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흑두루미

입력 2000.12.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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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적으로 희귀한 새인 천연기념물 흑두루미가 황새로 오인돼 10여 년 동안 사람의 손에 사육됐습니다.
이 두루미는 현재 순천의 한 대학농장에서 보호를 받으면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사람의 손에서 야생으로 돌아가기까지는 또 나름대로의 연습과 적응과정이 필요하겠죠?
김은주 프로듀서의 보도입니다.
⊙기자: 전라남도 순천, 10년 동안이나 황새로 잘못 알고 길러졌다는 흑두루미를 찾아 나섰습니다.
도착한 곳은 야생동물구조센터.
⊙기자: 두루미는 어디 있나요?
⊙인터뷰: 순천대학교, 서면에 있는 순천대학교 농장에 있습니다.
⊙기자: 순천대학교 부설농장에서 특별히 보호되고 있다는 흑두루미.
⊙기자: 이겁니까?
얘가 흑순이입니까?
⊙인터뷰: 예.
흑순이.
⊙기자: 그러면 수컷입니까? 암컷입니까?
⊙인터뷰: 우리가 아직 성은 잘 모르는데 아무래도 외형으로 봐서 암컷일 것 같다고 해서 흑순이라고...
⊙기자: 흑순이는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 1m 가량의 키에 검은 몸통이 틀림없는 흑두루미입니다.
⊙박기영(순천대 교수): 황새로 알았다 그러더라구요, 그냥 다리 저렇게 길고 목 길면 대략 우리는 황새겠거니 생각하고 있잖아요.
⊙기자: 농장에 오기 전 흑순이가 10년 동안 살았던 초등학교, 여기서 흑순이를 발견한 사람은 동물구조센터 대원.
⊙차인환(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 대원): 이리 지나가다 보니까, 저쪽에서 보니까...
⊙기자: 바로 흑두루미로 보이는 새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차인환(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 대원): 저쪽에서 보면 이 정도 거리면 짧지 않습니까?
사실은, 보니까 굉장히 흑두루미하고 유사하더라고요.
설마 하고 이렇게 와서 보니까...
⊙기자: 새장 속의 새는 역시 흑두루미, 그러나 이 학교 학생들은 10년 동안 그저 이름없는 큰 새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인터뷰: 잘 몰랐어요.
⊙인터뷰: 기러기 같이 날아다니니까...
⊙기자: 기러기인 줄 알았어?
⊙인터뷰: 예.
⊙기자: 어떤 새인지 알려지지도 않은 채 10년 동안 새장에 갇혀 있던 흑순이, 직접 사료를 줬던 교장선생님 조차 그 정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문태근(순천 남초등학교 교장): 황새, 황새로 생각하고 받아들였는데 지금 와서는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라고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
⊙기자: 황새도 역시 천연기념물, 그러나 날개 일부만 검은 황새와 몸통 전체가 검은 흑두루미는 전혀 다른 새입니다.
지난 1989년 처음 흑순이를 발견해 아들이 다니던 남초등학교에 기증했다는 최종남 씨.
⊙최종남(순천시 공무원): 투표 통지표를...
⊙기자: 당시 동사무소 직원이던 최 씨는 투표통지서를 교부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최종남(순천시 공무원): 제가 제 집에 가는 목적으로 가다가 저 나무 밑에서 부스럭 거리고 퍼덕거리고 있었어요.
⊙기자: 최 씨가 나무 밑으로 가보자 그곳에는 발목에 끈이 묶여 상처를 입은 흑순이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최종남(순천시 공무원): 누가 사육을 하다가 집에서 묶어 놓고 기르다가 탈출한 것 같아요.
이게 뭐야, 타조야, 황새야,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기자: 무려 10년 동안이나 타조, 기러기, 황새 등으로 오인받으며 초등학교 새장에서 살았던 흑순이.
결국 지난 9월 전남 야생동물구조센터가 보다 안전한 보호를 위해 순천대학교 농장으로 이송해 왔습니다.
10년 동안 정을 나눈 초등학교와 아쉽게 이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농장으로 이송된 후 흑순이는 좀더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지내게 됐습니다.
