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오늘 미국에서는 전체 주 가운데 두 번째로 뉴저지주가 동성애자의 결혼을 합법화했습니다만 유럽의 벨기에는 동성애 부부의 자녀 입양까지 허용하는 파격적인 법안을 채택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입양아들에게도 전통적 개념의 부모가 필요하다는 일반론과 그보다는 당장의 행복 추구권이 입양아들에게 더 절실하다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는 것인데요.
동성애 부부의 입양 문제를 둘러싼 공방을 김철우 순회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가톨릭의 전통이 뿌리 깊은 벨기에.. 그러나, 동성애 문제에는 비교적 관대합니다.
동성애자 간의 결혼과 동거가 지난 2003년 6월부터 합법적으로 허용됐고, 1년 뒤 더욱 파격적인 법안이 등장했습니다. 사회당 데옹 의원 등 국회의원 4명이 동성 부부도 자녀를 입양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냈습니다.
동성 부부의 입양권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면 입양된 아이들이 재산 상속 등에 있어 법률적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뷰>발레리 데옹(법안 발의 국회의원) : "입양아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부모들에게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섭니다. 결국 이 법은 동성 부부의 입양과 다른 이성 부부와 차별이 없도록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법안에 반대하는 3천 여명의 서명자 명단과 함께 반대 이유를 담은 상자를 들고 의회에 항의 방문을 했습니다.
<인터뷰>다에르트리크(행동가족 운동단체 대표) : "어린이들이 아빠와 엄마로 구성된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동성 부부의 자녀 입양 법안을 반대하기 위해 항의 방문했습니다."
법안 지지자들의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동성 부부도 독신이나 이혼, 재혼 부부 등 다양한 가족 형태의 하나로, 입양은 이들 모두에게 허락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베노이트(동성애자) : "한 가족의 여성이 출산하는 것처럼 저도 애를 입양해 키우고 싶습니다."
2년 넘게 계속된 사회적 공방은 지난 4월 벨기에 상원의 투표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찬성 34표, 반대 33표, 기권 1표. 간발의 차로 동성 부부의 자녀 입양을 허용하는 법안이 최종 통과됐습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인터뷰>토마스(대학생) : "동성 부부 입양에 대해 반대합니다. 동성애자들 슬하에서 자란 애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앨런(브뤼셀 시민) : "애들이 고아원에서 보내져 불행하게 자라는 것 보다 동성 부부 사이에서라도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게 더 좋은 것 아닙니까!"
브뤼셀 도심의 한 동성애자 전용 카페. 밤 9시가 넘으면서 남녀 동성애 커플들이 속속 모여듭니다.
마음에 맞는 중년의 동성애자부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청년들까지 서로 어울려 그들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동성애 부부의 입양을 허용한 법안의 국회 통과를 축하하는 거리 축제를 알리는 전단지가 돌면서.. 이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입양 문제로 모아집니다.
<인터뷰>테레즈(동성애자) : "저는 원칙적으로 찬성합니다. 다만, 다른 이성 부부와 마찬 가지로 입양후 애를 잘 키우는 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켈러(동성애자) : "동성애 부부의 입양을 찬성하는 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애들을 방치하는 것은 절대 반대입니다."
3년 전 결혼한 듀퐁쉘-아뒬르씨 부부는 최근 입양 준비를 끝냈습니다. 이혼한 듀퐁쉘씨의 자녀 3명을 함께 키워왔던 아뒬르씨가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동성애 부부 사이에서 자란 아이는 동성애자가 될 수 있다는 주변의 시각에 대해 말도 안된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생각입니다.
<인터뷰>듀퐁쉘-아뒬르 부부 : "동성애는 선택하거나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운명입니다. 자연스러운 거죠."
그러나, 동성애 커플들이 입양을 쉽게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의 시선도 신경 쓰일 뿐만 아니라 입양된 어린이가 커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많기 때문입니다.
사회사업가 파비앙씨는 이처럼 입양을 희망하는 동성애 커플들의 심리 상담 등이 급격히 늘면서 한 달 새 일거리가 배 이상 늘었습니다.
