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교수 “죽을죄 지었다, 그러나 배신감 느껴”

입력 2007.01.0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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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소설가인 마광수 연세대 교수는 5일 자신의 신작 시집에 수록된 작품 중 1편이 제자의 시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난 것과 관련 "잘못을 시인한다. 그러나 일방적 폭로전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옛 홍익대 교지를 정리하던 중 그때 알고 지낸 한 여학생의 시가 그대로 묻히는 것이 아까워 조금 고치고 그대로 썼다"면서 "표절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마 교수는 특히 "시집에 실린 시의 편수가 380편이 넘는다. 분량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제자의 시가) 아주 뛰어난 시도 아닌데 굳이 '표절'까지 해가며 시집에 넣을 이유가 있겠느냐"며 행동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자의 시를 시집에 실었던 이유는 단지 좋은 시 한 편이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면서 "사전에 제자와 만나 이야기하려고 했으나 당시에는 연락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지난 11월 제자가 갑자기 연락을 해서 그런 사실을 먼저 이야기했다"면서 "당시 옛 추억을 이야기하고 기분 좋게 헤어져 그냥 양해가 된 줄로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먼저 내게 다시 출처를 밝히라거나, 삭제하라고 요구했다면 다 들어줄 수 있는 일인데 당시에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지금 와서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마 교수는 "첫째로 나의 잘못이다. 내가 죽을 죄를 지었다"면서도 "2000년 6월 재임용 심사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으며 느꼈던 인간에 대한 실망감을 다시 한번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절한 시는 마 교수가 작년 4월 출간한 신작시집 '야하디 얄라숑'(해냄)에 수록된 '말에 대하여'라는 작품.
시는 마 교수가 20여년 전 홍익대에 근무할 당시 제자였던 김이원(43.여. 당시 영어교육학과 3학년)씨가 교지 '홍익'에 발표했던 작품으로, 시 중 일부가 조금 변경되고 연을 나누었을 뿐 나머지 부분은 거의 똑같이 차용했다. 마 교수의 표절 사실은 김씨의 제보로 밝혀졌다.
작년 12월 초 전시회 문제로 부탁할 일이 있어 마 교수 연구실을 찾게됐다는 김씨는 "당시 마 교수가 내가 들고간 자신의 시집을 가리키면서 '거기 안에 네 시도 있다'고 말했다"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 시를 자신의 시집 안에 실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기막혔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내가 표절 시비로 고소하면 어떡하려고 하느냐'고 따지자 '미안하게 됐다'면서 자신이 쓴 소설을 한 권 주려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당시 아무말도 하지 못한 것은 마 교수의 태도가 너무 황당해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면서 "내가 '묵인했다'는 마 교수의 주장에 다시 한번 기가 막힐 뿐"이라며 마 교수를 비난했다.
그는 "마 교수가 표절 사실을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 표절 등의 부도덕인 일들에 경종을 울리자는 차원에서 언론에 제보하게 됐다"면서 "현재 법적인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해냄출판사는 이날 "마 교수의 행위가 표절이라고 판단, 전국 서점에 위 사실을 알리고 해당 도서의 판매중지 및 수거를 요청해 폐기할 계획"이라면서 "독자들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시집은 초판 2천부 등 모두 총 3천부가 제작됐으며 현재 2천부 가량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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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광수 교수 “죽을죄 지었다, 그러나 배신감 느껴”
    • 입력 2007-01-05 16:48:35
    연합뉴스
시인이자 소설가인 마광수 연세대 교수는 5일 자신의 신작 시집에 수록된 작품 중 1편이 제자의 시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난 것과 관련 "잘못을 시인한다. 그러나 일방적 폭로전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옛 홍익대 교지를 정리하던 중 그때 알고 지낸 한 여학생의 시가 그대로 묻히는 것이 아까워 조금 고치고 그대로 썼다"면서 "표절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마 교수는 특히 "시집에 실린 시의 편수가 380편이 넘는다. 분량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제자의 시가) 아주 뛰어난 시도 아닌데 굳이 '표절'까지 해가며 시집에 넣을 이유가 있겠느냐"며 행동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자의 시를 시집에 실었던 이유는 단지 좋은 시 한 편이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면서 "사전에 제자와 만나 이야기하려고 했으나 당시에는 연락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지난 11월 제자가 갑자기 연락을 해서 그런 사실을 먼저 이야기했다"면서 "당시 옛 추억을 이야기하고 기분 좋게 헤어져 그냥 양해가 된 줄로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먼저 내게 다시 출처를 밝히라거나, 삭제하라고 요구했다면 다 들어줄 수 있는 일인데 당시에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지금 와서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마 교수는 "첫째로 나의 잘못이다. 내가 죽을 죄를 지었다"면서도 "2000년 6월 재임용 심사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으며 느꼈던 인간에 대한 실망감을 다시 한번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절한 시는 마 교수가 작년 4월 출간한 신작시집 '야하디 얄라숑'(해냄)에 수록된 '말에 대하여'라는 작품. 시는 마 교수가 20여년 전 홍익대에 근무할 당시 제자였던 김이원(43.여. 당시 영어교육학과 3학년)씨가 교지 '홍익'에 발표했던 작품으로, 시 중 일부가 조금 변경되고 연을 나누었을 뿐 나머지 부분은 거의 똑같이 차용했다. 마 교수의 표절 사실은 김씨의 제보로 밝혀졌다. 작년 12월 초 전시회 문제로 부탁할 일이 있어 마 교수 연구실을 찾게됐다는 김씨는 "당시 마 교수가 내가 들고간 자신의 시집을 가리키면서 '거기 안에 네 시도 있다'고 말했다"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 시를 자신의 시집 안에 실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기막혔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내가 표절 시비로 고소하면 어떡하려고 하느냐'고 따지자 '미안하게 됐다'면서 자신이 쓴 소설을 한 권 주려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당시 아무말도 하지 못한 것은 마 교수의 태도가 너무 황당해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면서 "내가 '묵인했다'는 마 교수의 주장에 다시 한번 기가 막힐 뿐"이라며 마 교수를 비난했다. 그는 "마 교수가 표절 사실을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 표절 등의 부도덕인 일들에 경종을 울리자는 차원에서 언론에 제보하게 됐다"면서 "현재 법적인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해냄출판사는 이날 "마 교수의 행위가 표절이라고 판단, 전국 서점에 위 사실을 알리고 해당 도서의 판매중지 및 수거를 요청해 폐기할 계획"이라면서 "독자들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시집은 초판 2천부 등 모두 총 3천부가 제작됐으며 현재 2천부 가량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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