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탈출구는 없나?

입력 2000.11.16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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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날씨가 추워지면서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늘고 있습니다.
불이 났을 경우 골목길 주차 등으로 초기진압이 어렵고, 건물에는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홍찬의, 윤양균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불길이 창문 밖으로 맹렬히 치솟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남가좌동의 한 가정집에서 일어난 이 화재로 일가족 4명이 숨졌습니다.
최근 들어 부쩍 는 가정집 화재.
그 원인의 40% 가량은 누전입니다.
왜 누전이 잇따를까.
집으로 들어가는 전기선 20여 개가 변압기의 용량과는 상관없이 얽혀 있어 보기에도 위험합니다.
집안은 더욱 심합니다.
과부하를 차단해야 할 전기차단기가 불에 쉽게 붙는 나무합판에 설치됐습니다.
낡은 전기줄도 녹슨 못에 매달려 있어 피복이 벗겨져 누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많습니다.
또 다른 가정집.
전선을 연결하면서 절연테이프가 아닌 일반 테이프를 사용해 전기가 새나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순복(주부): 누전으로 불이 두 번이나 났었거든요, 위에.
그러니까 항상 겁은 나요.
⊙기자: 더욱 문제는 소방차가 초기에 접근하지 못해 피해가 더욱 커진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이곳은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가기도 힘듭니다.
불이 나도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습니다.
초기에 진화가 안 될 경우 불을 완전히 끄는 데는 10배의 인력과 장비가 필요합니다.
이러다 보니 올들어 발생한 화재 건수는 5900여 건으로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2배나 늘어 80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KBS뉴스 홍찬의입니다.
⊙기자: 지하 1, 2층에 20여 개의 방을 갖춘 룸살롱입니다.
지하 2층의 비상구를 찾아 따라가 보니 노래방기계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어렵게 문을 열었지만 비상구는 다시 미로와 같은 보일러실과 창고를 거쳐 외부로 통하는 철제사다리가 고작입니다.
⊙기자: 이쪽으로 탈출할 수 있어요?
⊙인터뷰: 위에 문 열려 있어요, 나가면 주차장이에요.
⊙기자: 한 명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방마다 비치해야 하는 소화기마저 엉뚱하게도 복도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호프집과 당구장이 함께 있는 복합상가의 노래방은 출구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입구에 불이 나면 꼼짝없이 안에 갇힐 수밖에 없습니다.
⊙소방서 점검팀: 이 안쪽에 있는 사람들은 어차피 주 출입구를 통해서 대피를 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피난상황에 어려움이 있다 이거죠.
⊙기자: 화재경보기는 냉장고와 대형 선풍기에 가려져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수십개의 작은 방이 칸막이로 밀착되어 있는 고시원도 비상구 확보에 문제가 많습니다.
방문을 열면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들 만큼 통로가 비좁습니다.
불이 났을 경우 대피할 수 있는 비상계단은 아예 없습니다.
⊙기자: 이쪽에 비상구는 없나요?
⊙인터뷰: 그렇죠, 이쪽에는 계단이나 이런게 없죠.
⊙기자: 막혀있기 일쑤인 탈출구와 비상계단마저 없는 상가건물들이 대형 인명사고 예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KBS뉴스 윤양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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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취재>탈출구는 없나?
    • 입력 2000-11-16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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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날씨가 추워지면서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늘고 있습니다. 불이 났을 경우 골목길 주차 등으로 초기진압이 어렵고, 건물에는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홍찬의, 윤양균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불길이 창문 밖으로 맹렬히 치솟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남가좌동의 한 가정집에서 일어난 이 화재로 일가족 4명이 숨졌습니다. 최근 들어 부쩍 는 가정집 화재. 그 원인의 40% 가량은 누전입니다. 왜 누전이 잇따를까. 집으로 들어가는 전기선 20여 개가 변압기의 용량과는 상관없이 얽혀 있어 보기에도 위험합니다. 집안은 더욱 심합니다. 과부하를 차단해야 할 전기차단기가 불에 쉽게 붙는 나무합판에 설치됐습니다. 낡은 전기줄도 녹슨 못에 매달려 있어 피복이 벗겨져 누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많습니다. 또 다른 가정집. 전선을 연결하면서 절연테이프가 아닌 일반 테이프를 사용해 전기가 새나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순복(주부): 누전으로 불이 두 번이나 났었거든요, 위에. 그러니까 항상 겁은 나요. ⊙기자: 더욱 문제는 소방차가 초기에 접근하지 못해 피해가 더욱 커진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이곳은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가기도 힘듭니다. 불이 나도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습니다. 초기에 진화가 안 될 경우 불을 완전히 끄는 데는 10배의 인력과 장비가 필요합니다. 이러다 보니 올들어 발생한 화재 건수는 5900여 건으로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2배나 늘어 80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KBS뉴스 홍찬의입니다. ⊙기자: 지하 1, 2층에 20여 개의 방을 갖춘 룸살롱입니다. 지하 2층의 비상구를 찾아 따라가 보니 노래방기계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어렵게 문을 열었지만 비상구는 다시 미로와 같은 보일러실과 창고를 거쳐 외부로 통하는 철제사다리가 고작입니다. ⊙기자: 이쪽으로 탈출할 수 있어요? ⊙인터뷰: 위에 문 열려 있어요, 나가면 주차장이에요. ⊙기자: 한 명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방마다 비치해야 하는 소화기마저 엉뚱하게도 복도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호프집과 당구장이 함께 있는 복합상가의 노래방은 출구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입구에 불이 나면 꼼짝없이 안에 갇힐 수밖에 없습니다. ⊙소방서 점검팀: 이 안쪽에 있는 사람들은 어차피 주 출입구를 통해서 대피를 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피난상황에 어려움이 있다 이거죠. ⊙기자: 화재경보기는 냉장고와 대형 선풍기에 가려져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수십개의 작은 방이 칸막이로 밀착되어 있는 고시원도 비상구 확보에 문제가 많습니다. 방문을 열면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들 만큼 통로가 비좁습니다. 불이 났을 경우 대피할 수 있는 비상계단은 아예 없습니다. ⊙기자: 이쪽에 비상구는 없나요? ⊙인터뷰: 그렇죠, 이쪽에는 계단이나 이런게 없죠. ⊙기자: 막혀있기 일쑤인 탈출구와 비상계단마저 없는 상가건물들이 대형 인명사고 예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KBS뉴스 윤양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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