<인터뷰>파비앙(사회사업가) : "입양에 앞서 동성 커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심리학자들의 심리 테스트 과정에서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입양 관련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14만3천여 명의 어린이들이 버려지는 상황에서 그런 어린이들의 입양될 권리가 우선이란 것입니다.
<인터뷰>쟝 피에르 코넨(벨기에 아동인권연맹 회장) : "오히려 외부모 밑에서 자라는 것 보다 동성애 부부 슬하에 자라는 것이 더 균형감 있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성애 커플의 입양을 반대하는 단체들의 입장은 완고합니다. 동성 부부 가정에서 큰 아이는 자연이 인간에게 준 성적 정체성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입양 반대론자의 입장입니다.
또한 입양은 양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어린이의 권리로 어린이가 희생되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종교적 믿음이나 사회 윤리로 볼 때 동성애 커플을 부부로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슬하에 아이들도 심리적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마이클 긴스(박사/행동가족 운동단체 공동대표) : "우리 사회는 남녀의 역할이 차이가 있습니다. 정상적인 가정 아래에서 남녀가 서로의 성 역할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성정체성이 확립되죠. 동성 부부 입양을 막는 또 다른 장벽이 있습니다. 국제 입양을 보내는 이른바 송출국들이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어서 동성 부부에게 입양아를 보내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디이에 드우(벨기에 정부 입양국 국장) : "입양을 보내는 어떤 나라도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설령 벨기에가 동성부부의 입양을 허용 해도 이론에 불과하고, 실제 동성 부부가 국제 입양할 수 있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의 붕괴와 함께 동성 부부 입양 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자 유럽 연합도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유럽 각국의 가족문제 전문가와 입양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녹취>에두아르도 헤르펠더(국제가족연맹 대표) :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 동성 부부의 입양을 허용했는데, 유럽 연합의 입장은 뭡니까?) 동성애 입양은 각국 법에 의해 정해진 것입니다. 아직 유럽 연합의 공식 입장이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이처럼 동성부부 가정에 입양된 어린이에 대한 육체적-심리적 건강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지만 실제 조사는 미흡한 편입니다. 그러나 일부 조사 결과 동성 부부 가정의 어린이와 보통 어린이들 사이에 특별한 차이점이나 징후는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정신과 전문의 : "많은 의사들이 동성애 부부에 입양된 어린이들의 성장과정을 연구한 결과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들이 청소년으로 커갈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동성부부의 자녀 입양을 허용한 나라는 영국과 스페인, 네덜란드 등 7개 나라에 달합니다.
다양성의 존중과 전통의 고수, 소수자의 보호와 사회적 질서 유지 등 복잡한 갈등이 팽팽히 존재하는 이곳 벨기에 등 유럽국가들은 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동성애 부부의 자녀 입양 문제를 풀기위해 힘겨운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오늘 미국에서는 전체 주 가운데 두 번째로 뉴저지주가 동성애자의 결혼을 합법화했습니다만 유럽의 벨기에는 동성애 부부의 자녀 입양까지 허용하는 파격적인 법안을 채택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입양아들에게도 전통적 개념의 부모가 필요하다는 일반론과 그보다는 당장의 행복 추구권이 입양아들에게 더 절실하다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는 것인데요.
동성애 부부의 입양 문제를 둘러싼 공방을 김철우 순회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가톨릭의 전통이 뿌리 깊은 벨기에.. 그러나, 동성애 문제에는 비교적 관대합니다.
동성애자 간의 결혼과 동거가 지난 2003년 6월부터 합법적으로 허용됐고, 1년 뒤 더욱 파격적인 법안이 등장했습니다. 사회당 데옹 의원 등 국회의원 4명이 동성 부부도 자녀를 입양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냈습니다.
동성 부부의 입양권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면 입양된 아이들이 재산 상속 등에 있어 법률적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뷰>발레리 데옹(법안 발의 국회의원) : "입양아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부모들에게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섭니다. 결국 이 법은 동성 부부의 입양과 다른 이성 부부와 차별이 없도록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법안에 반대하는 3천 여명의 서명자 명단과 함께 반대 이유를 담은 상자를 들고 의회에 항의 방문을 했습니다.
