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생명 담보`펜싱협 중징계 가혹

입력 2006.01.08 (10:45) 수정 2006.01.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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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수술 후유증으로 대표팀 훈련을 소홀히한 국가대표 남현희[25]가 2년간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것과 관련해 과도한 처벌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펜싱협회는 6일 오후 마라톤 이사회 끝에 지난해 말 태릉선수촌에서 동계훈련 도중 성형수술을 받고 훈련을 소홀히한 남현희에게 향후 2년간 국내외 모든 대회 출전을 금지한다는 선고를 내렸다.
협회는 남현희가 코치진 몰래 성형 수술을 하고 훈련을 소홀히 했다면서 선수 개인을 생각하면 가슴 아픈 조치이지만 선수단 전체의 기강 확립과 다른 종목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원칙적인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중징계의 배경을 설명했다.
2005년 라이프치히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인 남현희는 이로써 2년간 검을 놓게 돼 선수생명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문제는 남현희의 잘못이 펜싱 사상 유례가 없는 이런 중징계를 받을 만큼 심각했느냐는 것이다.
국록을 받고 훈련을 하는 대표 선수가 규율을 어기고 훈련을 등한시한 것은 명백한 과오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훈련 소홀과 선수단 분위기를 해친 죄 치고는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만약 대표팀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으면 태극 마크만 반납하게 하면 그만일텐데 상습적 금지 약물 복용자에게 내려지는 징계 수위와 똑같은 2년 정지를 내렸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또 그동안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여러 차례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수확, 나라의 명예를 빛낸 선수에게 한번의 실수로 이처럼 심한 징계를 주는 것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과거 다른 스포츠에서 불거졌던 선수 징계 사례와 비교하면 펜싱 협회의 \'오버\'는 더 확연해진다.
그동안 농구와 야구 등 구기 종목에서는 경기장 안팎의 폭력에 연루돼 종목의 품위를 심각히 손상시킨 경우에도 1년 이상의 중징계는 나오지 않았다. 핸드볼, 양궁, 수영 등에서 과거 대표팀 훈련에 불만을 품고 무단 이탈한 선수들도 남현희처럼 선수 생명이 끊어질 정도로 무거운 처벌을 받은 예는 찾아볼 수 없다.
눈을 돌려 해외 스포츠에서는 금지 약물 복용이나 폭력, 인종차별 등과 결부된 경우에만 선수 생명이 끊길 정도의 중징계가 내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이 이렇기에 협회의 이번 결정이 선수 개인의 장래나 인권은 고려하지 않은 도를 넘어선 징계일 뿐 아니라 협회가 본보기를 세우기 위해 선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지적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 펜싱의 간판으로 군림하다 졸지에 선수 생활을 접을 위기에 놓인 남현희는 예상을 뛰어넘는 처벌 수위에 당혹스러운 심경을 토로했다.
소속팀 숙소에 머물며 간단한 체력 훈련을 하고 있는 남현희는 \"대표 선수로서 처신을 바르게 하지 못한 측면은 있지만 한 번 더 기회를 주면 더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현희는 \"아직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무 것도 모르겠다\"면서 \"소속팀 감독과 상의해 앞으로의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현희의 소속팀인 서울시청 조정형 감독도 이번 징계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협회와 상급 체육 기관에 이의 제기를 할 계획임을 분명히했다.
조 감독은 \"지금까지 많은 기여를 한 선수를 이런 식으로 내치다니 너무나 허탈하다\"면서 \"선수의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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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수생명 담보`펜싱협 중징계 가혹
    • 입력 2006-01-08 10:45:54
    • 수정2006-01-08 11:03:19
    연합뉴스
성형 수술 후유증으로 대표팀 훈련을 소홀히한 국가대표 남현희[25]가 2년간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것과 관련해 과도한 처벌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펜싱협회는 6일 오후 마라톤 이사회 끝에 지난해 말 태릉선수촌에서 동계훈련 도중 성형수술을 받고 훈련을 소홀히한 남현희에게 향후 2년간 국내외 모든 대회 출전을 금지한다는 선고를 내렸다. 협회는 남현희가 코치진 몰래 성형 수술을 하고 훈련을 소홀히 했다면서 선수 개인을 생각하면 가슴 아픈 조치이지만 선수단 전체의 기강 확립과 다른 종목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원칙적인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중징계의 배경을 설명했다. 2005년 라이프치히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인 남현희는 이로써 2년간 검을 놓게 돼 선수생명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문제는 남현희의 잘못이 펜싱 사상 유례가 없는 이런 중징계를 받을 만큼 심각했느냐는 것이다. 국록을 받고 훈련을 하는 대표 선수가 규율을 어기고 훈련을 등한시한 것은 명백한 과오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훈련 소홀과 선수단 분위기를 해친 죄 치고는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만약 대표팀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으면 태극 마크만 반납하게 하면 그만일텐데 상습적 금지 약물 복용자에게 내려지는 징계 수위와 똑같은 2년 정지를 내렸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또 그동안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여러 차례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수확, 나라의 명예를 빛낸 선수에게 한번의 실수로 이처럼 심한 징계를 주는 것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과거 다른 스포츠에서 불거졌던 선수 징계 사례와 비교하면 펜싱 협회의 \'오버\'는 더 확연해진다. 그동안 농구와 야구 등 구기 종목에서는 경기장 안팎의 폭력에 연루돼 종목의 품위를 심각히 손상시킨 경우에도 1년 이상의 중징계는 나오지 않았다. 핸드볼, 양궁, 수영 등에서 과거 대표팀 훈련에 불만을 품고 무단 이탈한 선수들도 남현희처럼 선수 생명이 끊어질 정도로 무거운 처벌을 받은 예는 찾아볼 수 없다. 눈을 돌려 해외 스포츠에서는 금지 약물 복용이나 폭력, 인종차별 등과 결부된 경우에만 선수 생명이 끊길 정도의 중징계가 내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이 이렇기에 협회의 이번 결정이 선수 개인의 장래나 인권은 고려하지 않은 도를 넘어선 징계일 뿐 아니라 협회가 본보기를 세우기 위해 선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지적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 펜싱의 간판으로 군림하다 졸지에 선수 생활을 접을 위기에 놓인 남현희는 예상을 뛰어넘는 처벌 수위에 당혹스러운 심경을 토로했다. 소속팀 숙소에 머물며 간단한 체력 훈련을 하고 있는 남현희는 \"대표 선수로서 처신을 바르게 하지 못한 측면은 있지만 한 번 더 기회를 주면 더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현희는 \"아직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무 것도 모르겠다\"면서 \"소속팀 감독과 상의해 앞으로의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현희의 소속팀인 서울시청 조정형 감독도 이번 징계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협회와 상급 체육 기관에 이의 제기를 할 계획임을 분명히했다. 조 감독은 \"지금까지 많은 기여를 한 선수를 이런 식으로 내치다니 너무나 허탈하다\"면서 \"선수의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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