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발전노조 파업철회 의미

입력 2006.09.05 (07:50) 수정 2006.09.0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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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해설위원]

어제 새벽 전면파업에 들어갔던 한국전력 산하 발전회사 노조가 반나절만에 파업을 철회했습니다. 파업노조원들은 오늘 오전 9시까지 전원이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어서 전력대란의 우려는 말끔히 씻어졌습니다. 정말 다행스런 일입니다.

경제가 어려운 때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결정 조차 무시한 불법파업 돌입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던 참이어서 노조의 결정을 더욱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갑작스런 파업 철회 배경으론 우선 발전회사 통합 등의 요구가 시대적 추세나 정부정책에 역행하는 것으로 노사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명분이 약했다는 지적입니다.

또 적지 않은 월급에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이들이 경제가 어려운 때 전력을 볼모로 해 불법파업을 벌이는 데 대한 부정적 여론도 큰 이유일 것입니다.

아울러 노조원들의 낮은 파업참가율 등도 결정적인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하지만 비슷한 악조건에서도 과거 파업이 끝까지 진행됐던 경우를 볼 때 이번 발전노조의 신속한 파업철회 결정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입니다.

노조는 파업철회를 전략적인 퇴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아울러 발전소 가동에 대한 국민들의 깊은 우려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참 합리적이고 탄력적인 결단으로 생각이 됩니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노조성격상 일단 파업에 들어가면 국민적 비난이나 정서와는 상관없이 파업이 진행되거나 일정부분 관성에 이끌려 가는 사례를 여러 차례 봐왔기 때문입니다.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합리적인 목소리보다는 강경 투쟁의 목소리가 더 힘을 받는 까닭에 사측으로부터 이렇다할 양보도 받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전략적 후퇴라는 명분으로 파업을 곧바로 철회하기는 쉽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강경 일변도로 치닫다가 끝내는 공권력이 투입돼야 끝나고 집행부는 법에 따라 처벌받고 해고되면 해고자를 구제하기 위해 노조는 또 파업을 하고 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오곤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발전노조의 쉽지 않은 결단을 사측은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노조와 대화에 나서 쟁점타결을 위해 애써야 할 것입니다.

차제에 기 싸움에서 승리한 듯 여세를 몰아 노조를 밀어붙이겠다는 자세로는 곤란합니다. 철도와 수도, 전기 등 필수 공익사업장에 직권중재 제도가 적용된다는 점을 악용해 사측이 협상에 소극적이었다는 노조의 비난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노사가 모두 국민경제와 민생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의식해 서로 무리한 요구는 자제하고 양보해 앞으로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기를 기대합니다. 또 그렇게 만든 좋은 선례가 다른 노동운동 현장에도 파급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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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발전노조 파업철회 의미
    • 입력 2006-09-05 07:44:45
    • 수정2006-09-05 07: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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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해설위원] 어제 새벽 전면파업에 들어갔던 한국전력 산하 발전회사 노조가 반나절만에 파업을 철회했습니다. 파업노조원들은 오늘 오전 9시까지 전원이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어서 전력대란의 우려는 말끔히 씻어졌습니다. 정말 다행스런 일입니다. 경제가 어려운 때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결정 조차 무시한 불법파업 돌입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던 참이어서 노조의 결정을 더욱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갑작스런 파업 철회 배경으론 우선 발전회사 통합 등의 요구가 시대적 추세나 정부정책에 역행하는 것으로 노사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명분이 약했다는 지적입니다. 또 적지 않은 월급에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이들이 경제가 어려운 때 전력을 볼모로 해 불법파업을 벌이는 데 대한 부정적 여론도 큰 이유일 것입니다. 아울러 노조원들의 낮은 파업참가율 등도 결정적인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하지만 비슷한 악조건에서도 과거 파업이 끝까지 진행됐던 경우를 볼 때 이번 발전노조의 신속한 파업철회 결정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입니다. 노조는 파업철회를 전략적인 퇴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아울러 발전소 가동에 대한 국민들의 깊은 우려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참 합리적이고 탄력적인 결단으로 생각이 됩니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노조성격상 일단 파업에 들어가면 국민적 비난이나 정서와는 상관없이 파업이 진행되거나 일정부분 관성에 이끌려 가는 사례를 여러 차례 봐왔기 때문입니다.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합리적인 목소리보다는 강경 투쟁의 목소리가 더 힘을 받는 까닭에 사측으로부터 이렇다할 양보도 받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전략적 후퇴라는 명분으로 파업을 곧바로 철회하기는 쉽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강경 일변도로 치닫다가 끝내는 공권력이 투입돼야 끝나고 집행부는 법에 따라 처벌받고 해고되면 해고자를 구제하기 위해 노조는 또 파업을 하고 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오곤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발전노조의 쉽지 않은 결단을 사측은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노조와 대화에 나서 쟁점타결을 위해 애써야 할 것입니다. 차제에 기 싸움에서 승리한 듯 여세를 몰아 노조를 밀어붙이겠다는 자세로는 곤란합니다. 철도와 수도, 전기 등 필수 공익사업장에 직권중재 제도가 적용된다는 점을 악용해 사측이 협상에 소극적이었다는 노조의 비난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노사가 모두 국민경제와 민생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의식해 서로 무리한 요구는 자제하고 양보해 앞으로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기를 기대합니다. 또 그렇게 만든 좋은 선례가 다른 노동운동 현장에도 파급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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