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건설노조 지도부에 내부 비난 빗발

입력 2006.07.2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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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째 포항 포스코 본사를 불법 점거하다 21일 새벽 해산한 건설노조원들 사이에선 지도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노조원들은 "자기네들이 살려고 (노조원들을) 못 나가게 했다", "다들 나가려고 하는데 왜 막는지 모르겠다"며 지도부를 직접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또 지도부가 점거농성을 장기전으로 이끄는 과정에서 환자들까지 이탈을 제지했고, "잘못 보이면 일감을 주지 않겠다"며 점거 참여 노조원들의 이탈을 막았다는 진술마저 나왔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과 지도부 사이에 충돌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노조원은 "집행부 장난에 놀아났다"며 "위원장이 패배를 시인한 뒤 내려가려는데 경찰이 모두 진압.검거한다는 소문이 났던 것은 집행부가 자신들이 검거되는 것이 싫어서 조작했던 것"이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또 다른 노조원은 "관절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돼 약을 먹어야 하는데 약이 떨어져 너무 고통스러웠다"면서 "16일부터 나오려 했지만 집행부가 막아 나올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노조원은 자신과 같이 아파도 나오지 못했던 노조원들이 상당수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노조원은 "지옥에서 탈출한 기분"이라며 "일부 과격파들이 건물에 불을 질러 (점거 농성장에 있던) 2천명이 떼죽음할까 봐 그 동안 너무 두려웠다"고 말했다.
점거사태 이후 노조원들의 이탈사태가 계속되자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노조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노조원들의 이탈을 막았다는 진술도 있었다.
노조원들은 몰래 나가는 노조원들이 생기자 지도부는 사수대와 실천단을 구성해 건물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길목을 지키게 해 20일 새벽에는 아래로 내려오던 한 노조원이 사수대의 파이프에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리며 1층 로비에 나타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농성장을 벗어나려던 노조원들은 이 같은 `강성 노조원'을 피해 배관구멍이나 서류 운반용 엘리베이터 속을 기어 내려오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노조원들의 해산을 막아온 집행부가 21일 새벽 해산과정에선 평 노조원들과 함께 현장을 벗어난 것과 관련, 한 노조원은 "배신당한 느낌"이라며 "대세가 기운다고 그렇게 행동할 거면서 왜 그렇게 못 내려가도록 막았는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집행부가 일감을 무기로 노조원의 이탈을 막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조원 김모는 "끝까지 못 싸워줘서 미안하긴 한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게 아니겠느냐"며 "집행부로부터 '잘못 보이면 앞으론 일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당했다"고 전했다.
한편 건설노조 지도부가 이번 검거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흔적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노조 해산 직후 경찰에 의해 공개된 포스코 본사 5층의 경우 라면 40-50여 박스와 생수 100박스, 두루마리 휴지 10박스 등이 남아 있었다고 현장을 둘러본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 점거건물 위쪽에 별도의 식량창고가 있었다는 노조원의 진술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준비상황으로만 보면 장기전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면서 "무더운 날씨에 단전.단수가 되면서 노조원들이 버티는데 상당히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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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건설노조 지도부에 내부 비난 빗발
    • 입력 2006-07-21 10:54:01
    연합뉴스
9일째 포항 포스코 본사를 불법 점거하다 21일 새벽 해산한 건설노조원들 사이에선 지도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노조원들은 "자기네들이 살려고 (노조원들을) 못 나가게 했다", "다들 나가려고 하는데 왜 막는지 모르겠다"며 지도부를 직접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또 지도부가 점거농성을 장기전으로 이끄는 과정에서 환자들까지 이탈을 제지했고, "잘못 보이면 일감을 주지 않겠다"며 점거 참여 노조원들의 이탈을 막았다는 진술마저 나왔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과 지도부 사이에 충돌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노조원은 "집행부 장난에 놀아났다"며 "위원장이 패배를 시인한 뒤 내려가려는데 경찰이 모두 진압.검거한다는 소문이 났던 것은 집행부가 자신들이 검거되는 것이 싫어서 조작했던 것"이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또 다른 노조원은 "관절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돼 약을 먹어야 하는데 약이 떨어져 너무 고통스러웠다"면서 "16일부터 나오려 했지만 집행부가 막아 나올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노조원은 자신과 같이 아파도 나오지 못했던 노조원들이 상당수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노조원은 "지옥에서 탈출한 기분"이라며 "일부 과격파들이 건물에 불을 질러 (점거 농성장에 있던) 2천명이 떼죽음할까 봐 그 동안 너무 두려웠다"고 말했다. 점거사태 이후 노조원들의 이탈사태가 계속되자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노조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노조원들의 이탈을 막았다는 진술도 있었다. 노조원들은 몰래 나가는 노조원들이 생기자 지도부는 사수대와 실천단을 구성해 건물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길목을 지키게 해 20일 새벽에는 아래로 내려오던 한 노조원이 사수대의 파이프에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리며 1층 로비에 나타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농성장을 벗어나려던 노조원들은 이 같은 `강성 노조원'을 피해 배관구멍이나 서류 운반용 엘리베이터 속을 기어 내려오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노조원들의 해산을 막아온 집행부가 21일 새벽 해산과정에선 평 노조원들과 함께 현장을 벗어난 것과 관련, 한 노조원은 "배신당한 느낌"이라며 "대세가 기운다고 그렇게 행동할 거면서 왜 그렇게 못 내려가도록 막았는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집행부가 일감을 무기로 노조원의 이탈을 막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조원 김모는 "끝까지 못 싸워줘서 미안하긴 한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게 아니겠느냐"며 "집행부로부터 '잘못 보이면 앞으론 일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당했다"고 전했다. 한편 건설노조 지도부가 이번 검거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흔적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노조 해산 직후 경찰에 의해 공개된 포스코 본사 5층의 경우 라면 40-50여 박스와 생수 100박스, 두루마리 휴지 10박스 등이 남아 있었다고 현장을 둘러본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 점거건물 위쪽에 별도의 식량창고가 있었다는 노조원의 진술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준비상황으로만 보면 장기전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면서 "무더운 날씨에 단전.단수가 되면서 노조원들이 버티는데 상당히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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