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연 하버드대 공대 교수

입력 2006.07.28 (11:18) 수정 2006.07.28 (13:0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어린애가 모래 장난을 하며 창의성을 기르는 간이 놀이터를 미국에서는 '샌드박스(모래상자)'라고 부릅니다. 한국은 세계 IT(정보기술) 연구자들에게 이 샌드박스처럼 흥미로운 곳입니다.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등 최신 기술을 국내에서 실험한 뒤 이를 해외로 수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최근 방한한 재미(在美) 한인 과학자인 위구연(34) 하버드대 공대 교수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등 관련 기업이 널리 알려지면서 해외 학계에서 한국 IT 기술의 위상이 만만치 않게 커졌다"며 이처럼 말했다.
위 교수의 연구 주제는 컴퓨터 프로세서 칩의 회로 설계를 바꿔 전력 소모량을 낮추고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노트북 PC와 스마트폰 등 고성능 휴대용 기기가 인기를 얻으면서 최근 IT 업계에서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분야다.
위 교수는 한국IBM의 초청으로 차세대 프로세서 칩에 대해 강연을 하기 위해 24일 일주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하버드대에 한인 교수들이 적지 않은데
▲ 이공계 분야는 같은 공대에 함돈희 교수(국내 연구자 출신으로 28세에 교수 임용을 받아 화제가 된 바 있음), 화학과의 박홍근 교수 등이 있고 메디컬스쿨(의학대학원)까지 친다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다들 바빠서 한인 교수끼리 만나는 기회가 거의 없다.
--연구 주제에 대해 소개해달라
▲ 프로세서 칩이 90나노미터(nm)에서 65nm, 45nm 등 초미세 공정으로 가면서 전력 소모와 발열을 조절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졌다. 칩의 전력 효율(Energy Efficiency)을 높이고 동시에 칩 안의 수많은 트랜지스터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프로세서와 메모리 칩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개선해 처리 속도를 높이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극미세(마이크로) 상황에서 데이터를 옮기는 것이라 여기서 속도를 높인다는 것이 큰 과제다.
칩만큼이나 작은 센서를 개발, 이를 건물에 부착해 안전 장치 등으로 쓰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센서 내 회로의 전력 효율을 최대한으로 해 이를 반 영구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해외 학계에서 볼 때 한국 IT의 수준은
▲ 상당히 뛰어나다. 한국은 샌드박스 같은 존재다. 아이들이 상자 안에서 모래 장난을 하며 창의성을 쌓듯, 한국은 DMB 등 신기술을 국내에서 실험한 뒤 이를 다시 해외로 수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가 반도체 분야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산ㆍ학 양 영역에서 발표되는 논문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을 미국에서도 크게 느끼나
▲ 하버드대는 공대 학부를 나와도 동일 계열로 대학원을 가는 학생이 절반이 안된다. 주로 돈을 많이 주는 금융계나 컨설팅 쪽에 취업을 한다.
나 같은 교수들이 그런 인재를 붙잡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한국처럼)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오는 경우는 없다. 미국은 그나마 해외에서 오는 연구 인력이 많아 상황이 낫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연구자들에게 미흡한 점이라면
▲ 내 연구실에도 한국인 학생이 2명 있다. 영어는 다들 잘하고 전혀 문제가 안된다. 흠이라면 대만 등 동양계 학생의 전반적인 추세이기도 한 데,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연구주제를 찾기 전 교수가 먼저 일을 시켜주기를 바란다는 인상이다. 서양 학생들은 이에 비해 굉장히 활발하고 교수에게 이론적으로 '틀렸다'며 적극 반박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국 기업과 공동 연구를 하는가
▲ 아직은 없고 몇몇 한국 반도체 업체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인텔과 IBM 등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특허 등 지적재산권(IP) 문제 때문에 개인적으로 공동연구보다는 (기업으로부터의) 연구비 지원을 선호한다.
--인텔과 IBM으로부터 연구비 받는 분야는
▲ 두 업체 다 칩과 칩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개선해 처리 속도를 높이는 연구에 대해 돈을 받고 있다.