<인터뷰>다에르트리크(행동가족 운동단체 대표) : "어린이들이 아빠와 엄마로 구성된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동성 부부의 자녀 입양 법안을 반대하기 위해 항의 방문했습니다."
법안 지지자들의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동성 부부도 독신이나 이혼, 재혼 부부 등 다양한 가족 형태의 하나로, 입양은 이들 모두에게 허락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베노이트(동성애자) : "한 가족의 여성이 출산하는 것처럼 저도 애를 입양해 키우고 싶습니다."
2년 넘게 계속된 사회적 공방은 지난 4월 벨기에 상원의 투표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찬성 34표, 반대 33표, 기권 1표. 간발의 차로 동성 부부의 자녀 입양을 허용하는 법안이 최종 통과됐습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인터뷰>토마스(대학생) : "동성 부부 입양에 대해 반대합니다. 동성애자들 슬하에서 자란 애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앨런(브뤼셀 시민) : "애들이 고아원에서 보내져 불행하게 자라는 것 보다 동성 부부 사이에서라도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게 더 좋은 것 아닙니까!"
브뤼셀 도심의 한 동성애자 전용 카페. 밤 9시가 넘으면서 남녀 동성애 커플들이 속속 모여듭니다.
마음에 맞는 중년의 동성애자부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청년들까지 서로 어울려 그들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동성애 부부의 입양을 허용한 법안의 국회 통과를 축하하는 거리 축제를 알리는 전단지가 돌면서.. 이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입양 문제로 모아집니다.
<인터뷰>테레즈(동성애자) : "저는 원칙적으로 찬성합니다. 다만, 다른 이성 부부와 마찬 가지로 입양후 애를 잘 키우는 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켈러(동성애자) : "동성애 부부의 입양을 찬성하는 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애들을 방치하는 것은 절대 반대입니다."
3년 전 결혼한 듀퐁쉘-아뒬르씨 부부는 최근 입양 준비를 끝냈습니다. 이혼한 듀퐁쉘씨의 자녀 3명을 함께 키워왔던 아뒬르씨가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동성애 부부 사이에서 자란 아이는 동성애자가 될 수 있다는 주변의 시각에 대해 말도 안된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생각입니다.
<인터뷰>듀퐁쉘-아뒬르 부부 : "동성애는 선택하거나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운명입니다. 자연스러운 거죠."
그러나, 동성애 커플들이 입양을 쉽게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의 시선도 신경 쓰일 뿐만 아니라 입양된 어린이가 커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많기 때문입니다.
사회사업가 파비앙씨는 이처럼 입양을 희망하는 동성애 커플들의 심리 상담 등이 급격히 늘면서 한 달 새 일거리가 배 이상 늘었습니다.
<인터뷰>파비앙(사회사업가) : "입양에 앞서 동성 커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심리학자들의 심리 테스트 과정에서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입양 관련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14만3천여 명의 어린이들이 버려지는 상황에서 그런 어린이들의 입양될 권리가 우선이란 것입니다.
<인터뷰>쟝 피에르 코넨(벨기에 아동인권연맹 회장) : "오히려 외부모 밑에서 자라는 것 보다 동성애 부부 슬하에 자라는 것이 더 균형감 있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성애 커플의 입양을 반대하는 단체들의 입장은 완고합니다. 동성 부부 가정에서 큰 아이는 자연이 인간에게 준 성적 정체성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입양 반대론자의 입장입니다.
