는 전혀 다른 곳이기 때문이다.

축구 본고장 유럽에서 능력을 시험받는다는 부담에 심리적인 불안감도 상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의 합류는 말 그대로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혼자 지내야 하는 외로움과 불안감을 단번에 떨쳐낼 수 있었다.
한국음식 맛을 보기 위해 암스테르담 한인교회까지 갈 필요도 없게 됐다.
좋아하는 ‘엄마손표 떡볶이’도 오랜만에 포식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직접 식사를 챙겨주니 체력관리도 한층 수월해졌다.

■송종국-형

‘쿠키’ 송종국(24·페예노르트)은 친형 송종환씨 부부와 함께 지낸다.

송종환씨 부부는 송종국의 이적과 함께 네덜란드로 건너와 한집에 살며 식사,스케줄 관리 등 매니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친구 같은 형’ 송종환씨는 송종국에게 언제나 편한 말동무가 돼주며 개인적인 고민까지 함께 나눈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형답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다.

운전이나 쇼핑 등 자질구레한 일도 송종환씨가 챙긴다.

형수는 송종국의 ‘먹는 문제’를 해결한다.

김치 등 한국음식은 물론 하루에 한 가지씩은 영양보충을 위해 특별요리를 준비한다.

■안정환-아내

“아내가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죠.”

아내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지난해 월드컵에서 아내를 위해 두 번이나 ‘반지키스’를 날린 안정환(27·시미즈 S펄스)을 떠올린다면 지극히 당연한 게 아닐는지. 안정환은 아내 이혜원씨에 대한 사랑의 깊이가 남다르다.

이탈리아 페루자 시절 벤치를 지킬 때부터 잉글랜드 진출 좌절과 어머니 문제로 적잖이 마음고생을 겪기까지 항상 안정환의 곁에서 힘이 돼주었기 때문이다.

안정환이 꼽은 이혜원씨의 가장 큰 내조는 운동이 끝나고 들어오면 ‘바가지’ 없이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런 아내를 보면 하루의 피로가 사라진다는 게 안정환의 말이다.

특히 최근 터진 이경실 파문에 대해 “오히려 제가 맞고 살아요”라며 “결혼 이후 아직 싸운 적이 없는데 나이가 더 들면 달라지려나…”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부부금실에 이상전선은 있을 수 없다는 간곡한 표현이다.

이혜원씨는 특히 안정환의 코디네이터로 유명하다.

비싼 옷보다 안정환에게 꼭 어울리는 옷을 부지런히 사다 입히며 항상 깔끔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혜원씨의 미모와 뛰어난 패션감각 덕에 일본에서 동반 CF를 찍을 만큼 경제적인 내조(?)도 빠트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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