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습 ‘1g 전쟁’

입력 2006.12.18 (22:15) 수정 2006.12.1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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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본이 최근 첨단 소재를 앞세워 노골적으로 한국의 전자업체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을 추월한 한국 기업에게는 첨단소재 수출 자체를 가로막고 있어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일본의 역습과 국내 소재산업의 문제점을 박영관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샤프가 올해 세계 최초로 가동한 8세대 LCD 공장입니다.

<자료화면> "2006년, 가메야마 공장이 세계의 텔레비전을 진화시킵니다"

기존 LCD 제조 공정에 없던 첨단 잉크젯 기술을 활용해 대폭적인 원가 절감이 가능해졌습니다.

<인터뷰>가타야마 간오 (샤프 전무): "가장 큰 장점은 공정이 기존 공정에 비해 몇분의 일로 줄었다는 겁니다."

삼성과 LG에 뒤쳐진 것으로 평가받던 샤프의 갑작스런 도약은 '퓨쳐비전'이라는, 일본 국가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신소재와 설비가 그 발판이 됐습니다.

우리나라 업체들로선 이런 신소재와 장비를 돈을 주고도 사올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인터뷰>석준형 (삼성전자 부사장): "퓨처비젼에 해당하는 설비라든지 소재는 구매를 할 수 없게 돼있습니다."

문제는 일본 26개 기업이 참여한 퓨쳐비전의 이런 행보가 시작부터 한국 기업들을 겨냥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오미 다다히로 (도호쿠대 교수): "왜 그렇게 엄격하게 했냐면 삼성이 일본에서 배운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는 것이죠. 일본이 아무 것도 주지 않는다면 대체 (삼성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 싶습니다."

이런 강력한 소재산업을 바탕으로 일본은 요즘 전자업계 최종 전쟁에서 결국 일본이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10~20년의 긴 시간이 필요한 소재산업에 투자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도 그런 분석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즈미야 와타루: "일본인은 느긋하지만 한국인은 10년이나 20년씩은 못 기다린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국민성의 차이도 있는 것 아닐까요?"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적자도 부품 분야에선 올들어 처음 감소세로 돌아 섰지만, 소재 분야의 적자는 여전히 큰 폭의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최근 개발한 불에 타지 않는 고무 소잽니다.

1,600℃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이 고무소재를 개발해 양산설비를 갖추는 데 100억 원 정도의 많은 돈이 들었습니다.

<인터뷰>김수근 (진성산업 대표): "우리 회사도 참 어렵게 어렵게 R&D 부분에 연 매출의 15% 가까이 투자를 해왔습니 다만 어려운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

KBS 취재팀이 부품소재산업진흥원에 의뢰해 설문조사한 결과 국내 중소기업의 67%는 이처럼 개발을 해도 사업화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소재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습니다.

반면에 대기업들은 69%가 CEO 임기 중에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었습니다.

<인터뷰>김동철 (부품소재산업진흥원장): "전문 경영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경영 평가 단위가 짧기 때문에 경영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분야는 손을 대지 않으려고 하는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재벌 총수들의 인식이 변하거나 경영 풍토가 바뀌지 않는다면 국내 대기업들이 소재산업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얘기이고, 이런 문제가 다른 분야의 경쟁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게,

우리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고민입니다.

KBS뉴스 박영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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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의 역습 ‘1g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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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06-12-18 22: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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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본이 최근 첨단 소재를 앞세워 노골적으로 한국의 전자업체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을 추월한 한국 기업에게는 첨단소재 수출 자체를 가로막고 있어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일본의 역습과 국내 소재산업의 문제점을 박영관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샤프가 올해 세계 최초로 가동한 8세대 LCD 공장입니다. <자료화면> "2006년, 가메야마 공장이 세계의 텔레비전을 진화시킵니다" 기존 LCD 제조 공정에 없던 첨단 잉크젯 기술을 활용해 대폭적인 원가 절감이 가능해졌습니다. <인터뷰>가타야마 간오 (샤프 전무): "가장 큰 장점은 공정이 기존 공정에 비해 몇분의 일로 줄었다는 겁니다." 삼성과 LG에 뒤쳐진 것으로 평가받던 샤프의 갑작스런 도약은 '퓨쳐비전'이라는, 일본 국가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신소재와 설비가 그 발판이 됐습니다. 우리나라 업체들로선 이런 신소재와 장비를 돈을 주고도 사올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인터뷰>석준형 (삼성전자 부사장): "퓨처비젼에 해당하는 설비라든지 소재는 구매를 할 수 없게 돼있습니다." 문제는 일본 26개 기업이 참여한 퓨쳐비전의 이런 행보가 시작부터 한국 기업들을 겨냥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오미 다다히로 (도호쿠대 교수): "왜 그렇게 엄격하게 했냐면 삼성이 일본에서 배운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는 것이죠. 일본이 아무 것도 주지 않는다면 대체 (삼성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 싶습니다." 이런 강력한 소재산업을 바탕으로 일본은 요즘 전자업계 최종 전쟁에서 결국 일본이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10~20년의 긴 시간이 필요한 소재산업에 투자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도 그런 분석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즈미야 와타루: "일본인은 느긋하지만 한국인은 10년이나 20년씩은 못 기다린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국민성의 차이도 있는 것 아닐까요?"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적자도 부품 분야에선 올들어 처음 감소세로 돌아 섰지만, 소재 분야의 적자는 여전히 큰 폭의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최근 개발한 불에 타지 않는 고무 소잽니다. 1,600℃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이 고무소재를 개발해 양산설비를 갖추는 데 100억 원 정도의 많은 돈이 들었습니다. <인터뷰>김수근 (진성산업 대표): "우리 회사도 참 어렵게 어렵게 R&D 부분에 연 매출의 15% 가까이 투자를 해왔습니 다만 어려운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 KBS 취재팀이 부품소재산업진흥원에 의뢰해 설문조사한 결과 국내 중소기업의 67%는 이처럼 개발을 해도 사업화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소재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습니다. 반면에 대기업들은 69%가 CEO 임기 중에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었습니다. <인터뷰>김동철 (부품소재산업진흥원장): "전문 경영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경영 평가 단위가 짧기 때문에 경영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분야는 손을 대지 않으려고 하는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재벌 총수들의 인식이 변하거나 경영 풍토가 바뀌지 않는다면 국내 대기업들이 소재산업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얘기이고, 이런 문제가 다른 분야의 경쟁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게, 우리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고민입니다. KBS뉴스 박영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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