사람 손에 길러진 흑순이의 야생성을 되찾기 위해 흑두루미가 거울을 보내는 인근 순천만의 갈대를 세우고 물웅덩이도 만들었습니다.
비행능력이 회복되면 무리에 합류시켜 시베리아로 떠날 흑순이, 하지만 10년 전 발견 당시 남았던 다리의 상처도 아직 그대로입니다.
⊙김영대(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 대장): 시베리아까지 가려면 여기서 몇 천 킬로인데 그때까지 과연 그런 정도의...
⊙기자: 그 동안 전남 야생동물 구조센터가 자연으로 방사시킨 동물은 모두 100여 마리.
지난 여름에는 부상을 입고 물 위에 떨어진 수리부엉이를 구조해 수차례에 걸친 비행훈련 끝에 방사시켰습니다.
큰 소쩍새 두 마리도 성공적으로 방사시켰습니다.
하지만 흑두루미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국에서는 흰두루미를 방사할 때 훈련원들이 두루미로 변장해 모이를 줍니다.
사람이 주는 모이에 길들여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흑순이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 구멍에서 야생모이인 볍씨를 받아먹고 있습니다.
비행훈련도 합니다.
일부러 흑순이에게 다가가 날개짓을 하게 만드는 것, 좁은 우리 때문에 높이 날기는 어렵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차인환(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 대원): 도약은 어느 정도 하는 것 보면은 저희들은 그 정도까지는 기대를 안 했었구요, 더 절망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자: 어스름한 새벽, 순천만 하늘에게 흑두루미떼가 포착됐습니다.
현재 순천만에서 겨울을 보내는 흑두루미는 142마리.
두루미 습성상 서너 무리씩 떼를 지어 날아다닙니다.
10년전 흑순이도 이중 어느 무리에서 이탈했을 것입니다. 내년 4월 과연 흑순이도 무리를 따라 시베리아로 날아갈 수 있을까?
⊙박기영(순천대 교수): 마음껏 날고 또 가능하다면 자기 새끼들을 낳고 함으로써 흑두루미 한 마리지만 한마리의 생명이 얼마나 중요한가...
⊙기자: KBS뉴스 김은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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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고보니 흑두루미
    • 입력 2000-12-06 20:00:00
    뉴스투데이
⊙앵커: 세계적으로 희귀한 새인 천연기념물 흑두루미가 황새로 오인돼 10여 년 동안 사람의 손에 사육됐습니다. 이 두루미는 현재 순천의 한 대학농장에서 보호를 받으면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사람의 손에서 야생으로 돌아가기까지는 또 나름대로의 연습과 적응과정이 필요하겠죠? 김은주 프로듀서의 보도입니다. ⊙기자: 전라남도 순천, 10년 동안이나 황새로 잘못 알고 길러졌다는 흑두루미를 찾아 나섰습니다. 도착한 곳은 야생동물구조센터. ⊙기자: 두루미는 어디 있나요? ⊙인터뷰: 순천대학교, 서면에 있는 순천대학교 농장에 있습니다. ⊙기자: 순천대학교 부설농장에서 특별히 보호되고 있다는 흑두루미. ⊙기자: 이겁니까? 얘가 흑순이입니까? ⊙인터뷰: 예. 흑순이. ⊙기자: 그러면 수컷입니까? 암컷입니까? ⊙인터뷰: 우리가 아직 성은 잘 모르는데 아무래도 외형으로 봐서 암컷일 것 같다고 해서 흑순이라고... ⊙기자: 흑순이는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 1m 가량의 키에 검은 몸통이 틀림없는 흑두루미입니다. ⊙박기영(순천대 교수): 황새로 알았다 그러더라구요, 그냥 다리 저렇게 길고 목 길면 대략 우리는 황새겠거니 생각하고 있잖아요. ⊙기자: 농장에 오기 전 흑순이가 10년 동안 살았던 초등학교, 여기서 흑순이를 발견한 사람은 동물구조센터 대원. ⊙차인환(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 대원): 이리 지나가다 보니까, 저쪽에서 보니까... ⊙기자: 바로 흑두루미로 보이는 새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차인환(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 대원): 저쪽에서 보면 이 정도 거리면 짧지 않습니까? 사실은, 보니까 굉장히 흑두루미하고 유사하더라고요. 