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입력 2004.10.14 (13: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태석(재희 분)은 오토바이를 타고 집집을 돌며 열쇠구멍에 전단지를 붙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전단지가 떨어져 나가지 않은 집을 열고 들어가 얼마간을 살고 나옵니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던 태석은 어느날 한 빈 집에서 멍 투성이의 한 여자를 만납니다. 남편의 집착과 소유욕 때문에 피폐해지고 망가진 채로 유령처럼 살아가는 여자 선화(이승연 분). 그녀를 남겨둔 채 서둘러 집을 빠져 나온 태석.

• 감 독 : 김기덕• 주 연 : 이승연, 재희
• 개봉일 : 2004.10.15• 등 급 : 15세이상 관람가


그러나 자신을 데려가 주길 바라는 것 같던 선화의 공허한 눈빛을 떨쳐버릴 수 없던 태석은 다시 그녀의 빈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태석은 남편의 강제적인 탐닉에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선화를 보고는 급기야 선화를 구해 도망치는데...

올 한해 한국 영화계에서 "빈 집"만큼 많은 이슈를 낳은 영화도 드물 것입니다. '위안부 누드' 파문으로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이 끝날 것처럼 보였던 이승연을 주인공으로 캐스팅 해 제작발표 단계부터 화제가 됐고, 제작 기간 내내 이승연 씨의 노출 수위를 놓고 팬들과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습니다.

지난 9월, 베니스 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빈 집"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호기심에서 찬사로 돌아섰고, 내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 한국 대표작 선정을 놓고는 "태극기 휘날리며"와 일전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15일 폐막되는 부산영화제에서도 팬들과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영화 "빈 집"은 김기덕 감독의 이전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빈 집"에서 감독은 전작들에 비해 폭력이나 섹스의 방식에서 완화된 표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사 장면도 등장하지 않고 폭력은 골프채를 이용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영상이나 줄거리가 주는 임팩트는 다른 영화들에 못지않게 충격적입니다. 빈 집만 골라 살아가는 남자라는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나 남편과 같이 사는 여자가 또 다른 남자를 집 안에 둔다는 설정은 자극적인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극중 두 주요 인물의 대사는 극히 제한돼 있습니다. 태석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마디의 말도 없고 이승연이 연기하는 선화도 영화의 후반부에 "사랑해요", " 식사하세요" 등 두 마디만 입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사건이나 인물들이 설명되는 방식이 관객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덕분에 영화 자체가 지루하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빈 집'은 감독의 전작들에 한층 늘어난 유머를 담고 있는 동시에 최근작들의 경향대로 한층 따뜻해진 시선을 보여줍니다. 여성의 캐릭터가 전에 비해 능동적이고 캐릭터도 구체적이라는데서 평론가들의 '반여성적'이라는 비판도 다소간은 무뎌질 것으로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빈 집
    • 입력 2004-10-14 13:28:31
    영화
태석(재희 분)은 오토바이를 타고 집집을 돌며 열쇠구멍에 전단지를 붙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전단지가 떨어져 나가지 않은 집을 열고 들어가 얼마간을 살고 나옵니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던 태석은 어느날 한 빈 집에서 멍 투성이의 한 여자를 만납니다. 남편의 집착과 소유욕 때문에 피폐해지고 망가진 채로 유령처럼 살아가는 여자 선화(이승연 분). 그녀를 남겨둔 채 서둘러 집을 빠져 나온 태석.
• 감 독 : 김기덕• 주 연 : 이승연, 재희
• 개봉일 : 2004.10.15• 등 급 : 15세이상 관람가
그러나 자신을 데려가 주길 바라는 것 같던 선화의 공허한 눈빛을 떨쳐버릴 수 없던 태석은 다시 그녀의 빈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태석은 남편의 강제적인 탐닉에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선화를 보고는 급기야 선화를 구해 도망치는데... 올 한해 한국 영화계에서 "빈 집"만큼 많은 이슈를 낳은 영화도 드물 것입니다. '위안부 누드' 파문으로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이 끝날 것처럼 보였던 이승연을 주인공으로 캐스팅 해 제작발표 단계부터 화제가 됐고, 제작 기간 내내 이승연 씨의 노출 수위를 놓고 팬들과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습니다. 지난 9월, 베니스 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빈 집"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호기심에서 찬사로 돌아섰고, 내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 한국 대표작 선정을 놓고는 "태극기 휘날리며"와 일전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15일 폐막되는 부산영화제에서도 팬들과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영화 "빈 집"은 김기덕 감독의 이전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빈 집"에서 감독은 전작들에 비해 폭력이나 섹스의 방식에서 완화된 표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사 장면도 등장하지 않고 폭력은 골프채를 이용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영상이나 줄거리가 주는 임팩트는 다른 영화들에 못지않게 충격적입니다. 빈 집만 골라 살아가는 남자라는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나 남편과 같이 사는 여자가 또 다른 남자를 집 안에 둔다는 설정은 자극적인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극중 두 주요 인물의 대사는 극히 제한돼 있습니다. 태석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마디의 말도 없고 이승연이 연기하는 선화도 영화의 후반부에 "사랑해요", " 식사하세요" 등 두 마디만 입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사건이나 인물들이 설명되는 방식이 관객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덕분에 영화 자체가 지루하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빈 집'은 감독의 전작들에 한층 늘어난 유머를 담고 있는 동시에 최근작들의 경향대로 한층 따뜻해진 시선을 보여줍니다. 여성의 캐릭터가 전에 비해 능동적이고 캐릭터도 구체적이라는데서 평론가들의 '반여성적'이라는 비판도 다소간은 무뎌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