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감기약 이용 마약 제조에 ‘당혹’

입력 2007.05.01 (19:04) 수정 2007.05.0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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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업계는 최근 시판 감기약 성분으로 히로뽕을 만들다 적발된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화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당장 생산중단 등의 결정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제약업계는 1일 감기약 성분인 '염산슈도에페드린'으로 히로뽕 합성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감기약을 원료로 사용했다는 데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는 감기약은 문제의 성분 외에도 여러 성분이 혼합돼 있어, 해당 성분을 추출하기 쉽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양도 많지 않아 마약 원료로 악용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특히 피의자들이 원료로 사용한 제품을 생산ㆍ판매하는 N제약은 자사 제품이 히로뽕 제조에 사용됐다는 데 대해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N제약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겉에는 빠르게 녹을 수 있는 '세트리진' 층이 있고 내부에는 체내에서 12시간에 걸쳐 서서히 녹도록 코팅된 염산슈도에페드린이 들어 있다"며 "원료 성분을 쉽게 추출해 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적발된 마약사범들이 N제약의 제품을 구입한 이유는 시판 감기약 가운데 염산슈도에페드린을 가장 많이(캡슐 당 120mg) 함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감기약에서 해당 성분을 용매로 추출해 내고 촉매를 첨가해 환원반응을 통해 메스암페타민을 합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제약사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성분인 '염산슈도에페드린'은 코막힘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진 약물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코감기약은 이 성분과 콧물약이 섞인 형태가 대부분으로, 상당수 종합 감기약에도 이 성분이 함유돼 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이 성분은 수백 개 제품에 쓰이고 있다"며 "식약청이 당장 판매중지나 해당 성분의 사용금지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의약품 정보사이트인 '킴스온라인'을 검색한 결과 해당 성분이 들어 있는 일반의약품 감기약은 현재 생산 중인 것만도 400개 품목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N 제약사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연매출은 9억원에 불과했다"며 "이번 기회에 제품 생산중단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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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약업계, 감기약 이용 마약 제조에 ‘당혹’
    • 입력 2007-05-01 19:04:43
    • 수정2007-05-01 19:40:27
    연합뉴스
국내 제약업계는 최근 시판 감기약 성분으로 히로뽕을 만들다 적발된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화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당장 생산중단 등의 결정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제약업계는 1일 감기약 성분인 '염산슈도에페드린'으로 히로뽕 합성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감기약을 원료로 사용했다는 데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는 감기약은 문제의 성분 외에도 여러 성분이 혼합돼 있어, 해당 성분을 추출하기 쉽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양도 많지 않아 마약 원료로 악용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특히 피의자들이 원료로 사용한 제품을 생산ㆍ판매하는 N제약은 자사 제품이 히로뽕 제조에 사용됐다는 데 대해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N제약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겉에는 빠르게 녹을 수 있는 '세트리진' 층이 있고 내부에는 체내에서 12시간에 걸쳐 서서히 녹도록 코팅된 염산슈도에페드린이 들어 있다"며 "원료 성분을 쉽게 추출해 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적발된 마약사범들이 N제약의 제품을 구입한 이유는 시판 감기약 가운데 염산슈도에페드린을 가장 많이(캡슐 당 120mg) 함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감기약에서 해당 성분을 용매로 추출해 내고 촉매를 첨가해 환원반응을 통해 메스암페타민을 합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제약사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성분인 '염산슈도에페드린'은 코막힘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진 약물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코감기약은 이 성분과 콧물약이 섞인 형태가 대부분으로, 상당수 종합 감기약에도 이 성분이 함유돼 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이 성분은 수백 개 제품에 쓰이고 있다"며 "식약청이 당장 판매중지나 해당 성분의 사용금지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의약품 정보사이트인 '킴스온라인'을 검색한 결과 해당 성분이 들어 있는 일반의약품 감기약은 현재 생산 중인 것만도 400개 품목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N 제약사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연매출은 9억원에 불과했다"며 "이번 기회에 제품 생산중단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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