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중소기업 현장 ‘젊은이가 없다’

입력 2006.11.27 (22:30) 수정 2006.11.2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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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산업현장에서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고졸 이하 청년 실업률이 10%에 이른다는 통계가 무색할 지경입니다.

왜 이런 기형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김경래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0일 고졸 실업률이 10%에 이르러 사상 최악이라는 KBS 9시 뉴스를 보고 항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경주에 있는 중소기업인데 일자리가 있어도 아무도 오지 않으려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손영태(㈜태광고업 대표) : "너나할 것 없이 생산직 사원이 부족해서 현재 상당히 힘들고..."

최근 1년 동안 이 회사에서 고용할 수 있었던 29살 이하 청년 근로자는 단 2명입니다.

부족한 인력은 외국인 근로자 15명으로 충원했지만 아직도 20명 정도는 모자랍니다.

이 기계는 2억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입니다.

이 공장에는 이런 기계가 7대가 있지만 이 가운데 3대는 인력이 없어서 멈춰있는 상황입니다.

<녹취>이상복(㈜태광공업 공장장) : "저희들이 한 번 학교에 전화를 한 적이 있어요. 거기 담당하는 선생님이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이거는 나갈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다들 어디 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서울 시내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

평일 점심인데도 빈자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20살 허주리 씨는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친구들 대부분이 졸업후 대학을 들어갔습니다.

나머지 학생들 중에서도 허주리 씨처럼 서비스업에 취업한 경우가 많습니다.

<녹취>허주리(실업계고 졸업/외식업체 취업) : "서비스 쪽으로 많이 오는 추세인 것 같아요. 자기 전공을 했어도 그 전공 버리고..."

지금은 중소기업에서 병역 특례를 하고 있는 23살 박지훈 씨도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 후에 선택한 직업은 서비스업이었습니다.

2년 동안 호프집에서 서빙을 하고 대형 할인 매장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박지훈 씨는 내년 초 특례 기간이 끝나면 다시 대학에 갈 작정입니다.

<녹취>박지훈(실업계고 졸업/병역특례 中) : "친구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중소기업 공장에 들어가서 일하는 경우는 거의 드문 것 같습니다. 특별한 병특이 아니고선...."

공업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3명 가운데 2명은 대학에 갑니다.

나머지 중 절반은 서비스업에 가거나 실업자로 남습니다.

제조업에 취업 비율은 18%를 겨우 넘습니다.

취직을 해도 대기업 아니면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인터뷰>위성호(서울공고 전자기계과 3학년) : "다 대기업만 갈려 그러고, 중소기업 가면 힘들고 돈도 별로 안주고 그래서 다 꺼려해요."

중소기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왜곡된 인식이 44%, 상대적 저임금이 42%로 두가지가 대부분입니다.

이 가운데 특히 임금이 대기업에 비해 낮은데다 작은 기업일수록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어 영세기업일수록 인력난은 더 심각합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거나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터뷰>김세종(박사/중소기업 연구원) : "우리 산업 경제 발전의 밑바탕이 돼 왔던 기능인력에 대한 홀대부분이 굉장이 뿌리깊게 남아있는 게 아니냐, 뭐랄까 우대 제도 같은 것이 없어지면서 생산 현장에 가고 싶은 메리트가 거의 없어졌다고 보면 되거든요."

지금까지 실업대책이 대졸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고졸자와 이들이 필요한 중소기업은 정부 정책에서도 소외돼 왔습니다.

제조업의 뿌리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에 젊은 근로자가 가지 않을 경우 산업 전반의 노화와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립니다.

KBS 뉴스 김경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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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중소기업 현장 ‘젊은이가 없다’
    • 입력 2006-11-27 21:29:11
    • 수정2006-11-27 22: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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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산업현장에서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고졸 이하 청년 실업률이 10%에 이른다는 통계가 무색할 지경입니다. 왜 이런 기형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김경래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0일 고졸 실업률이 10%에 이르러 사상 최악이라는 KBS 9시 뉴스를 보고 항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경주에 있는 중소기업인데 일자리가 있어도 아무도 오지 않으려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손영태(㈜태광고업 대표) : "너나할 것 없이 생산직 사원이 부족해서 현재 상당히 힘들고..." 최근 1년 동안 이 회사에서 고용할 수 있었던 29살 이하 청년 근로자는 단 2명입니다. 부족한 인력은 외국인 근로자 15명으로 충원했지만 아직도 20명 정도는 모자랍니다. 이 기계는 2억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입니다. 이 공장에는 이런 기계가 7대가 있지만 이 가운데 3대는 인력이 없어서 멈춰있는 상황입니다. <녹취>이상복(㈜태광공업 공장장) : "저희들이 한 번 학교에 전화를 한 적이 있어요. 거기 담당하는 선생님이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이거는 나갈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다들 어디 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서울 시내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 평일 점심인데도 빈자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20살 허주리 씨는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친구들 대부분이 졸업후 대학을 들어갔습니다. 나머지 학생들 중에서도 허주리 씨처럼 서비스업에 취업한 경우가 많습니다. <녹취>허주리(실업계고 졸업/외식업체 취업) : "서비스 쪽으로 많이 오는 추세인 것 같아요. 자기 전공을 했어도 그 전공 버리고..." 지금은 중소기업에서 병역 특례를 하고 있는 23살 박지훈 씨도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 후에 선택한 직업은 서비스업이었습니다. 2년 동안 호프집에서 서빙을 하고 대형 할인 매장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박지훈 씨는 내년 초 특례 기간이 끝나면 다시 대학에 갈 작정입니다. <녹취>박지훈(실업계고 졸업/병역특례 中) : "친구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중소기업 공장에 들어가서 일하는 경우는 거의 드문 것 같습니다. 특별한 병특이 아니고선...." 공업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3명 가운데 2명은 대학에 갑니다. 나머지 중 절반은 서비스업에 가거나 실업자로 남습니다. 제조업에 취업 비율은 18%를 겨우 넘습니다. 취직을 해도 대기업 아니면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인터뷰>위성호(서울공고 전자기계과 3학년) : "다 대기업만 갈려 그러고, 중소기업 가면 힘들고 돈도 별로 안주고 그래서 다 꺼려해요." 중소기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왜곡된 인식이 44%, 상대적 저임금이 42%로 두가지가 대부분입니다. 이 가운데 특히 임금이 대기업에 비해 낮은데다 작은 기업일수록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어 영세기업일수록 인력난은 더 심각합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거나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터뷰>김세종(박사/중소기업 연구원) : "우리 산업 경제 발전의 밑바탕이 돼 왔던 기능인력에 대한 홀대부분이 굉장이 뿌리깊게 남아있는 게 아니냐, 뭐랄까 우대 제도 같은 것이 없어지면서 생산 현장에 가고 싶은 메리트가 거의 없어졌다고 보면 되거든요." 지금까지 실업대책이 대졸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고졸자와 이들이 필요한 중소기업은 정부 정책에서도 소외돼 왔습니다. 제조업의 뿌리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에 젊은 근로자가 가지 않을 경우 산업 전반의 노화와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립니다. KBS 뉴스 김경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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