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호, 종료 직전 실점 ‘통한의 무승부’

입력 2006.09.02 (22:06) 수정 2006.09.02 (23:5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베어벡호가 다시 상암벌을 뒤흔든 붉은 함성을 등에 업고 아시아의 최대 난적 이란을 침몰시킬 뻔 했지만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동점골을 허용해 무승부에 그쳤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축구 예선 B조 이란과 경기에서 전반 45분 터진 설기현의 헤딩 선제골로 앞서 나갔으나 후반 45분 바히드 하세미안에게 뼈아픈 동점골을 내줘 1-1로 비겼다.
2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 한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한국의 박지성이 이란 문전으로 돌진 하고 있다.[연합뉴스]

다잡은 듯 했던 승리를 놓친 베어벡호는 출범 이후 1승1무가 됐고 한국은 이란과 역대전적에서 8승4무7패를 기록했다.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향한 최대 고비를 무승부로 마감한 한국은 예선 2승1무(승점 7)로 B조 선두를 유지했고 이란은 1승2무(승점 5)가 됐다.
한국 김상식이 이란 하세미안 바히드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연합뉴스]

월드컵의 열기를 되살린 6만3천여 팬들의 환호 속에 89분 간 승전가가 메아리쳤으나 마지막 순간에 허를 찔렸다.
예상과 달리 박지성을 왼쪽 윙포워드로 놓고 김두현을 공격형 미드필더에 세운 베어벡 감독은 이란의 투톱 알리 카리미, 바히드 하세미안을 중앙수비수로 변신시킨 김동진에게 묶게 하고 이영표에게 왼쪽 측면 침투를 맡겼다. 수문장은 이운재 대신 김영광이 섰다.
이란은 역시 쉽지 않은 상대였다. 전반 내내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15분까지 양팀이 탐색전을 하느라 이렇다 할 상황이 없었다. '대~한민국'을 외치던 팬들도 숨을 죽이며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한국의 박지성이 이란 문전 앞에서 공을 트래핑하고 하고 있다.[연합뉴스]

돌파구를 연 주인공은 '3호 프리미어리거' 설기현이었다.
오른쪽 윙포워드로 나선 설기현은 송종국과 호흡을 맞춰 쉴새없이 측면으로 침투했다. 이란 수비수 두 세 명을 끌고 다니며 측면을 휘젓자 숨쉬기도 힘들만큼 빡빡하던 중앙에도 서서히 틈이 보였다. 그 틈을 박지성이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한국의 송종국이 이란 수비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연합뉴스]

설기현은 18분과 30분, 36분 오른쪽을 완전히 허물고 크로스를 올렸으나 원톱 조재진의 머리에 명중되진 않았다.
전반 25분 카리미에게 문전을 돌파당해 아찔한 위기를 맞았다. 맘놓고 때린 왼발 슛이 오른쪽으로 휘어져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반이 마무리될 무렵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 축포가 터졌다.
전반 45분 미드필더 오른쪽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을 김두현이 오른발로 가볍게 감아찼다. 순간 큰 키(184㎝)를 살려 돌고래처럼 솟구친 설기현은 공중전에서 이란 수비수 마무드 파크리를 한 뼘 차 이상 제압한 뒤 머리를 왼쪽으로 돌려 정확히 옆 이마로 볼을 맞췄다.
한국 설기현이 김두현의 프리킥을 받아 헤딩슛을 성공시키고 있다.[연합뉴스]

설기현(가운데)이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자 동료들이 축하해주고 있다.[연합뉴스]

설기현의 고공 헤딩슛은 바운드를 튀기면서 더 빨라져 이란의 골문 왼쪽을 세차게 갈랐다. 이란 골키퍼 에브라힘 미르자푸르가 몸을 날렸으나 이미 볼은 그물을 출렁인 뒤였다.
후반 초반 김동진의 육탄 수비로 이란의 역습을 봉쇄한 베어벡호는 박지성이 후반 16분 왼쪽 골라인에서 몸을 던진 인터셉트와 라인을 타고 들어가는 드리블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22분 조재진의 터닝슛이 골키퍼 손에 걸린 뒤 이호가 대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후반 25분 공격 2선에 있던 이호는 볼이 뒤로 흐르자 두 번 트래핑한 뒤 오버헤드킥을 날렸다. 골 포스트를 살짝 빗나갔지만 환상적인 묘기였다.
한국의 박지성이 이란의 이중 수비를 뚫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을용과 조원희를 교체 투입한 베어벡호는 결승골 지키기에 나섰지만 1분을 놓치고 말았다.
후반 막판 수세에 올린 한국은 종료 직전 최종 수비라인과 골키퍼 김영광의 호흡이 맞지않아 어정쩡한 공간을 내줬다.
분데스리가에서 잔뼈가 굵은 이란 골잡이 하세미안을 이를 놓치지 않고 볼을 낚아채 골문을 비우고 나온 김영광의 뒤로 로빙슛을 때려 동점골을 꽂았다.
곧바로 주심이 휘슬을 불었고 베어벡호의 짜릿한 승리는 허망하게 날아갔다.
한국 이호가 이란 문전에서 헤딩슛을 시도하다 골키퍼와 충돌하고 있다.[연합뉴스]