설마 하고 이렇게 와서 보니까... ⊙기자: 새장 속의 새는 역시 흑두루미, 그러나 이 학교 학생들은 10년 동안 그저 이름없는 큰 새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인터뷰: 잘 몰랐어요. ⊙인터뷰: 기러기 같이 날아다니니까... ⊙기자: 기러기인 줄 알았어? ⊙인터뷰: 예. ⊙기자: 어떤 새인지 알려지지도 않은 채 10년 동안 새장에 갇혀 있던 흑순이, 직접 사료를 줬던 교장선생님 조차 그 정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문태근(순천 남초등학교 교장): 황새, 황새로 생각하고 받아들였는데 지금 와서는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라고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 ⊙기자: 황새도 역시 천연기념물, 그러나 날개 일부만 검은 황새와 몸통 전체가 검은 흑두루미는 전혀 다른 새입니다. 지난 1989년 처음 흑순이를 발견해 아들이 다니던 남초등학교에 기증했다는 최종남 씨. ⊙최종남(순천시 공무원): 투표 통지표를... ⊙기자: 당시 동사무소 직원이던 최 씨는 투표통지서를 교부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최종남(순천시 공무원): 제가 제 집에 가는 목적으로 가다가 저 나무 밑에서 부스럭 거리고 퍼덕거리고 있었어요. ⊙기자: 최 씨가 나무 밑으로 가보자 그곳에는 발목에 끈이 묶여 상처를 입은 흑순이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최종남(순천시 공무원): 누가 사육을 하다가 집에서 묶어 놓고 기르다가 탈출한 것 같아요. 이게 뭐야, 타조야, 황새야,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기자: 무려 10년 동안이나 타조, 기러기, 황새 등으로 오인받으며 초등학교 새장에서 살았던 흑순이. 결국 지난 9월 전남 야생동물구조센터가 보다 안전한 보호를 위해 순천대학교 농장으로 이송해 왔습니다. 10년 동안 정을 나눈 초등학교와 아쉽게 이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농장으로 이송된 후 흑순이는 좀더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지내게 됐습니다. 사람 손에 길러진 흑순이의 야생성을 되찾기 위해 흑두루미가 거울을 보내는 인근 순천만의 갈대를 세우고 물웅덩이도 만들었습니다. 비행능력이 회복되면 무리에 합류시켜 시베리아로 떠날 흑순이, 하지만 10년 전 발견 당시 남았던 다리의 상처도 아직 그대로입니다. ⊙김영대(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 대장): 시베리아까지 가려면 여기서 몇 천 킬로인데 그때까지 과연 그런 정도의... ⊙기자: 그 동안 전남 야생동물 구조센터가 자연으로 방사시킨 동물은 모두 100여 마리. 지난 여름에는 부상을 입고 물 위에 떨어진 수리부엉이를 구조해 수차례에 걸친 비행훈련 끝에 방사시켰습니다. 큰 소쩍새 두 마리도 성공적으로 방사시켰습니다. 하지만 흑두루미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국에서는 흰두루미를 방사할 때 훈련원들이 두루미로 변장해 모이를 줍니다. 사람이 주는 모이에 길들여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흑순이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 구멍에서 야생모이인 볍씨를 받아먹고 있습니다. 비행훈련도 합니다. 일부러 흑순이에게 다가가 날개짓을 하게 만드는 것, 좁은 우리 때문에 높이 날기는 어렵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차인환(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 대원): 도약은 어느 정도 하는 것 보면은 저희들은 그 정도까지는 기대를 안 했었구요, 더 절망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자: 어스름한 새벽, 순천만 하늘에게 흑두루미떼가 포착됐습니다. 현재 순천만에서 겨울을 보내는 흑두루미는 142마리. 두루미 습성상 서너 무리씩 떼를 지어 날아다닙니다. 10년전 흑순이도 이중 어느 무리에서 이탈했을 것입니다. 내년 4월 과연 흑순이도 무리를 따라 시베리아로 날아갈 수 있을까? ⊙박기영(순천대 교수): 마음껏 날고 또 가능하다면 자기 새끼들을 낳고 함으로써 흑두루미 한 마리지만 한마리의 생명이 얼마나 중요한가... ⊙기자: KBS뉴스 김은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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