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도소 같지 않은 ‘개방 교도소’

입력 2006.10.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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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교도소라고 하면 높은 담장과 죄수복, 그리고 범죄의 학습장 등의 이미지가 연상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북구 핀란드의 이른바 개방교도소는 재소자들이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외부에 나가 돈도 벌고 일상생활도 자유롭게 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교화와 재활 효과가 커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조현진 순회특파원이 핀란드 개방교도소를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헬싱키 항구에서 배로 15분... 발트해를 향해 화강암 성벽을 둘러친 수오멘린난 요새가 관광객을 맞습니다.

18세기 중엽 스웨덴이 발트해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6개의 섬을 연결해 만들어진 요새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매년 60만명 이상이 찾는 핀란드의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요새 한 편, 성벽을 보수하는 작업장입니다. 여느 근로자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 중 절반이 복역 중인 재소자입니다. 복장이나 외모에서 재소자와 일반 근로자를 전혀 구별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알렉스 우산시코프(개방교도소 재소자) : "일반 교도소는 닫힌 실내에서 하루 종일 TV나 보면서 답답하게 지내야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야외에서 동료들과 운동이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재소자 마티 씨도 30년의 목수 경력을 살려 이곳 건물 보수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며 복역 기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하루에 8시간 동안 일하고 시간당 7유로의 임금도 받습니다. 이렇게 일을 하면 한 달에 우리 돈 100만원 정도를 저축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마티 밀랸치(개방교도소 재소자) : "총 8개월 동안 복역해야 하는 데 이곳에서 복역한 지 두 달 정도 됐습니다.그 동안 2천 유로(240만원)정도 돈을 모았습니다."

작업장에는 재소자들을 감시하는 감독자도 없습니다.

<인터뷰>티나 코수엔니에미(수오멘린난 건축책임자) : "재소자들도 계약을 맺고 동등한 조건에서 일을 합니다. 재소자들은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웁니다."

수오멘린난 요새에 있는 개방교도소에는 현재 70여명의 재소자가 복역 중입니다.

교도소라고는 하지만 담장도 없고 출입도 자유롭습니다. 공중전화도 아무때나 이용할 수 있고 일주일에 한 번 인터넷도 할 수 있습니다.

하루 8시간의 근로시간 외에는 모두 자유시간입니다.

개방교도소의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방입니다.

1인 1실로 TV와 비디오플레이어, 커피메이커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식당과 사우나 등은 공동으로 이용합니다.

<인터뷰>티호 살로마키(수오멘린난 개방교도소장) : "재소자들은 자신이 일해서 번 돈으로 숙박비와 식비를 냅니다. 일반 근로자와 똑같이 생활하게 함으로써 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재소자들에게는 8개월마다 6일의 휴가가 주어져 외출이나 여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감독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마음만 먹으면 탈옥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매 년 서너명 정도가 섬을 무단 이탈하지만 대부분 즉시 붙잡혀 일반교도소로 이감됩니다. 개방교도소에서 금지되는 것은 술과 마약뿐일 만큼 재소자들에게 거의 완전한 자유를 주고 있습니다.

핀란드 전체 재소자 3천 5백명 가운데 천 명 정도가 이런 개방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습니다. 10명 중 3명이 개방교도소에 있는 셈인데, 그 비율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개방교도소 뿐 아니라 핀란드의 일반교도소도 철저하게 수감자의 사회복귀와 재활을 돕는 데 교도행정의 목적이 맞춰져 있습니다.

지난 2002년 지어진 헬싱키 근교의 반타 교도소. 재소자들은 일과시간에 교육을 받을 지, 작업을 할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작업은 물론 교육을 받더라도 약간의 돈을 받습니다. 재활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인터뷰>헨리 세파라(재소자) : "방에 그냥 앉아있기 싫어서 일을 합니다. 한 달에 150유로(18만원)정도 받는데 그 돈으로 담배나 음식을 삽니다. 혼자 쓰기에는 충분합니다."

일반교도소의 재소자 방도 1인 1실이 원칙입니다. 방마다 개인 욕실이 갖춰져 있고 방안에서는 흡연을 비롯해서 모든 활동이 자유롭습니다.

<인터뷰>조르마 우타카리(반타교도소 교도관) : "재소자들이 외부소식과 격리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재소자들은 TV, 라디오, 신문 등을 원하는 대로 보고 들을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교도소 생활을 가능한 한 일반 사회생활과 비슷하게 유지함으로써 사회 복귀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게 핀란드 교도 행정의 핵심 목표입니다.

<인터뷰>투오보 존까리(반타 교도소장) : "가능한 한 교도소 안의 생활 조건이 교도소 밖과 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자기가 원하는 옷을 입고 헤어스타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겉모습으로는 재소자와 교도관 사이에 차이가 없습니다."

이 같은 교도정책에 힘입어 핀란드는 인구대비 재소자 비율이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인구 10만 명 당 재소자 수가 700명이 넘는데 비해 핀란드는 그 1/10도 안되는 60명 수준입니다.