또한 입양은 양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어린이의 권리로 어린이가 희생되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종교적 믿음이나 사회 윤리로 볼 때 동성애 커플을 부부로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슬하에 아이들도 심리적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마이클 긴스(박사/행동가족 운동단체 공동대표) : "우리 사회는 남녀의 역할이 차이가 있습니다. 정상적인 가정 아래에서 남녀가 서로의 성 역할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성정체성이 확립되죠. 동성 부부 입양을 막는 또 다른 장벽이 있습니다. 국제 입양을 보내는 이른바 송출국들이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어서 동성 부부에게 입양아를 보내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디이에 드우(벨기에 정부 입양국 국장) : "입양을 보내는 어떤 나라도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설령 벨기에가 동성부부의 입양을 허용 해도 이론에 불과하고, 실제 동성 부부가 국제 입양할 수 있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의 붕괴와 함께 동성 부부 입양 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자 유럽 연합도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유럽 각국의 가족문제 전문가와 입양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녹취>에두아르도 헤르펠더(국제가족연맹 대표) :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 동성 부부의 입양을 허용했는데, 유럽 연합의 입장은 뭡니까?) 동성애 입양은 각국 법에 의해 정해진 것입니다. 아직 유럽 연합의 공식 입장이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이처럼 동성부부 가정에 입양된 어린이에 대한 육체적-심리적 건강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지만 실제 조사는 미흡한 편입니다. 그러나 일부 조사 결과 동성 부부 가정의 어린이와 보통 어린이들 사이에 특별한 차이점이나 징후는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정신과 전문의 : "많은 의사들이 동성애 부부에 입양된 어린이들의 성장과정을 연구한 결과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들이 청소년으로 커갈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동성부부의 자녀 입양을 허용한 나라는 영국과 스페인, 네덜란드 등 7개 나라에 달합니다.
다양성의 존중과 전통의 고수, 소수자의 보호와 사회적 질서 유지 등 복잡한 갈등이 팽팽히 존재하는 이곳 벨기에 등 유럽국가들은 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동성애 부부의 자녀 입양 문제를 풀기위해 힘겨운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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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동성애 부부 입양 허용 논란
-
- 입력 2006-10-27 09:17:58

<앵커 멘트>
오늘 미국에서는 전체 주 가운데 두 번째로 뉴저지주가 동성애자의 결혼을 합법화했습니다만 유럽의 벨기에는 동성애 부부의 자녀 입양까지 허용하는 파격적인 법안을 채택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입양아들에게도 전통적 개념의 부모가 필요하다는 일반론과 그보다는 당장의 행복 추구권이 입양아들에게 더 절실하다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는 것인데요.
동성애 부부의 입양 문제를 둘러싼 공방을 김철우 순회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가톨릭의 전통이 뿌리 깊은 벨기에.. 그러나, 동성애 문제에는 비교적 관대합니다.
동성애자 간의 결혼과 동거가 지난 2003년 6월부터 합법적으로 허용됐고, 1년 뒤 더욱 파격적인 법안이 등장했습니다. 사회당 데옹 의원 등 국회의원 4명이 동성 부부도 자녀를 입양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냈습니다.
동성 부부의 입양권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면 입양된 아이들이 재산 상속 등에 있어 법률적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뷰>발레리 데옹(법안 발의 국회의원) : "입양아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부모들에게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섭니다. 결국 이 법은 동성 부부의 입양과 다른 이성 부부와 차별이 없도록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법안에 반대하는 3천 여명의 서명자 명단과 함께 반대 이유를 담은 상자를 들고 의회에 항의 방문을 했습니다.
<인터뷰>다에르트리크(행동가족 운동단체 대표) : "어린이들이 아빠와 엄마로 구성된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동성 부부의 자녀 입양 법안을 반대하기 위해 항의 방문했습니다."
법안 지지자들의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동성 부부도 독신이나 이혼, 재혼 부부 등 다양한 가족 형태의 하나로, 입양은 이들 모두에게 허락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베노이트(동성애자) : "한 가족의 여성이 출산하는 것처럼 저도 애를 입양해 키우고 싶습니다."
2년 넘게 계속된 사회적 공방은 지난 4월 벨기에 상원의 투표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찬성 34표, 반대 33표, 기권 1표. 간발의 차로 동성 부부의 자녀 입양을 허용하는 법안이 최종 통과됐습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인터뷰>토마스(대학생) : "동성 부부 입양에 대해 반대합니다. 동성애자들 슬하에서 자란 애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앨런(브뤼셀 시민) : "애들이 고아원에서 보내져 불행하게 자라는 것 보다 동성 부부 사이에서라도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게 더 좋은 것 아닙니까!"
브뤼셀 도심의 한 동성애자 전용 카페. 밤 9시가 넘으면서 남녀 동성애 커플들이 속속 모여듭니다.
마음에 맞는 중년의 동성애자부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청년들까지 서로 어울려 그들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동성애 부부의 입양을 허용한 법안의 국회 통과를 축하하는 거리 축제를 알리는 전단지가 돌면서.. 이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입양 문제로 모아집니다.
