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허울뿐인 관광도로, 예산만 낭비

입력 2007.08.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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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며 곳곳에 건설된 관광도로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예산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1조원 넘는 비용을 들었지만 건설이 중단돼 끊기거나, 무너진채 방 치된 곳도 있습니다.

현장추적, 김준범 기자입니다.

<리포트>

강원도 영월의 한 폐광촌입니다.

얼마 전 건설된 새 도로가 굽이굽이 뻗어있습니다.

그러나 웬일인지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하고 도로는 끊겨 있습니다.

사람도 장비도 아예 없고 깎다만 비탈면은 건드리기만 해도 흘러내립니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도로 주변에 건설할 예정이던 스키장과 골프장 등이 모두 취소되면서 도로 건설도 함께 중단된 것입니다.

<녹취> 영월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이게 사업이 대부분 대규모거든요, 최소한에서 천억에서 3천억 정도 소요되는 사업이니까 민자 사업자가 자금 확보가 되게 힘들어요"

정부가 기반 시설을 갖춰주면,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유치하는 '개발촉진지구'로 지정된 건 지난 98년.

그러나 10년 동안 도로는 5km도 채 나가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도로 건설 현장입니다.

지금까지 백 5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개발촉진지구' 사업이 표류하다보니 공사는 9년째 중단과 재개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산사태로 무너진 절개면이 그대로 방치된 채 아직도 도로 연결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낙석에 도로 표면은 패이고 깎여 누더기가 됐습니다.

완공된 도로라고 나을 건 없습니다.

전북 장수군이 휴양림과 논개 사당 등 지역 명소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닦은 18km 관광순환도로입니다.

투입된 예산은 모두 7백억 원.

그러나 관광지를 찾는 차량은 뜸합니다.

<녹취> 방화동 휴양림 관리인 : (여기 손님들 많이 와요?) "지금은 별로 없는데, 이제 말부터 많이 올 거예요." (이 도로가 복잡할 정도로 사람들이 오시지는 않나보죠? 어때요?) "..."

도로만 생기면 손해 볼 것 없다는 지자체의 안일함도 문젭니다.

<녹취> 이완재(곡성군청 건설과장) : "저희들은 굉장히 고마운 사업이에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저희 재정 형편으로 봐서는 저런 도로 건설하려면 20년도 더 걸립니다."

실제 한 지자체의 도로계획서는 완공 뒤 투자 비용의 1.9배나 되는 편익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계획된 춘천-양양 고속도로도 평가치가 최대 1.4 정도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임삼진(한양대학교 도로교통학과) : "정작 민자유치가 제대로 추진이 안 되면서 도로 개설과 같이 예산 낭비와 더불어 환경 파괴만 낳은 그런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대만 컸을 뿐 결과적으로 주민 소득이 나아진 것도 없습니다.

<녹취> 허승은(녹색연합 녹색사회국 간사) : "낙후된 활성화하기 위해서 많은 부처에서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데요, 지역 소득이 안정화되지 않는 이상 어떤 사업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개발촉진지구' 사업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은 건교부도 마찬가지.

민자 유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교부는 도로 건설의 효과를 단기간에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김영훈(건교부 지역발전정책팀장) : "도로 자체만으로도 지역 주민들에게는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도 많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민자 유치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주민 소득을 높이겠다며 11년 전 시작된 '개발촉진지구'사업.

전국 35곳에 1조 원 넘는 예산이 들어갔지만, 정부가 공언한 '지역 개발'의 성과는 나타날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현장추적, 김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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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허울뿐인 관광도로, 예산만 낭비
    • 입력 2007-08-06 21:21:40
    뉴스 9
<앵커 멘트>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며 곳곳에 건설된 관광도로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예산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1조원 넘는 비용을 들었지만 건설이 중단돼 끊기거나, 무너진채 방 치된 곳도 있습니다. 현장추적, 김준범 기자입니다. <리포트> 강원도 영월의 한 폐광촌입니다. 얼마 전 건설된 새 도로가 굽이굽이 뻗어있습니다. 그러나 웬일인지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하고 도로는 끊겨 있습니다. 사람도 장비도 아예 없고 깎다만 비탈면은 건드리기만 해도 흘러내립니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도로 주변에 건설할 예정이던 스키장과 골프장 등이 모두 취소되면서 도로 건설도 함께 중단된 것입니다. <녹취> 영월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이게 사업이 대부분 대규모거든요, 최소한에서 천억에서 3천억 정도 소요되는 사업이니까 민자 사업자가 자금 확보가 되게 힘들어요" 정부가 기반 시설을 갖춰주면,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유치하는 '개발촉진지구'로 지정된 건 지난 98년. 그러나 10년 동안 도로는 5km도 채 나가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도로 건설 현장입니다. 지금까지 백 5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개발촉진지구' 사업이 표류하다보니 공사는 9년째 중단과 재개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산사태로 무너진 절개면이 그대로 방치된 채 아직도 도로 연결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낙석에 도로 표면은 패이고 깎여 누더기가 됐습니다. 완공된 도로라고 나을 건 없습니다. 전북 장수군이 휴양림과 논개 사당 등 지역 명소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닦은 18km 관광순환도로입니다. 투입된 예산은 모두 7백억 원. 그러나 관광지를 찾는 차량은 뜸합니다. <녹취> 방화동 휴양림 관리인 : (여기 손님들 많이 와요?) "지금은 별로 없는데, 이제 말부터 많이 올 거예요." (이 도로가 복잡할 정도로 사람들이 오시지는 않나보죠? 어때요?) "..." 도로만 생기면 손해 볼 것 없다는 지자체의 안일함도 문젭니다. <녹취> 이완재(곡성군청 건설과장) : "저희들은 굉장히 고마운 사업이에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저희 재정 형편으로 봐서는 저런 도로 건설하려면 20년도 더 걸립니다." 실제 한 지자체의 도로계획서는 완공 뒤 투자 비용의 1.9배나 되는 편익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계획된 춘천-양양 고속도로도 평가치가 최대 1.4 정도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임삼진(한양대학교 도로교통학과) : "정작 민자유치가 제대로 추진이 안 되면서 도로 개설과 같이 예산 낭비와 더불어 환경 파괴만 낳은 그런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대만 컸을 뿐 결과적으로 주민 소득이 나아진 것도 없습니다. <녹취> 허승은(녹색연합 녹색사회국 간사) : "낙후된 활성화하기 위해서 많은 부처에서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데요, 지역 소득이 안정화되지 않는 이상 어떤 사업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개발촉진지구' 사업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은 건교부도 마찬가지. 민자 유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교부는 도로 건설의 효과를 단기간에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김영훈(건교부 지역발전정책팀장) : "도로 자체만으로도 지역 주민들에게는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도 많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민자 유치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주민 소득을 높이겠다며 11년 전 시작된 '개발촉진지구'사업. 전국 35곳에 1조 원 넘는 예산이 들어갔지만, 정부가 공언한 '지역 개발'의 성과는 나타날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현장추적, 김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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