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베어벡호 해결사’ 양동현, 희망 불씨

입력 2007.02.28 (22:16) 수정 2007.02.2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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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파 스트라이커 양동현(울산)이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을 치르는 '리틀 베어벡호'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양동현은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 예선 F조 1차전에 선발 출전해 후반 18분 결승골을 뽑아내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빼어난 위치 선정 감각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지루하게 0-0 공방이 이어지던 후반 18분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던 박주영(서울)은 아크 부분에서 수비수를 등지고 있던 김승용(광주)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단숨에 골키퍼와 맞닥뜨렸다.
무리한 슈팅을 날리지 않은 박주영은 볼을 오른쪽으로 툭 밀어줬고 그곳에는 양동현이 버티고 있었다. 어느새 빈 공간으로 침투해 들어온 것. 양동현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왼발로 가볍게 밀어넣어 골문을 갈랐다.
양동현은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골문 앞에서 발만 갖다 댔을 뿐이다. 주영이 형이 워낙 잘 만들어줘 도리어 미안할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못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가 9명씩 내려가 잠그는 상황에서 스트라이커로서 다소 느슨해진 마음도 있었지만 1-0이든 2-0이든 이기는 경기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2003년 17세 이하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 한국 축구의 차세대 스트라이커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던 양동현은 끊임없이 부상 악몽에 시달리며 불운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프랑스 FC메츠와 스페인 바야돌리드의 유스팀에서 유럽 축구기술을 익혔지만 2004년 부상으로 이듬해 K-리그로 돌아와 울산 현대에서 프로에 입문했다. 2005년 세계청소년(U-20)월드컵을 앞두고 뒤늦게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다시 허벅지를 다쳐 문턱에서 좌절했다.
소속팀 울산에서도 불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프로 첫 해를 거쳐 2006년에 재기를 기약했지만 쟁쟁한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13경기에서 한 골을 넣는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은 키 186㎝에 80㎏으로 공격수로는 이상적인 체형을 가진 그를 올림픽 대표로 발탁했고 양동현은 감독의 신임을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 올림픽 대표와 친선 평가전에서 전반 인저리 타임 선제골을 터트리며 성인 대표에 올림픽 팀까지 '두 집 살림'을 하게 된 핌 베어벡 감독을 흐뭇하게 하더니 실전인 이날 경기에서도 결승골을 뿜어내며 감독의 걱정과 부담을 덜어줬다.
올림픽 대표는 앞으로 우즈베키스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과 다섯 차례나 더 예선을 치러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험난한 여정인데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른 양동현이 희망의 불씨를 서서히 밝히고 있다.
한편 힘겨운 출발을 한 태극전사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경기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미드필더 백지훈(수원)은 "오늘 비록 원하는 만큼의 플레이는 하지 못했지만 이겨서 만족한다"며 "UAE와 2차전은 좀 더 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예멘전보다는 더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장인 중앙수비수 김진규(전남)는 "박주영의 퇴장으로 인한 공백에 개의치 않고 조직력을 좀 더 가다듬어 UAE전을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양동현도 박주영의 퇴장으로 인한 전력손실 우려에 대해 "다른 선수들도 능력이 뛰어나 충분히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팀 내 위기감을 갖게 해 더 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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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틀 베어벡호 해결사’ 양동현, 희망 불씨
    • 입력 2007-02-28 22:11:59
    • 수정2007-02-28 22:51:52
    연합뉴스
유학파 스트라이커 양동현(울산)이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을 치르는 '리틀 베어벡호'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양동현은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 예선 F조 1차전에 선발 출전해 후반 18분 결승골을 뽑아내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빼어난 위치 선정 감각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지루하게 0-0 공방이 이어지던 후반 18분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던 박주영(서울)은 아크 부분에서 수비수를 등지고 있던 김승용(광주)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단숨에 골키퍼와 맞닥뜨렸다. 무리한 슈팅을 날리지 않은 박주영은 볼을 오른쪽으로 툭 밀어줬고 그곳에는 양동현이 버티고 있었다. 어느새 빈 공간으로 침투해 들어온 것. 양동현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왼발로 가볍게 밀어넣어 골문을 갈랐다. 양동현은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골문 앞에서 발만 갖다 댔을 뿐이다. 주영이 형이 워낙 잘 만들어줘 도리어 미안할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못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가 9명씩 내려가 잠그는 상황에서 스트라이커로서 다소 느슨해진 마음도 있었지만 1-0이든 2-0이든 이기는 경기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2003년 17세 이하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 한국 축구의 차세대 스트라이커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던 양동현은 끊임없이 부상 악몽에 시달리며 불운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프랑스 FC메츠와 스페인 바야돌리드의 유스팀에서 유럽 축구기술을 익혔지만 2004년 부상으로 이듬해 K-리그로 돌아와 울산 현대에서 프로에 입문했다. 2005년 세계청소년(U-20)월드컵을 앞두고 뒤늦게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다시 허벅지를 다쳐 문턱에서 좌절했다. 소속팀 울산에서도 불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프로 첫 해를 거쳐 2006년에 재기를 기약했지만 쟁쟁한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13경기에서 한 골을 넣는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은 키 186㎝에 80㎏으로 공격수로는 이상적인 체형을 가진 그를 올림픽 대표로 발탁했고 양동현은 감독의 신임을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 올림픽 대표와 친선 평가전에서 전반 인저리 타임 선제골을 터트리며 성인 대표에 올림픽 팀까지 '두 집 살림'을 하게 된 핌 베어벡 감독을 흐뭇하게 하더니 실전인 이날 경기에서도 결승골을 뿜어내며 감독의 걱정과 부담을 덜어줬다. 올림픽 대표는 앞으로 우즈베키스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과 다섯 차례나 더 예선을 치러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험난한 여정인데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른 양동현이 희망의 불씨를 서서히 밝히고 있다. 한편 힘겨운 출발을 한 태극전사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경기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미드필더 백지훈(수원)은 "오늘 비록 원하는 만큼의 플레이는 하지 못했지만 이겨서 만족한다"며 "UAE와 2차전은 좀 더 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예멘전보다는 더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장인 중앙수비수 김진규(전남)는 "박주영의 퇴장으로 인한 공백에 개의치 않고 조직력을 좀 더 가다듬어 UAE전을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양동현도 박주영의 퇴장으로 인한 전력손실 우려에 대해 "다른 선수들도 능력이 뛰어나 충분히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팀 내 위기감을 갖게 해 더 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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