<인터뷰>테레즈(동성애자) : "저는 원칙적으로 찬성합니다. 다만, 다른 이성 부부와 마찬 가지로 입양후 애를 잘 키우는 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켈러(동성애자) : "동성애 부부의 입양을 찬성하는 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애들을 방치하는 것은 절대 반대입니다."
3년 전 결혼한 듀퐁쉘-아뒬르씨 부부는 최근 입양 준비를 끝냈습니다. 이혼한 듀퐁쉘씨의 자녀 3명을 함께 키워왔던 아뒬르씨가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동성애 부부 사이에서 자란 아이는 동성애자가 될 수 있다는 주변의 시각에 대해 말도 안된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생각입니다.
<인터뷰>듀퐁쉘-아뒬르 부부 : "동성애는 선택하거나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운명입니다. 자연스러운 거죠."
그러나, 동성애 커플들이 입양을 쉽게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의 시선도 신경 쓰일 뿐만 아니라 입양된 어린이가 커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많기 때문입니다.
사회사업가 파비앙씨는 이처럼 입양을 희망하는 동성애 커플들의 심리 상담 등이 급격히 늘면서 한 달 새 일거리가 배 이상 늘었습니다.
<인터뷰>파비앙(사회사업가) : "입양에 앞서 동성 커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심리학자들의 심리 테스트 과정에서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입양 관련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14만3천여 명의 어린이들이 버려지는 상황에서 그런 어린이들의 입양될 권리가 우선이란 것입니다.
<인터뷰>쟝 피에르 코넨(벨기에 아동인권연맹 회장) : "오히려 외부모 밑에서 자라는 것 보다 동성애 부부 슬하에 자라는 것이 더 균형감 있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성애 커플의 입양을 반대하는 단체들의 입장은 완고합니다. 동성 부부 가정에서 큰 아이는 자연이 인간에게 준 성적 정체성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입양 반대론자의 입장입니다.
또한 입양은 양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어린이의 권리로 어린이가 희생되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종교적 믿음이나 사회 윤리로 볼 때 동성애 커플을 부부로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슬하에 아이들도 심리적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마이클 긴스(박사/행동가족 운동단체 공동대표) : "우리 사회는 남녀의 역할이 차이가 있습니다. 정상적인 가정 아래에서 남녀가 서로의 성 역할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성정체성이 확립되죠. 동성 부부 입양을 막는 또 다른 장벽이 있습니다. 국제 입양을 보내는 이른바 송출국들이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어서 동성 부부에게 입양아를 보내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디이에 드우(벨기에 정부 입양국 국장) : "입양을 보내는 어떤 나라도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설령 벨기에가 동성부부의 입양을 허용 해도 이론에 불과하고, 실제 동성 부부가 국제 입양할 수 있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의 붕괴와 함께 동성 부부 입양 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자 유럽 연합도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유럽 각국의 가족문제 전문가와 입양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녹취>에두아르도 헤르펠더(국제가족연맹 대표) :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 동성 부부의 입양을 허용했는데, 유럽 연합의 입장은 뭡니까?) 동성애 입양은 각국 법에 의해 정해진 것입니다. 아직 유럽 연합의 공식 입장이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이처럼 동성부부 가정에 입양된 어린이에 대한 육체적-심리적 건강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지만 실제 조사는 미흡한 편입니다. 그러나 일부 조사 결과 동성 부부 가정의 어린이와 보통 어린이들 사이에 특별한 차이점이나 징후는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정신과 전문의 : "많은 의사들이 동성애 부부에 입양된 어린이들의 성장과정을 연구한 결과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들이 청소년으로 커갈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동성부부의 자녀 입양을 허용한 나라는 영국과 스페인, 네덜란드 등 7개 나라에 달합니다.
다양성의 존중과 전통의 고수, 소수자의 보호와 사회적 질서 유지 등 복잡한 갈등이 팽팽히 존재하는 이곳 벨기에 등 유럽국가들은 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동성애 부부의 자녀 입양 문제를 풀기위해 힘겨운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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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 기자 cw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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