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vs자해, 진흙탕 수영 ‘박태환 걱정되네’

입력 2007.02.0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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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영계 인사들이 새해 초부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노민상(51) 대한수영연맹 경영 국가대표팀 감독이 1일 김봉조(60) 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부터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병원에 입원했고, 가해자로 지목된 김 위원장은 2일 노 감독이 '자해극'을 벌여 자신을 음해하려 한다며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수영의 미래를 이끌어 갈 지도자들이 '폭행 사건'의 당사자가 된 것만으로도 한국 수영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는데 더 나아가 양측은 '진실게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꼴이 됐다.
더구나 김 위원장과 노 감독은 중학교 선후배 사이여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더욱 곱지 않다.
노 감독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 수사가 진행되면 폭행사건의 진실이 어느 정도 밝혀지겠지만 정작 문제는 이 싸움이 국내 수영의 '희망' 박태환(18.경기고)을 놓고 벌어졌다는 점이다.
박태환이 수영에 입문할 때부터 지도해 온 노민상 감독은 작년 말 수영연맹으로부터 포상금을 받는 자리에서 "주위에서 태환이를 흔들지만 않으면 계속 커 나갈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더니 결국 박태환이 자신과 결별하고 개인훈련을 택하자 "'제3자'가 개입돼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노민상 감독이 '제3자'로 지목한 사람은 바로 김봉조 위원장. 1990년대 연맹 전무이사를 지냈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는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도 했던 김 위원장은 수영연맹 집행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노 감독은 김 위원장이 박태환 부모를 설득해 대표팀 감독인 자신과 박태환이 갈라서도록 배후에서 조종했다고 믿고 있다.
노 감독은 줄곧 "국내에는 선수 경기력 향상을 위해 태릉선수촌 만큼 좋은 곳이 없는 데도 태환이를 빼간 건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수영계에서 야당 역할을 하는 김봉조 위원장이 여당인 연맹에 반발하기 위해 일부러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배후 조종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설사 내가 조종을 했다 하더라도 최상의 훈련 조건을 만들어줬다면 할 말 없는 거 아니냐"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또 "노 감독이 어려웠던 시절 뒤에서 도와준 게 바로 나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서운함까지 드러냈다.
진실이야 어찌됐건 두 사람의 대립이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해외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박태환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박태환 아버지 박인호(56)씨는 "태환이가 노 감독과 결별 문제 때문에 연초부터 상당히 예민해져 있다. 이 때문에 서둘러 해외전훈을 보냈는데 이 사건을 알게 되면 훈련에 분명히 차질이 있을 것"이라며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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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행vs자해, 진흙탕 수영 ‘박태환 걱정되네’
    • 입력 2007-02-02 13:54:15
    연합뉴스
국내 수영계 인사들이 새해 초부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노민상(51) 대한수영연맹 경영 국가대표팀 감독이 1일 김봉조(60) 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부터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병원에 입원했고, 가해자로 지목된 김 위원장은 2일 노 감독이 '자해극'을 벌여 자신을 음해하려 한다며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수영의 미래를 이끌어 갈 지도자들이 '폭행 사건'의 당사자가 된 것만으로도 한국 수영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는데 더 나아가 양측은 '진실게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꼴이 됐다. 더구나 김 위원장과 노 감독은 중학교 선후배 사이여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더욱 곱지 않다. 노 감독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 수사가 진행되면 폭행사건의 진실이 어느 정도 밝혀지겠지만 정작 문제는 이 싸움이 국내 수영의 '희망' 박태환(18.경기고)을 놓고 벌어졌다는 점이다. 박태환이 수영에 입문할 때부터 지도해 온 노민상 감독은 작년 말 수영연맹으로부터 포상금을 받는 자리에서 "주위에서 태환이를 흔들지만 않으면 계속 커 나갈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더니 결국 박태환이 자신과 결별하고 개인훈련을 택하자 "'제3자'가 개입돼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노민상 감독이 '제3자'로 지목한 사람은 바로 김봉조 위원장. 1990년대 연맹 전무이사를 지냈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는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도 했던 김 위원장은 수영연맹 집행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노 감독은 김 위원장이 박태환 부모를 설득해 대표팀 감독인 자신과 박태환이 갈라서도록 배후에서 조종했다고 믿고 있다. 노 감독은 줄곧 "국내에는 선수 경기력 향상을 위해 태릉선수촌 만큼 좋은 곳이 없는 데도 태환이를 빼간 건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수영계에서 야당 역할을 하는 김봉조 위원장이 여당인 연맹에 반발하기 위해 일부러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배후 조종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설사 내가 조종을 했다 하더라도 최상의 훈련 조건을 만들어줬다면 할 말 없는 거 아니냐"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또 "노 감독이 어려웠던 시절 뒤에서 도와준 게 바로 나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서운함까지 드러냈다. 진실이야 어찌됐건 두 사람의 대립이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해외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박태환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박태환 아버지 박인호(56)씨는 "태환이가 노 감독과 결별 문제 때문에 연초부터 상당히 예민해져 있다. 이 때문에 서둘러 해외전훈을 보냈는데 이 사건을 알게 되면 훈련에 분명히 차질이 있을 것"이라며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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