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 사망에 ‘애도’의 물결은 잠잠

입력 2006.12.1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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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前) 칠레 대통령의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하는 목소리보다는 독재자의 '단죄'가 무산됐음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려퍼졌다.
특히 인권운동가들은 피노체트의 인권유린 행위가 법의 심판을 받았어야 한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영국 런던 소재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10일 피노체트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성명을 내고 피노체트의 사망은 칠레 정부로 하여금 인권유린 사건에 정의의 심판이 이뤄지도록 하는, 이른바 호텔의 '모닝 콜'처럼 주의를 환기하는 경고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성명에서 피노체트가 죽음으로써 법의 심판을 모면했지만 "이번 일은 인권유린 범죄의 신속한 해결이 얼마나 중요한 지 각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BBC 인터넷판에 따르면 인권변호사인 제프리 로버트슨 "피노체트가 천국에 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옥이 있다면 그는 그 곳에 갈 것이며 지옥은 그가 운영하던 고문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는 수만명을 고문했으며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상기했다.
피노체트 정권 아래에서 고문을 당했다는 시엘라 카시디는 "피노체트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문을 당한 사람들은 당연히 그럴만 했기 때문에 고문을 당했을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라면서 치를 떨었다.
'독재자' 피노체트에게서 직접 피해를 입은 이들과 달리 미국, 영국 등 각국 정부는 외교적 수사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지만 그의 죽음을 크게 애도하는 분위기는 감지하기 어려웠다.
지난 1973년 사회주의 정부를 축출한 피노체트의 쿠데타를 물밑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피노체트의 독재정권은 칠레 역사에서 가장 힘든 시절 가운데 하나를 대표한다"며 "우리의 생각은 피노체트 집권기간 희생자 및 그 가족들과 함께 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우리는 자유와 법치 그리고 인권존중에 기반해 사회를 건설한 칠레 국민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마거릿 베케트 영국 외무장관도 "우리는 칠레 정부가 개방적이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민주주의로 발전해 온 것을 환영한다"면서 "오늘날의 칠레가 과거와 전혀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짧게 언급했다.
스페인의 좌ㆍ우익 정당들은 피노체트 사망 소식에 일제히 그가 각종 인권유린 혐의로 처벌을 받기도 전에 사망한 데 유감을 표명하며 "유혈적 독재자의 사망에 결코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반면 재임기간인 1982년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 분쟁을 겪던 중에 피노체트 정권으로부터 크게 도움을 받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피노체트의 사망에 "크게 슬퍼하고 있다"고 그의 대변인이 전했다.
대처 전 총리 대변인은 이어 대처 전 총리가 피노체트의 미망인과 유가족에게 애도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약 1천명의 반(反) 피노체트 시위대가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피노체트 사망을 '축하'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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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노체트 사망에 ‘애도’의 물결은 잠잠
    • 입력 2006-12-11 09:37:09
    연합뉴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前) 칠레 대통령의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하는 목소리보다는 독재자의 '단죄'가 무산됐음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려퍼졌다. 특히 인권운동가들은 피노체트의 인권유린 행위가 법의 심판을 받았어야 한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영국 런던 소재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10일 피노체트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성명을 내고 피노체트의 사망은 칠레 정부로 하여금 인권유린 사건에 정의의 심판이 이뤄지도록 하는, 이른바 호텔의 '모닝 콜'처럼 주의를 환기하는 경고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성명에서 피노체트가 죽음으로써 법의 심판을 모면했지만 "이번 일은 인권유린 범죄의 신속한 해결이 얼마나 중요한 지 각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BBC 인터넷판에 따르면 인권변호사인 제프리 로버트슨 "피노체트가 천국에 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옥이 있다면 그는 그 곳에 갈 것이며 지옥은 그가 운영하던 고문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는 수만명을 고문했으며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상기했다. 피노체트 정권 아래에서 고문을 당했다는 시엘라 카시디는 "피노체트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문을 당한 사람들은 당연히 그럴만 했기 때문에 고문을 당했을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라면서 치를 떨었다. '독재자' 피노체트에게서 직접 피해를 입은 이들과 달리 미국, 영국 등 각국 정부는 외교적 수사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지만 그의 죽음을 크게 애도하는 분위기는 감지하기 어려웠다. 지난 1973년 사회주의 정부를 축출한 피노체트의 쿠데타를 물밑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피노체트의 독재정권은 칠레 역사에서 가장 힘든 시절 가운데 하나를 대표한다"며 "우리의 생각은 피노체트 집권기간 희생자 및 그 가족들과 함께 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우리는 자유와 법치 그리고 인권존중에 기반해 사회를 건설한 칠레 국민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마거릿 베케트 영국 외무장관도 "우리는 칠레 정부가 개방적이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민주주의로 발전해 온 것을 환영한다"면서 "오늘날의 칠레가 과거와 전혀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짧게 언급했다. 스페인의 좌ㆍ우익 정당들은 피노체트 사망 소식에 일제히 그가 각종 인권유린 혐의로 처벌을 받기도 전에 사망한 데 유감을 표명하며 "유혈적 독재자의 사망에 결코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반면 재임기간인 1982년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 분쟁을 겪던 중에 피노체트 정권으로부터 크게 도움을 받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피노체트의 사망에 "크게 슬퍼하고 있다"고 그의 대변인이 전했다. 대처 전 총리 대변인은 이어 대처 전 총리가 피노체트의 미망인과 유가족에게 애도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약 1천명의 반(反) 피노체트 시위대가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피노체트 사망을 '축하'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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