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의 쓸쓸한 추석맞이

입력 2006.10.0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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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평택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대추리와 도두리에 대한 강제철거가 임박했는데요,

그런 가운데 주민들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추석 준비에 나섰습니다.

대추리의 쓸쓸한 추석 풍경을 이석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주민들의 반대 속에 진행된 철거작업.

다섯 달이 지난 지금... 대추리로 들어서는 마을 입구엔 삼엄한 검문소가 취재진을 먼저 맞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검문소를 지나 도착한 대추리 마을...

김치거리를 다듬는 주민들의 모습이 웬지 쓸쓸해 보입니다.

강제 철거 당시 구속된 아들 때문에 코 앞으로 다가온 추석도 남의 일이 됐습니다.

<인터뷰>황필순(마을 주민): "나는 말할 것도 없는 사람이야. 추석인지 뭔지 그냥. 아들만 풀어난다면."

추석 명절을 쇠러 고향으로 돌아온 자식 마음도 편치 않긴 마찬가집니다.

<인터뷰>방현석 (대전시 유성구): "저희는 끝까지 대추리에서 추석을 쇠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 아쉽습니다."

일터로 나가는 주민들...

배추밭에서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마음은 천근만근입니다.

<인터뷰>조창묵(마을주민): "제사도 제사이지만 기분이...여기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까 마음이 놓여야지."

올해도 어김없이 들녁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고향에 남은 주민들은 추수에 나섭니다.

<인터뷰>정만진 (마을 주민): "농민에게 수확만큼 기쁜게 없어요. 이걸 안하면 농민은 죽은거나 다름없어요."

바빠진 정미소에선 햅쌀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인터뷰>김택균: "바로 추석때 제사도 지내고 해야 하니까 바로 나눠드릴겁니다."

그렇게 대추리의 하루가 저물어 가고 밤이 되자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2년 넘게 참가하는 촛불집횝니다.
새벽 첫차가 마을을 깨우면서 또 다시 하루가 시작됩니다.

바로 전날 하루 종일 찧어 포장까지 마친 쌀은 집집마다 나눠지고 주민들 얼굴에도 오랫만에 웃음이 피어납니다.

<인터뷰>김영녀(마을주민): "자 봐 쌀 참 좋지? 대추리 쌀이 최고야. 평택 쌀이 좋은데 평택 쌀 중에서도 대추리 도두리 쌀이 제일 좋아..."

고향으로 돌아오는 자식들을 위해 김치를 담그고 고추도 다듬으면서 잠시 현실을 잊기도 합니다.

폐허 속에서 맞는 대추리의 추석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인터뷰>김월순 (마을 주민): "마지막 추석이라고 생각하면 기가 막히지. 설마 마지막 추석이 되겠나 하고 마음을 먹는거지."

KBS 뉴스 이석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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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추리’의 쓸쓸한 추석맞이
    • 입력 2006-10-04 20:23:49
    뉴스타임
<앵커 멘트> 평택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대추리와 도두리에 대한 강제철거가 임박했는데요, 그런 가운데 주민들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추석 준비에 나섰습니다. 대추리의 쓸쓸한 추석 풍경을 이석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주민들의 반대 속에 진행된 철거작업. 다섯 달이 지난 지금... 대추리로 들어서는 마을 입구엔 삼엄한 검문소가 취재진을 먼저 맞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검문소를 지나 도착한 대추리 마을... 김치거리를 다듬는 주민들의 모습이 웬지 쓸쓸해 보입니다. 강제 철거 당시 구속된 아들 때문에 코 앞으로 다가온 추석도 남의 일이 됐습니다. <인터뷰>황필순(마을 주민): "나는 말할 것도 없는 사람이야. 추석인지 뭔지 그냥. 아들만 풀어난다면." 추석 명절을 쇠러 고향으로 돌아온 자식 마음도 편치 않긴 마찬가집니다. <인터뷰>방현석 (대전시 유성구): "저희는 끝까지 대추리에서 추석을 쇠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 아쉽습니다." 일터로 나가는 주민들... 배추밭에서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마음은 천근만근입니다. <인터뷰>조창묵(마을주민): "제사도 제사이지만 기분이...여기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까 마음이 놓여야지." 올해도 어김없이 들녁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고향에 남은 주민들은 추수에 나섭니다. <인터뷰>정만진 (마을 주민): "농민에게 수확만큼 기쁜게 없어요. 이걸 안하면 농민은 죽은거나 다름없어요." 바빠진 정미소에선 햅쌀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인터뷰>김택균: "바로 추석때 제사도 지내고 해야 하니까 바로 나눠드릴겁니다." 그렇게 대추리의 하루가 저물어 가고 밤이 되자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2년 넘게 참가하는 촛불집횝니다. 새벽 첫차가 마을을 깨우면서 또 다시 하루가 시작됩니다. 바로 전날 하루 종일 찧어 포장까지 마친 쌀은 집집마다 나눠지고 주민들 얼굴에도 오랫만에 웃음이 피어납니다. <인터뷰>김영녀(마을주민): "자 봐 쌀 참 좋지? 대추리 쌀이 최고야. 평택 쌀이 좋은데 평택 쌀 중에서도 대추리 도두리 쌀이 제일 좋아..." 고향으로 돌아오는 자식들을 위해 김치를 담그고 고추도 다듬으면서 잠시 현실을 잊기도 합니다. 폐허 속에서 맞는 대추리의 추석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인터뷰>김월순 (마을 주민): "마지막 추석이라고 생각하면 기가 막히지. 설마 마지막 추석이 되겠나 하고 마음을 먹는거지." KBS 뉴스 이석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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