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학생의 죽음, 진실은?

입력 2007.01.0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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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년 반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중학생의 죽음을 놓고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당시 경찰과 학교당국은 성적을 비관한 자살이라고 발표했지만, 유족들은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며 사실 은폐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홍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2005년 5월, 중학교 3학년생 임종빈 군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학교와 경찰은 즉시 성적 비관에 따른 자살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당시 담당 경찰 : "성적 문제, 가정 문제, 교우 문제, 학교 문제 등으로 막내 먼저 갑니다. 죄송합니다. 그 말이 있었고..."

하지만 유족들은 장례식장을 찾은 친구들에게서 뜻밖의 말을 듣습니다.

<인터뷰> 임영순(숨진 임 군 아버지) : "장례식장에서 7-8명이 찾아와서 나한테 사죄한 이야기가 있어요. 종빈이를 너무 괴롭혀서 종빈이가 우리 때문에 죽었다..."

의문을 품은 유족들이 두번이나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학교에 냈지만 '집단 따돌림은 없었다'는 답변만 반복됐습니다.

유족들은 결국 같은 반 친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100여 장의 진술서를 받아냈습니다.

<인터뷰> 임 군 2학년 때 동급생 : "의자를 일단 빼면 애가 뒤로 엎어지잖아요. 그러면 애들이 그 때 때리고 욕하고... "

<인터뷰> 임 군 3학년 때 동급생 : "침 튀긴 척 하면서 침 뱉고요, 놀리고 많이 자주 괴롭혔어요. 15명에서 20명 정도가..."

그러나 이같은 증언에도 학교 측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임 군 3학년 담임 교사 : "우리가 학교에서도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로도 그 애를 자살하게 할 정도로 괴롭힘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감지 못했고 학생들도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고 해서..."

이런 상황에 유족들은 학교 측이 의도적으로 집단 괴롭힘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학생들로부터 받은 진술서를 보면 학교 측이 임 군의 자살 이유를 성적 비관으로 몰고갔고, 학생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한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유족들은 지난주 이런 내용의 탄원서를 교육부에 제출했고, 파문이 커지자 경찰도 재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임 군 자살의 진상을 밝이는 일이 다시 경찰과 교육부의 손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인터뷰> 임 군 어머니 : "솔직히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요. 우리 애는 비록 갔지만 우리 아들 같이 안 당하리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KBS 뉴스 정홍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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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중학생의 죽음, 진실은?
    • 입력 2007-01-03 20: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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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년 반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중학생의 죽음을 놓고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당시 경찰과 학교당국은 성적을 비관한 자살이라고 발표했지만, 유족들은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며 사실 은폐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홍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2005년 5월, 중학교 3학년생 임종빈 군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학교와 경찰은 즉시 성적 비관에 따른 자살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당시 담당 경찰 : "성적 문제, 가정 문제, 교우 문제, 학교 문제 등으로 막내 먼저 갑니다. 죄송합니다. 그 말이 있었고..." 하지만 유족들은 장례식장을 찾은 친구들에게서 뜻밖의 말을 듣습니다. <인터뷰> 임영순(숨진 임 군 아버지) : "장례식장에서 7-8명이 찾아와서 나한테 사죄한 이야기가 있어요. 종빈이를 너무 괴롭혀서 종빈이가 우리 때문에 죽었다..." 의문을 품은 유족들이 두번이나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학교에 냈지만 '집단 따돌림은 없었다'는 답변만 반복됐습니다. 유족들은 결국 같은 반 친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100여 장의 진술서를 받아냈습니다. <인터뷰> 임 군 2학년 때 동급생 : "의자를 일단 빼면 애가 뒤로 엎어지잖아요. 그러면 애들이 그 때 때리고 욕하고... " <인터뷰> 임 군 3학년 때 동급생 : "침 튀긴 척 하면서 침 뱉고요, 놀리고 많이 자주 괴롭혔어요. 15명에서 20명 정도가..." 그러나 이같은 증언에도 학교 측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임 군 3학년 담임 교사 : "우리가 학교에서도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로도 그 애를 자살하게 할 정도로 괴롭힘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감지 못했고 학생들도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고 해서..." 이런 상황에 유족들은 학교 측이 의도적으로 집단 괴롭힘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학생들로부터 받은 진술서를 보면 학교 측이 임 군의 자살 이유를 성적 비관으로 몰고갔고, 학생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한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유족들은 지난주 이런 내용의 탄원서를 교육부에 제출했고, 파문이 커지자 경찰도 재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임 군 자살의 진상을 밝이는 일이 다시 경찰과 교육부의 손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인터뷰> 임 군 어머니 : "솔직히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요. 우리 애는 비록 갔지만 우리 아들 같이 안 당하리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KBS 뉴스 정홍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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