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길러도 되나?

입력 2000.10.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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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생들의 두발 자유화 논쟁이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최근 두발자유화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학생 10만명이 참여하고 거리시위까지 이어지자 교육부가 급기야 오늘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합니다.
안세득 기자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기자: 청소년연대 두발제한철폐운동 사이트입니다.
두발자유화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다섯 달 만에 중고생 9만 7000여 명이 서명했습니다.
전국 중고등학생연합소속 학생들은 서울 시내에서 여러 차례 거리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육이은(중고등학생연합 공동대표): 학생들 두발문제는 개인의 인권문제입니다.
교장선생님이라고 해도 함부로 할 수 없다고 봅니다.
⊙기자: 실제로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서는 두발을 철저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남학생은 3cm, 여학생은 귀밑 5cm를 넘을 수 없습니다.
규정대로 라면 남학생은 스포츠형 머리, 여학생은 단발머리밖에 허용되지 않습니다.
⊙김영석(학생부 교사): 자기를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보는 거죠, 아직은 학생이니까.
⊙기자: 그러나 학생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많은 학생들은 규제를 무릅쓰고 머리를 길게 기르며 가벼운 퍼머로 멋을 내기도 합니다.
또 티나지 않게 머리를 염색하기도 합니다.
⊙정이근(고등학교 2학년): 예쁜 여자 언니들이 염색하고 있으면 되게 더 예뻐 보이잖아요.
그러면 저희도 괜히 아, 나도 저렇게 하면 더 예쁠 수 있겠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최인영(고등학교 2학년): 짧은 머리에서 어떻게 보일까 신경 쓰인 가운데서 공부가 안 될 것 같은데요.
⊙기자: 일부 학교에서는 이런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서울 장승중학교에서는 남학생의 머리가 10cm가 넘고 여학생은 30cm가 넘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개성에 따라 머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단 염색과 파마, 보기 흉한 스타일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규제는 지난 해 학생들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송형세(서울 장승중학교 학생부장): 자유화라기보다는 학생들 스스로가 자기 얼굴 체형에 맞도록 자율적으로 자기들의 머리를 가꾸는 거죠.
그러니까 보시다시피 긴 학생도 있고 짧은 학생도 있죠.
⊙기자: 이 학교 학생들은 스스로 두발 규정을 제정한만큼 규제도 스스로 합니다.
⊙정현석(장승중학교 학생회장): 저희가 만든 규정이니까 저희 학생들끼리 서로 감시자가 되어서 너 머리 좀 이상하지 않냐 하면서 서로 충고해 주고 그래요.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두발 자율화도 장승중학교 모델과 같습니다.
교육부는 오늘 전국 시도교육청의 중등 교육과장 회의를 열고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 두발 규정을 바꾸도록 권고했습니다.
⊙송영섭(교육부 학교정책과장):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지킬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서 지키도록 그런 목적이 있습니다.
⊙기자: 올 가을 많은 중고등학교가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거나 설문조사를 통해 새로운 복장, 두발 규정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고등학생들의 머리가 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KBS뉴스 안세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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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 길러도 되나?
    • 입력 2000-10-04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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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생들의 두발 자유화 논쟁이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최근 두발자유화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학생 10만명이 참여하고 거리시위까지 이어지자 교육부가 급기야 오늘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합니다. 안세득 기자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기자: 청소년연대 두발제한철폐운동 사이트입니다. 두발자유화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다섯 달 만에 중고생 9만 7000여 명이 서명했습니다. 전국 중고등학생연합소속 학생들은 서울 시내에서 여러 차례 거리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육이은(중고등학생연합 공동대표): 학생들 두발문제는 개인의 인권문제입니다. 교장선생님이라고 해도 함부로 할 수 없다고 봅니다. ⊙기자: 실제로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서는 두발을 철저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남학생은 3cm, 여학생은 귀밑 5cm를 넘을 수 없습니다. 규정대로 라면 남학생은 스포츠형 머리, 여학생은 단발머리밖에 허용되지 않습니다. ⊙김영석(학생부 교사): 자기를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보는 거죠, 아직은 학생이니까. ⊙기자: 그러나 학생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많은 학생들은 규제를 무릅쓰고 머리를 길게 기르며 가벼운 퍼머로 멋을 내기도 합니다. 또 티나지 않게 머리를 염색하기도 합니다. ⊙정이근(고등학교 2학년): 예쁜 여자 언니들이 염색하고 있으면 되게 더 예뻐 보이잖아요. 그러면 저희도 괜히 아, 나도 저렇게 하면 더 예쁠 수 있겠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최인영(고등학교 2학년): 짧은 머리에서 어떻게 보일까 신경 쓰인 가운데서 공부가 안 될 것 같은데요. ⊙기자: 일부 학교에서는 이런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서울 장승중학교에서는 남학생의 머리가 10cm가 넘고 여학생은 30cm가 넘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개성에 따라 머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단 염색과 파마, 보기 흉한 스타일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규제는 지난 해 학생들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송형세(서울 장승중학교 학생부장): 자유화라기보다는 학생들 스스로가 자기 얼굴 체형에 맞도록 자율적으로 자기들의 머리를 가꾸는 거죠. 그러니까 보시다시피 긴 학생도 있고 짧은 학생도 있죠. ⊙기자: 이 학교 학생들은 스스로 두발 규정을 제정한만큼 규제도 스스로 합니다. ⊙정현석(장승중학교 학생회장): 저희가 만든 규정이니까 저희 학생들끼리 서로 감시자가 되어서 너 머리 좀 이상하지 않냐 하면서 서로 충고해 주고 그래요.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두발 자율화도 장승중학교 모델과 같습니다. 교육부는 오늘 전국 시도교육청의 중등 교육과장 회의를 열고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 두발 규정을 바꾸도록 권고했습니다. ⊙송영섭(교육부 학교정책과장):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지킬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서 지키도록 그런 목적이 있습니다. ⊙기자: 올 가을 많은 중고등학교가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거나 설문조사를 통해 새로운 복장, 두발 규정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고등학생들의 머리가 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KBS뉴스 안세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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