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DJ 방북 연기’ 옳은 결정

입력 2006.06.22 (09:3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고대영 해설위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결국 북한 방문을 무기 연기했습니다.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 움직임이라는 돌출변수가 불거져 나온 마당에 북한 방문을 추진하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김 전 대통령 측은 북한이 방문 연기를 직접 통보해 오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북한이 이번 방문을 반기지 않았다는 징후는 이미 여러 차례 감지됐습니다.

북한은 이 달 초 방북 일정과 절차를 협의하자는 실무접촉 제의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또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광주에서 열린 6.15 행사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도 구체적인 협의를 꺼렸습니다.

방문 예정일이 일주일도 채 안 남았지만 가타부타 답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초청은 해 놓았지만 막상 성사시킬 의지는 없었던 것입니다.

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사일 시험 발사입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미국입니다.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하며 미국의 대응을 이끌어 내려는 마당에 김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예정대로 추진하면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판단의 저변에는 남북관계를 아무리 강화해 봐야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긴장을 한껏 고조시킨 뒤 협상 카드를 내밀고 미국과 직접 협상하면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대로 상황이 전개될 지는 의문입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의 파고는 예상보다 높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행동에 옮기면 도발행위로 간주하고 국제적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는 미사일 요격체제를 실전 태세로 전환하고 군사적 대응까지 검토한다는 외신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아직은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발사가 강행될 경우 마냥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핵 보유 선언을 한 북한이 운반 수단까지 확보하게 되면 대북 제재 동참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초래되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새 장을 연 장본인입니다. 북한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지적할 책무가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따라서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연기는 북한에 대한 꾸짖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해설] ‘DJ 방북 연기’ 옳은 결정
    • 입력 2006-06-22 09:29:26
    뉴스광장
[고대영 해설위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결국 북한 방문을 무기 연기했습니다.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 움직임이라는 돌출변수가 불거져 나온 마당에 북한 방문을 추진하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김 전 대통령 측은 북한이 방문 연기를 직접 통보해 오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북한이 이번 방문을 반기지 않았다는 징후는 이미 여러 차례 감지됐습니다. 북한은 이 달 초 방북 일정과 절차를 협의하자는 실무접촉 제의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또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광주에서 열린 6.15 행사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도 구체적인 협의를 꺼렸습니다. 방문 예정일이 일주일도 채 안 남았지만 가타부타 답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초청은 해 놓았지만 막상 성사시킬 의지는 없었던 것입니다. 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사일 시험 발사입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미국입니다.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하며 미국의 대응을 이끌어 내려는 마당에 김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예정대로 추진하면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판단의 저변에는 남북관계를 아무리 강화해 봐야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긴장을 한껏 고조시킨 뒤 협상 카드를 내밀고 미국과 직접 협상하면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대로 상황이 전개될 지는 의문입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의 파고는 예상보다 높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행동에 옮기면 도발행위로 간주하고 국제적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는 미사일 요격체제를 실전 태세로 전환하고 군사적 대응까지 검토한다는 외신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아직은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발사가 강행될 경우 마냥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핵 보유 선언을 한 북한이 운반 수단까지 확보하게 되면 대북 제재 동참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초래되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새 장을 연 장본인입니다. 북한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지적할 책무가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따라서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연기는 북한에 대한 꾸짖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슈

北 미사일 시험 발사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