--향후 5년 내 학자로서의 목표는
▲ 말하기 힘들다. 폭넓게 연구하는 것을 일단 좋아하니 계속 이 일을 했으면 한다. 2년 안에 있는 정년(Tenure) 심사를 통과했으면 하는 생각은 있다. 아직 미혼이니 결혼도 목표라면 목표다(웃음).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위구연 하버드대 공대 교수
    • 입력 2006-07-28 11:17:32
    • 수정2006-07-28 13:06:41
    연합뉴스
"어린애가 모래 장난을 하며 창의성을 기르는 간이 놀이터를 미국에서는 '샌드박스(모래상자)'라고 부릅니다. 한국은 세계 IT(정보기술) 연구자들에게 이 샌드박스처럼 흥미로운 곳입니다.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등 최신 기술을 국내에서 실험한 뒤 이를 해외로 수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최근 방한한 재미(在美) 한인 과학자인 위구연(34) 하버드대 공대 교수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등 관련 기업이 널리 알려지면서 해외 학계에서 한국 IT 기술의 위상이 만만치 않게 커졌다"며 이처럼 말했다. 위 교수의 연구 주제는 컴퓨터 프로세서 칩의 회로 설계를 바꿔 전력 소모량을 낮추고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노트북 PC와 스마트폰 등 고성능 휴대용 기기가 인기를 얻으면서 최근 IT 업계에서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분야다. 위 교수는 한국IBM의 초청으로 차세대 프로세서 칩에 대해 강연을 하기 위해 24일 일주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하버드대에 한인 교수들이 적지 않은데 ▲ 이공계 분야는 같은 공대에 함돈희 교수(국내 연구자 출신으로 28세에 교수 임용을 받아 화제가 된 바 있음), 화학과의 박홍근 교수 등이 있고 메디컬스쿨(의학대학원)까지 친다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다들 바빠서 한인 교수끼리 만나는 기회가 거의 없다. --연구 주제에 대해 소개해달라 ▲ 프로세서 칩이 90나노미터(nm)에서 65nm, 45nm 등 초미세 공정으로 가면서 전력 소모와 발열을 조절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졌다. 칩의 전력 효율(Energy Efficiency)을 높이고 동시에 칩 안의 수많은 트랜지스터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프로세서와 메모리 칩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개선해 처리 속도를 높이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극미세(마이크로) 상황에서 데이터를 옮기는 것이라 여기서 속도를 높인다는 것이 큰 과제다. 칩만큼이나 작은 센서를 개발, 이를 건물에 부착해 안전 장치 등으로 쓰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센서 내 회로의 전력 효율을 최대한으로 해 이를 반 영구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해외 학계에서 볼 때 한국 IT의 수준은 ▲ 상당히 뛰어나다. 한국은 샌드박스 같은 존재다. 아이들이 상자 안에서 모래 장난을 하며 창의성을 쌓듯, 한국은 DMB 등 신기술을 국내에서 실험한 뒤 이를 다시 해외로 수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가 반도체 분야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산ㆍ학 양 영역에서 발표되는 논문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을 미국에서도 크게 느끼나 ▲ 하버드대는 공대 학부를 나와도 동일 계열로 대학원을 가는 학생이 절반이 안된다. 주로 돈을 많이 주는 금융계나 컨설팅 쪽에 취업을 한다. 나 같은 교수들이 그런 인재를 붙잡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한국처럼)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오는 경우는 없다. 미국은 그나마 해외에서 오는 연구 인력이 많아 상황이 낫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연구자들에게 미흡한 점이라면 ▲ 내 연구실에도 한국인 학생이 2명 있다. 영어는 다들 잘하고 전혀 문제가 안된다. 흠이라면 대만 등 동양계 학생의 전반적인 추세이기도 한 데,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연구주제를 찾기 전 교수가 먼저 일을 시켜주기를 바란다는 인상이다. 서양 학생들은 이에 비해 굉장히 활발하고 교수에게 이론적으로 '틀렸다'며 적극 반박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국 기업과 공동 연구를 하는가 ▲ 아직은 없고 몇몇 한국 반도체 업체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인텔과 IBM 등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특허 등 지적재산권(IP) 문제 때문에 개인적으로 공동연구보다는 (기업으로부터의) 연구비 지원을 선호한다. --인텔과 IBM으로부터 연구비 받는 분야는 ▲ 두 업체 다 칩과 칩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개선해 처리 속도를 높이는 연구에 대해 돈을 받고 있다. --향후 5년 내 학자로서의 목표는 ▲ 말하기 힘들다. 폭넓게 연구하는 것을 일단 좋아하니 계속 이 일을 했으면 한다. 2년 안에 있는 정년(Tenure) 심사를 통과했으면 하는 생각은 있다. 아직 미혼이니 결혼도 목표라면 목표다(웃음).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