출감 이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또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과감한 자유와 함께 충분한 근로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핀란드의 교도행정, 교도소가 건전한 삶의 의욕을 뺏고 새로운 범죄의 학습장으로 전락하는 다른 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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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란드, 교도소 같지 않은 ‘개방 교도소’
    • 입력 2006-10-27 10:23:5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교도소라고 하면 높은 담장과 죄수복, 그리고 범죄의 학습장 등의 이미지가 연상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북구 핀란드의 이른바 개방교도소는 재소자들이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외부에 나가 돈도 벌고 일상생활도 자유롭게 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교화와 재활 효과가 커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조현진 순회특파원이 핀란드 개방교도소를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헬싱키 항구에서 배로 15분... 발트해를 향해 화강암 성벽을 둘러친 수오멘린난 요새가 관광객을 맞습니다. 18세기 중엽 스웨덴이 발트해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6개의 섬을 연결해 만들어진 요새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매년 60만명 이상이 찾는 핀란드의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요새 한 편, 성벽을 보수하는 작업장입니다. 여느 근로자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 중 절반이 복역 중인 재소자입니다. 복장이나 외모에서 재소자와 일반 근로자를 전혀 구별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알렉스 우산시코프(개방교도소 재소자) : "일반 교도소는 닫힌 실내에서 하루 종일 TV나 보면서 답답하게 지내야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야외에서 동료들과 운동이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재소자 마티 씨도 30년의 목수 경력을 살려 이곳 건물 보수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며 복역 기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하루에 8시간 동안 일하고 시간당 7유로의 임금도 받습니다. 이렇게 일을 하면 한 달에 우리 돈 100만원 정도를 저축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마티 밀랸치(개방교도소 재소자) : "총 8개월 동안 복역해야 하는 데 이곳에서 복역한 지 두 달 정도 됐습니다.그 동안 2천 유로(240만원)정도 돈을 모았습니다." 작업장에는 재소자들을 감시하는 감독자도 없습니다. <인터뷰>티나 코수엔니에미(수오멘린난 건축책임자) : "재소자들도 계약을 맺고 동등한 조건에서 일을 합니다. 재소자들은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웁니다." 수오멘린난 요새에 있는 개방교도소에는 현재 70여명의 재소자가 복역 중입니다. 교도소라고는 하지만 담장도 없고 출입도 자유롭습니다. 공중전화도 아무때나 이용할 수 있고 일주일에 한 번 인터넷도 할 수 있습니다. 하루 8시간의 근로시간 외에는 모두 자유시간입니다. 개방교도소의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방입니다. 1인 1실로 TV와 비디오플레이어, 커피메이커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식당과 사우나 등은 공동으로 이용합니다. <인터뷰>티호 살로마키(수오멘린난 개방교도소장) : "재소자들은 자신이 일해서 번 돈으로 숙박비와 식비를 냅니다. 일반 근로자와 똑같이 생활하게 함으로써 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재소자들에게는 8개월마다 6일의 휴가가 주어져 외출이나 여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감독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마음만 먹으면 탈옥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매 년 서너명 정도가 섬을 무단 이탈하지만 대부분 즉시 붙잡혀 일반교도소로 이감됩니다. 개방교도소에서 금지되는 것은 술과 마약뿐일 만큼 재소자들에게 거의 완전한 자유를 주고 있습니다. 핀란드 전체 재소자 3천 5백명 가운데 천 명 정도가 이런 개방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습니다. 10명 중 3명이 개방교도소에 있는 셈인데, 그 비율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개방교도소 뿐 아니라 핀란드의 일반교도소도 철저하게 수감자의 사회복귀와 재활을 돕는 데 교도행정의 목적이 맞춰져 있습니다. 지난 2002년 지어진 헬싱키 근교의 반타 교도소. 재소자들은 일과시간에 교육을 받을 지, 작업을 할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작업은 물론 교육을 받더라도 약간의 돈을 받습니다. 재활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인터뷰>헨리 세파라(재소자) : "방에 그냥 앉아있기 싫어서 일을 합니다. 한 달에 150유로(18만원)정도 받는데 그 돈으로 담배나 음식을 삽니다. 혼자 쓰기에는 충분합니다." 일반교도소의 재소자 방도 1인 1실이 원칙입니다. 방마다 개인 욕실이 갖춰져 있고 방안에서는 흡연을 비롯해서 모든 활동이 자유롭습니다. <인터뷰>조르마 우타카리(반타교도소 교도관) : "재소자들이 외부소식과 격리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재소자들은 TV, 라디오, 신문 등을 원하는 대로 보고 들을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교도소 생활을 가능한 한 일반 사회생활과 비슷하게 유지함으로써 사회 복귀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게 핀란드 교도 행정의 핵심 목표입니다. <인터뷰>투오보 존까리(반타 교도소장) : "가능한 한 교도소 안의 생활 조건이 교도소 밖과 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자기가 원하는 옷을 입고 헤어스타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겉모습으로는 재소자와 교도관 사이에 차이가 없습니다." 이 같은 교도정책에 힘입어 핀란드는 인구대비 재소자 비율이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인구 10만 명 당 재소자 수가 700명이 넘는데 비해 핀란드는 그 1/10도 안되는 60명 수준입니다. 출감 이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또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과감한 자유와 함께 충분한 근로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핀란드의 교도행정, 교도소가 건전한 삶의 의욕을 뺏고 새로운 범죄의 학습장으로 전락하는 다른 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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