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근거 없는’ 선풍기 바람 사망

입력 2007.07.30 (22:18) 수정 2007.07.3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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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름철이 되면서 선풍기를 틀고자다 사망했다는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망한 원인이 과연 선풍기 때문일까요?

신수아 의학전문 기자가 직접 실험을 통해 확인해 봤습니다.

<리포트>

"때 이른 무더위에 선풍기를 켜놓고 잠을 자다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이렇게 알려진 선풍기 관련 사고만 해도 20여 건.

대부분의 사인으로 질식사와 저체온증이 언급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 역시 대부분 이렇게 믿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정현(의정부시 밀락동) : "나가는 바람을 선풍기가 막으니까. 공기가 바깥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하는데 그걸 못하기 때문에 사람이 질식할 수도 있고..."

바람 때문에 코앞의 압력이 낮아져 공기를 들이쉬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또 선풍기로 인해 방안의 산소가 줄어든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인터뷰> 송민성(남양주시 내각리) : "산소는 한정돼 있는데 기계를 틀고 그러면은 아무래도 산소가 많이 없어져서 위험할 것 같아요."

여기에 선풍기 때문에 체온이 낮아져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주장도 그럴듯해 보입니다.

실제로 선풍기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을 통해 확인해 봤습니다.

건강한 성인 남성 3명을 각각 아무것도 틀지 않은 방과 선풍기, 에어컨을 튼 방에서 각각 자도록 하고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아무것도 틀지 않은 방에서 잔 사람은 체내 산소 농도를 나타내는 산소포화도가 90%로 측정됐고 더워서인지 수면 효율은 83%로 푹 잠이 들지 못했습니다.

선풍기를 틀고 잔 경우는 산소포화도가 94%로 몸안의 산소농도가 오히려 올랐고 수면효율도 85%로 더 깊은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에어컨을 틀고 잔 경우 역시 산소 포화도는 94%로 잘 유지됐고 수면 효율은 95%로 가장 잘 잘 수 있었습니다.

결국 선풍기는 산소를 소비하지 않습니다.

방문이나 창문이 닫혀 공기의 흐름이 차단된다 해도 방안의 산소량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만약 선풍기 바람이 일시적으로 얼굴앞 산소를 뺏어간다면, 바람부는 날 또는 달리는 자동차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사람들도 질식 현상이 나타나야 합니다.

여기에 선풍기가 체온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가능한 건지 확인해 봤습니다.

아무것도 틀지 않은 방과 선풍기를 틀고 잔 경우는 체온이 37도 정도였고 에어컨을 틀고 잔 경우는 이보다 조금 낮은 36.3도로 측정됐습니다.

인체는 중심체온을 항상 36.5도로 유지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심혈관계에 영향을 줄 정도인 30도 이하로 떨어지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오범진(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표면 쪽은 찬 바람에 닿으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체온이 일부 내려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부 온도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사람의 특징이기 때문에..."

결국 대부분의 사고에서 선풍기는 죽음의 원인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이윤성(서울대 법의학과 교수) : "대부분의 경우는 그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던 사망 원인으로 사망했는데 우연히 선풍기가 켜 있었다는 거죠. 부검을 하거나 사망원인을 찾아보지 않아서 마치 선풍기와 관련있는 것처럼 오인한 것이고..."

좁은 방에서 켜놓고 잠들때마다 찜찜한 선풍기.

현대의학은 선풍기와 에어컨이 수면 효율을 올려줄 뿐 사망을 부르는 위험 도구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신수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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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근거 없는’ 선풍기 바람 사망
    • 입력 2007-07-30 21:08:46
    • 수정2007-07-30 22: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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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름철이 되면서 선풍기를 틀고자다 사망했다는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망한 원인이 과연 선풍기 때문일까요? 신수아 의학전문 기자가 직접 실험을 통해 확인해 봤습니다. <리포트> "때 이른 무더위에 선풍기를 켜놓고 잠을 자다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이렇게 알려진 선풍기 관련 사고만 해도 20여 건. 대부분의 사인으로 질식사와 저체온증이 언급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 역시 대부분 이렇게 믿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정현(의정부시 밀락동) : "나가는 바람을 선풍기가 막으니까. 공기가 바깥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하는데 그걸 못하기 때문에 사람이 질식할 수도 있고..." 바람 때문에 코앞의 압력이 낮아져 공기를 들이쉬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또 선풍기로 인해 방안의 산소가 줄어든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인터뷰> 송민성(남양주시 내각리) : "산소는 한정돼 있는데 기계를 틀고 그러면은 아무래도 산소가 많이 없어져서 위험할 것 같아요." 여기에 선풍기 때문에 체온이 낮아져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주장도 그럴듯해 보입니다. 실제로 선풍기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을 통해 확인해 봤습니다. 건강한 성인 남성 3명을 각각 아무것도 틀지 않은 방과 선풍기, 에어컨을 튼 방에서 각각 자도록 하고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아무것도 틀지 않은 방에서 잔 사람은 체내 산소 농도를 나타내는 산소포화도가 90%로 측정됐고 더워서인지 수면 효율은 83%로 푹 잠이 들지 못했습니다. 선풍기를 틀고 잔 경우는 산소포화도가 94%로 몸안의 산소농도가 오히려 올랐고 수면효율도 85%로 더 깊은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에어컨을 틀고 잔 경우 역시 산소 포화도는 94%로 잘 유지됐고 수면 효율은 95%로 가장 잘 잘 수 있었습니다. 결국 선풍기는 산소를 소비하지 않습니다. 방문이나 창문이 닫혀 공기의 흐름이 차단된다 해도 방안의 산소량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만약 선풍기 바람이 일시적으로 얼굴앞 산소를 뺏어간다면, 바람부는 날 또는 달리는 자동차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사람들도 질식 현상이 나타나야 합니다. 여기에 선풍기가 체온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가능한 건지 확인해 봤습니다. 아무것도 틀지 않은 방과 선풍기를 틀고 잔 경우는 체온이 37도 정도였고 에어컨을 틀고 잔 경우는 이보다 조금 낮은 36.3도로 측정됐습니다. 인체는 중심체온을 항상 36.5도로 유지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심혈관계에 영향을 줄 정도인 30도 이하로 떨어지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오범진(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표면 쪽은 찬 바람에 닿으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체온이 일부 내려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부 온도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사람의 특징이기 때문에..." 결국 대부분의 사고에서 선풍기는 죽음의 원인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이윤성(서울대 법의학과 교수) : "대부분의 경우는 그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던 사망 원인으로 사망했는데 우연히 선풍기가 켜 있었다는 거죠. 부검을 하거나 사망원인을 찾아보지 않아서 마치 선풍기와 관련있는 것처럼 오인한 것이고..." 좁은 방에서 켜놓고 잠들때마다 찜찜한 선풍기. 현대의학은 선풍기와 에어컨이 수면 효율을 올려줄 뿐 사망을 부르는 위험 도구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신수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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