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절대 안돼’ 伊 배수진 공격

입력 2006.07.05 (08:13) 수정 2006.07.0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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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승부차기까지 가선 안된다’

독일을 상대로 승부차기를 하는 일은 기필코 피하겠다는 마르첼로 리피 이탈리아 감독의 '배수진 공격 전술'이 이탈리아를 독일월드컵축구 결승으로 견인했다.
이탈리아 축구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화려한 공격보다 내실있는 수비를 지향하고 항상 지키려는 쪽에 가깝다.
그러나 5일(이하 한국시간) 도르트문트에서 펼쳐진 독일과 준결승에서 적어도 연장 전.후반 30분 간 이탈리아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이유는 승부차기 때문이었다.
독일은 골키퍼 옌스 레만(아스날)이 수훈을 세운 아르헨티나와 8강전 승부차기까지 역대 월드컵에서 승부차기 '4전 전승'을 달리는 팀이다.
반면 이탈리아는 3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1990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져 결승행이 좌절됐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결승에서 브라질에 승부차기 끝에 우승컵을 갖다바쳤다. '꽁지머리' 로베르토 바조의 실축이 두고두고 회자된 대회였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8강전에서도 프랑스와 득점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해 짐을 싸야 했다.
유럽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이 골문을 지키고 있지만 이탈리아 입장에서 승부차기는 '반드시 피하고 싶은 길'이었을만 하다.
전반 독일을 거세게 몰아붙인 이탈리아는 후반엔 공격이 뜸했다.
그러다 연장 전반 휘슬이 다시 울리자 갑자기 무차별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알베르트 질라르디노(AC밀란)와 잔루카 참브로타(유벤투스)의 슛이 연달아 골대를 맞고 나왔지만 이때부터 독일은 아주리군단의 파상공세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탈리아의 공격력이 배가된 것은 리피 감독이 미드필더 2명을 차례로 빼고 공격수들을 그 자리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연장 시작 무렵 미드필더 마우로 카모라네시(유벤투스) 대신 포워드 빈첸초 이아퀸타(우디네세)를 넣었고 연장 후반에 들어가기 직전 다시 오른쪽 미드필더 시모네 페로타(AS로마)를 빼고 백전노장 공격수 알레산드로 델피에로(유벤투스)를 투입했다.
중원에서 압박은 덜해졌지만 대신 전방에서 공격수 3∼4명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파비오 그로소(팔레르모)의 결승골과 델피에로의 추가골이 거짓말처럼 터져나왔다.
독일이 '승부차기 불패 신화'를 확신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순간 과감하게 '공격 앞으로'를 감행한 리피 감독의 용병술은 기막히게 적중했다.
마치 4년 전 거스 히딩크 감독이 공격수 4명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전술로 이탈리아에 기적같은 역전승을 일궈낸 것처럼 이번엔 리피의 도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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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부차기 절대 안돼’ 伊 배수진 공격
    • 입력 2006-07-05 08:12:00
    • 수정2006-07-05 09:03:50
    연합뉴스
‘절대로 승부차기까지 가선 안된다’ 독일을 상대로 승부차기를 하는 일은 기필코 피하겠다는 마르첼로 리피 이탈리아 감독의 '배수진 공격 전술'이 이탈리아를 독일월드컵축구 결승으로 견인했다. 이탈리아 축구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화려한 공격보다 내실있는 수비를 지향하고 항상 지키려는 쪽에 가깝다. 그러나 5일(이하 한국시간) 도르트문트에서 펼쳐진 독일과 준결승에서 적어도 연장 전.후반 30분 간 이탈리아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이유는 승부차기 때문이었다. 독일은 골키퍼 옌스 레만(아스날)이 수훈을 세운 아르헨티나와 8강전 승부차기까지 역대 월드컵에서 승부차기 '4전 전승'을 달리는 팀이다. 반면 이탈리아는 3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1990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져 결승행이 좌절됐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결승에서 브라질에 승부차기 끝에 우승컵을 갖다바쳤다. '꽁지머리' 로베르토 바조의 실축이 두고두고 회자된 대회였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8강전에서도 프랑스와 득점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해 짐을 싸야 했다. 유럽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이 골문을 지키고 있지만 이탈리아 입장에서 승부차기는 '반드시 피하고 싶은 길'이었을만 하다. 전반 독일을 거세게 몰아붙인 이탈리아는 후반엔 공격이 뜸했다. 그러다 연장 전반 휘슬이 다시 울리자 갑자기 무차별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알베르트 질라르디노(AC밀란)와 잔루카 참브로타(유벤투스)의 슛이 연달아 골대를 맞고 나왔지만 이때부터 독일은 아주리군단의 파상공세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탈리아의 공격력이 배가된 것은 리피 감독이 미드필더 2명을 차례로 빼고 공격수들을 그 자리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연장 시작 무렵 미드필더 마우로 카모라네시(유벤투스) 대신 포워드 빈첸초 이아퀸타(우디네세)를 넣었고 연장 후반에 들어가기 직전 다시 오른쪽 미드필더 시모네 페로타(AS로마)를 빼고 백전노장 공격수 알레산드로 델피에로(유벤투스)를 투입했다. 중원에서 압박은 덜해졌지만 대신 전방에서 공격수 3∼4명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파비오 그로소(팔레르모)의 결승골과 델피에로의 추가골이 거짓말처럼 터져나왔다. 독일이 '승부차기 불패 신화'를 확신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순간 과감하게 '공격 앞으로'를 감행한 리피 감독의 용병술은 기막히게 적중했다. 마치 4년 전 거스 히딩크 감독이 공격수 4명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전술로 이탈리아에 기적같은 역전승을 일궈낸 것처럼 이번엔 리피의 도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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