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논술 교육 학교가 감당해야

입력 2006.12.05 (22:08) 수정 2006.12.0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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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공부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지 아십니까?

각 대학의 논술시험이 전 교과의 지식을 총체적으로 묻는 통합논술로 바뀌면서 학교안팎에서 논술광풍과 함께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교육에 맡길수도, 그렇다고 학교가 감당하기도 힘든 논술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을 유광석 기자가 심층보도합니다.

<리포트>

고3 수험생 하지훈군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논술학원을 다니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원정을 왔습니다.

아직 학기가 끝나지도 않았지만 학교에서는 논술을 가르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하지훈 (부산 00고 3학년): "서울 쪽에 있는 선생님들이 좀 더 낫다고 해서요. 학교에서도 올라가라고 하고,서울에 오게 됐습니다."

대입 수험생만이 아닙니다.

내년엔 논술반영 대학이 올해보다 2배나 늘고 반영비율도 최대 30%까지 높아지게 돼 당장 고2 학생은 물론이고 초중학생까지 논술학원을 찾고 있습니다.

각 대학들이 전 교과목 지식을 총체적으로 묻겠다며 통합교과형 논술을 강조하는 것도 학원행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한 대학의 2008학년도 통합논술 예시문항 여러 수식과 도표, 고전지문이 혼재돼 있어 출제 의도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학은 변별력을 높이려는 의도지만 논술이 아니라 본고사 부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대학들은 학원식 답안은 오히려 점수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 그 자쳅니다.

<인터뷰>김미순 (고등학생 학부모): "학교에서는 안 가르쳐 주고 우리는 학원에 갈 수밖에 없는데 학원에 다니면 불익익을 준다고 하잖아요. 그럼 우린 어쩌란 말인지..."

그래서 각 대학의 논술 설명회장은 통합논술 성토장이나 다름없습니다.

<인터뷰>김영웅 (서울 성신여고 교사):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고등학교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사교육에 모든 것을 내줘야 하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하지만 사정이 어렵다 해도 공교육이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보낼 수도, 혼자 알아서 공부하라고 방관할 수도 없습니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성공사례로 꼽히는 학교 논술수업입니다.

여러과목 교사들이 함께 수업을 진행하며 같은 주제를 가르치는 `팀 티칭` ,학생들이 책을 읽고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문제 해결능력을 키워나가는 `독서토론`, 학생들이 4~5명씩 조를 나눠 수업을 토론식으로 진행하는 `학생주도 수업` 등입니다.

제대로만 한다면 통합형 논술은 학교가 학원보다 더 유리할 수 있음을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인터뷰>권희정 (상명대 부속여고 교사): "무엇에서 막혀 하고 어려워하는지 잘 포착해서 방법을 적용해서 아이들 하나하나 시켜보면 제대로 따라옵니다. 그것이 1년 프로그램으로 쌓일 때 공교육이 사교육보다 훨씬 안정적이면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거죠."

이같은 학교 논술수업이 가능하기 위해선 논술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진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때문에 교사를 위한 논술연수와 교재개발 지원 등에 있어 정부의 실질적인 도움이 요구되며 논술교사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필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이 대학들의 협조, 특히 교과 과정과 동떨어진 '논술 어렵게 내기' 식의 경쟁을 지양하고 공교육에서 논술준비가 가능하도록 협력해야 합니다.

<인터뷰>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학교들로 하여금 적응해갈 수 있도록 사전에 출제지침이라든가 예시문항이라 든가 채점기준 같은 것들을 상세하게 제공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초등학생에까지 확산된 논술 사교육 광풍. 공교육을 강화해 학교에서 가르치는 방안만이 진정한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유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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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논술 교육 학교가 감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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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06-12-05 22: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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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공부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지 아십니까? 각 대학의 논술시험이 전 교과의 지식을 총체적으로 묻는 통합논술로 바뀌면서 학교안팎에서 논술광풍과 함께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교육에 맡길수도, 그렇다고 학교가 감당하기도 힘든 논술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을 유광석 기자가 심층보도합니다. <리포트> 고3 수험생 하지훈군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논술학원을 다니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원정을 왔습니다. 아직 학기가 끝나지도 않았지만 학교에서는 논술을 가르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하지훈 (부산 00고 3학년): "서울 쪽에 있는 선생님들이 좀 더 낫다고 해서요. 학교에서도 올라가라고 하고,서울에 오게 됐습니다." 대입 수험생만이 아닙니다. 내년엔 논술반영 대학이 올해보다 2배나 늘고 반영비율도 최대 30%까지 높아지게 돼 당장 고2 학생은 물론이고 초중학생까지 논술학원을 찾고 있습니다. 각 대학들이 전 교과목 지식을 총체적으로 묻겠다며 통합교과형 논술을 강조하는 것도 학원행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한 대학의 2008학년도 통합논술 예시문항 여러 수식과 도표, 고전지문이 혼재돼 있어 출제 의도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학은 변별력을 높이려는 의도지만 논술이 아니라 본고사 부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대학들은 학원식 답안은 오히려 점수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 그 자쳅니다. <인터뷰>김미순 (고등학생 학부모): "학교에서는 안 가르쳐 주고 우리는 학원에 갈 수밖에 없는데 학원에 다니면 불익익을 준다고 하잖아요. 그럼 우린 어쩌란 말인지..." 그래서 각 대학의 논술 설명회장은 통합논술 성토장이나 다름없습니다. <인터뷰>김영웅 (서울 성신여고 교사):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고등학교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사교육에 모든 것을 내줘야 하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하지만 사정이 어렵다 해도 공교육이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보낼 수도, 혼자 알아서 공부하라고 방관할 수도 없습니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성공사례로 꼽히는 학교 논술수업입니다. 여러과목 교사들이 함께 수업을 진행하며 같은 주제를 가르치는 `팀 티칭` ,학생들이 책을 읽고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문제 해결능력을 키워나가는 `독서토론`, 학생들이 4~5명씩 조를 나눠 수업을 토론식으로 진행하는 `학생주도 수업` 등입니다. 제대로만 한다면 통합형 논술은 학교가 학원보다 더 유리할 수 있음을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인터뷰>권희정 (상명대 부속여고 교사): "무엇에서 막혀 하고 어려워하는지 잘 포착해서 방법을 적용해서 아이들 하나하나 시켜보면 제대로 따라옵니다. 그것이 1년 프로그램으로 쌓일 때 공교육이 사교육보다 훨씬 안정적이면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거죠." 이같은 학교 논술수업이 가능하기 위해선 논술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진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때문에 교사를 위한 논술연수와 교재개발 지원 등에 있어 정부의 실질적인 도움이 요구되며 논술교사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필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이 대학들의 협조, 특히 교과 과정과 동떨어진 '논술 어렵게 내기' 식의 경쟁을 지양하고 공교육에서 논술준비가 가능하도록 협력해야 합니다. <인터뷰>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학교들로 하여금 적응해갈 수 있도록 사전에 출제지침이라든가 예시문항이라 든가 채점기준 같은 것들을 상세하게 제공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초등학생에까지 확산된 논술 사교육 광풍. 공교육을 강화해 학교에서 가르치는 방안만이 진정한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유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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