이호가 이란 문전에서 오버헤드 킥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종료전 동점골을 허용해 승리를 빼앗긴 한국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베어벡호, 종료 직전 실점 ‘통한의 무승부’
    • 입력 2006-09-02 22:06:22
    • 수정2006-09-02 23:53:41
    연합뉴스
베어벡호가 다시 상암벌을 뒤흔든 붉은 함성을 등에 업고 아시아의 최대 난적 이란을 침몰시킬 뻔 했지만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동점골을 허용해 무승부에 그쳤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축구 예선 B조 이란과 경기에서 전반 45분 터진 설기현의 헤딩 선제골로 앞서 나갔으나 후반 45분 바히드 하세미안에게 뼈아픈 동점골을 내줘 1-1로 비겼다.
2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 한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한국의 박지성이 이란 문전으로 돌진 하고 있다.[연합뉴스]
다잡은 듯 했던 승리를 놓친 베어벡호는 출범 이후 1승1무가 됐고 한국은 이란과 역대전적에서 8승4무7패를 기록했다.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향한 최대 고비를 무승부로 마감한 한국은 예선 2승1무(승점 7)로 B조 선두를 유지했고 이란은 1승2무(승점 5)가 됐다.
한국 김상식이 이란 하세미안 바히드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연합뉴스]
월드컵의 열기를 되살린 6만3천여 팬들의 환호 속에 89분 간 승전가가 메아리쳤으나 마지막 순간에 허를 찔렸다. 예상과 달리 박지성을 왼쪽 윙포워드로 놓고 김두현을 공격형 미드필더에 세운 베어벡 감독은 이란의 투톱 알리 카리미, 바히드 하세미안을 중앙수비수로 변신시킨 김동진에게 묶게 하고 이영표에게 왼쪽 측면 침투를 맡겼다. 수문장은 이운재 대신 김영광이 섰다. 이란은 역시 쉽지 않은 상대였다. 전반 내내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15분까지 양팀이 탐색전을 하느라 이렇다 할 상황이 없었다. '대~한민국'을 외치던 팬들도 숨을 죽이며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한국의 박지성이 이란 문전 앞에서 공을 트래핑하고 하고 있다.[연합뉴스]
돌파구를 연 주인공은 '3호 프리미어리거' 설기현이었다. 오른쪽 윙포워드로 나선 설기현은 송종국과 호흡을 맞춰 쉴새없이 측면으로 침투했다. 이란 수비수 두 세 명을 끌고 다니며 측면을 휘젓자 숨쉬기도 힘들만큼 빡빡하던 중앙에도 서서히 틈이 보였다. 그 틈을 박지성이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한국의 송종국이 이란 수비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연합뉴스]
설기현은 18분과 30분, 36분 오른쪽을 완전히 허물고 크로스를 올렸으나 원톱 조재진의 머리에 명중되진 않았다. 전반 25분 카리미에게 문전을 돌파당해 아찔한 위기를 맞았다. 맘놓고 때린 왼발 슛이 오른쪽으로 휘어져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반이 마무리될 무렵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 축포가 터졌다. 전반 45분 미드필더 오른쪽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을 김두현이 오른발로 가볍게 감아찼다. 순간 큰 키(184㎝)를 살려 돌고래처럼 솟구친 설기현은 공중전에서 이란 수비수 마무드 파크리를 한 뼘 차 이상 제압한 뒤 머리를 왼쪽으로 돌려 정확히 옆 이마로 볼을 맞췄다.
한국 설기현이 김두현의 프리킥을 받아 헤딩슛을 성공시키고 있다.[연합뉴스]
설기현(가운데)이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자 동료들이 축하해주고 있다.[연합뉴스]
설기현의 고공 헤딩슛은 바운드를 튀기면서 더 빨라져 이란의 골문 왼쪽을 세차게 갈랐다. 이란 골키퍼 에브라힘 미르자푸르가 몸을 날렸으나 이미 볼은 그물을 출렁인 뒤였다. 후반 초반 김동진의 육탄 수비로 이란의 역습을 봉쇄한 베어벡호는 박지성이 후반 16분 왼쪽 골라인에서 몸을 던진 인터셉트와 라인을 타고 들어가는 드리블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22분 조재진의 터닝슛이 골키퍼 손에 걸린 뒤 이호가 대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후반 25분 공격 2선에 있던 이호는 볼이 뒤로 흐르자 두 번 트래핑한 뒤 오버헤드킥을 날렸다. 골 포스트를 살짝 빗나갔지만 환상적인 묘기였다.
한국의 박지성이 이란의 이중 수비를 뚫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을용과 조원희를 교체 투입한 베어벡호는 결승골 지키기에 나섰지만 1분을 놓치고 말았다. 후반 막판 수세에 올린 한국은 종료 직전 최종 수비라인과 골키퍼 김영광의 호흡이 맞지않아 어정쩡한 공간을 내줬다. 분데스리가에서 잔뼈가 굵은 이란 골잡이 하세미안을 이를 놓치지 않고 볼을 낚아채 골문을 비우고 나온 김영광의 뒤로 로빙슛을 때려 동점골을 꽂았다. 곧바로 주심이 휘슬을 불었고 베어벡호의 짜릿한 승리는 허망하게 날아갔다.
한국 이호가 이란 문전에서 헤딩슛을 시도하다 골키퍼와 충돌하고 있다.[연합뉴스]
이호가 이란 문전에서 오버헤드 킥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종료전 동점골을 허용해 승리를 빼앗긴 한국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