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건설노조 왜 백기 투항했나?

입력 2006.07.21 (07:25) 수정 2006.07.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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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사태가 8일만에 막을 내렸다.
그러면 그 동안 강경투쟁 일변도로 나갔던 건설노조가 불법 점거해 농성하던 포스코 본사에서 '백기투항'(?)에 가까운 자신 해산을 왜 선택했을까.
이는 무엇보다 노조원들이 오랜 농성으로 지친데다 포항시민의 분노 등 여론의 압박, 정부의 잇따른 강경 대응 선언 등에 따른 전의(戰意)를 상실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난 13일 포스코 본사를 기습 점거한 뒤 경찰의 진입에 맞서 화염방사기와 가스통 등으로 저항하고 "포스코가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다"며 강경 투쟁을 선언, 사태 장기화를 예고했던 것과는 다른 '의외의 결론'이 난 것이다.
건설노조는 포항전문건설협회와 단체협약 등에 대한 협상이 실패로 끝나자 지난 달 30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그 뒤 포스코 본사를 불법 점거하면서 민주노총 등 외부 노동단체 및 울산을 비롯한 다른 지역 노동조합의 지원을 업고 해산 직전까지도 계속 투쟁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게다가 이들 단체도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의 파업을 지원하는 대규모 집회를 잇따라 열면서 건설노조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파업과 포스코 본사 점거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자 이들에 대한 여론의 질책이 따갑기 시작했다.
더구나 상당수 포항시민은 "노조 파업으로 지역이 극도로 혼란하고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파업 여파가 심각하다"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찰은 지난 15일 포스코 본사에 경력을 전격 투입해 강제 진압 시도에 나섰고 정부도 불법 점거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잇따라 천명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에 노조원들이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경찰과 관련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최근 외부에서 농성 중인 건물 안으로 신문을 투입해 포스코 사태와 관련한 포항 시민들의 강력한 비난 여론을 전달한 것도 이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와 함께 오랜 파업으로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데다 포스코와 경찰이 건물에 단전과 단수 조치를 취하는 등 압박하면서 농성 환경이 열악해 진 것도 이들이 현장을 이탈토록 하는데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노조원들은 심리적으로 크게 동요하기 시작하자 노조집행부 등 포스코 점거사태 주동 세력들은 조합원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뒤 20일 밤에는 노조가 자진 해산한다는 발표가 나왔다가 이를 다시 번복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형국으로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에서 노조원 일부가 농성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했으며 집행부도 이를 적극 저지하지 않자 대부분의 농성 가담자들은 점거를 포기하고 이탈 대열에 속속 합류하면서 백기 투항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처럼 노조원 대부분이 점거 현장을 떠나자 투쟁을 이어갈 지지 세력을 잃은 노조집행부도 더 이상저항을 포기한 채 다른 노조원들과 함께 농성장을 빠져 나올 수 밖에 없었으며 바로 경찰에 검거됐다.
포항건설노조가 8일동안 국가기간사업인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사상 초유의 사태는 이처럼 소득없이상처만 남긴 채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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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 건설노조 왜 백기 투항했나?
    • 입력 2006-07-21 07:25:49
    • 수정2006-07-21 09:13:00
    연합뉴스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사태가 8일만에 막을 내렸다. 그러면 그 동안 강경투쟁 일변도로 나갔던 건설노조가 불법 점거해 농성하던 포스코 본사에서 '백기투항'(?)에 가까운 자신 해산을 왜 선택했을까. 이는 무엇보다 노조원들이 오랜 농성으로 지친데다 포항시민의 분노 등 여론의 압박, 정부의 잇따른 강경 대응 선언 등에 따른 전의(戰意)를 상실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난 13일 포스코 본사를 기습 점거한 뒤 경찰의 진입에 맞서 화염방사기와 가스통 등으로 저항하고 "포스코가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다"며 강경 투쟁을 선언, 사태 장기화를 예고했던 것과는 다른 '의외의 결론'이 난 것이다. 건설노조는 포항전문건설협회와 단체협약 등에 대한 협상이 실패로 끝나자 지난 달 30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그 뒤 포스코 본사를 불법 점거하면서 민주노총 등 외부 노동단체 및 울산을 비롯한 다른 지역 노동조합의 지원을 업고 해산 직전까지도 계속 투쟁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게다가 이들 단체도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의 파업을 지원하는 대규모 집회를 잇따라 열면서 건설노조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파업과 포스코 본사 점거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자 이들에 대한 여론의 질책이 따갑기 시작했다. 더구나 상당수 포항시민은 "노조 파업으로 지역이 극도로 혼란하고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파업 여파가 심각하다"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찰은 지난 15일 포스코 본사에 경력을 전격 투입해 강제 진압 시도에 나섰고 정부도 불법 점거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잇따라 천명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에 노조원들이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경찰과 관련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최근 외부에서 농성 중인 건물 안으로 신문을 투입해 포스코 사태와 관련한 포항 시민들의 강력한 비난 여론을 전달한 것도 이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와 함께 오랜 파업으로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데다 포스코와 경찰이 건물에 단전과 단수 조치를 취하는 등 압박하면서 농성 환경이 열악해 진 것도 이들이 현장을 이탈토록 하는데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노조원들은 심리적으로 크게 동요하기 시작하자 노조집행부 등 포스코 점거사태 주동 세력들은 조합원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뒤 20일 밤에는 노조가 자진 해산한다는 발표가 나왔다가 이를 다시 번복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형국으로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에서 노조원 일부가 농성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했으며 집행부도 이를 적극 저지하지 않자 대부분의 농성 가담자들은 점거를 포기하고 이탈 대열에 속속 합류하면서 백기 투항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처럼 노조원 대부분이 점거 현장을 떠나자 투쟁을 이어갈 지지 세력을 잃은 노조집행부도 더 이상저항을 포기한 채 다른 노조원들과 함께 농성장을 빠져 나올 수 밖에 없었으며 바로 경찰에 검거됐다. 포항건설노조가 8일동안 국가기간사업인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사상 초유의 사태는 이처럼 소득없이상처만 남긴 채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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