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보험금을 타기 위해 살인사건 자작극을 벌인 4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아내 김 모씨는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간 남편이 사라졌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했는데요.
모두 실종 강도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해 부부가 계획한 일이었습니다.
임세흠 기자, 가족끼리 짜고, 살인자작극까지 벌이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리포트>
네, 이 부부는 지난 2000년부터 20여개의 보험에 가입했는데요, 남편이 사망처리 되면 15억 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결국 경찰 수사에 꼬리가 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들 부부처럼 최근 보험금을 노리고 가족들이 뭉쳐 보험사기를 벌이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일, 경기도 포천시의 한 국도변에서 47살 신 모씨의 승용차가 발견됐습니다. 바로 전날 오후,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간다며 신 씨가 끌고나갔다는 차량. 하지만, 신 씨는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일철(경장/내촌 파출소) : “운전석 전면이 저쪽으로 향하고, 뒷바퀴 쪽이 이렇게 뒤쪽에 있으면서 걸쳐 있었어요. 정확히 주차는 안 된 상황이니까 급하게 했다고 볼 수 있는...”
차 안에는 신 씨의 혈흔이 여기저기 묻어있었습니다. 휴대전화기는 배터리가 분리된 채 버려져 있었고, 둔기와 채무각서까지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박정병(경사/경기 포천경찰서) : “각서내용이 채무자에게 돈을 받을게 있고, 그 돈의 일부 중 7백만 원을 받았는데, 3백만 원을 차후에 준다고 하더라... 그 차량 안에서 혈흔과 망치, 휴대전화가 배터리와 분리돼서 발견됐기 때문에 우리는 타살로 의심을 했고...”
신 씨의 아내 김 모씨는 남편이 누군가에게 변을 당한 것이 분명하다며, 사라진 남편을 찾아달라고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녹취> 김00(신 씨 아내, 음성변조) : “(남편에게) 전화해도 전화도 안 되고... 내 차를 가져가서는 (남편연락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경찰은 전담반까지 꾸려 신 씨의 행방을 찾는데 주력했습니다. 그런데 신 씨의 채무관계를 조사하던 경찰은 신 씨가 가입한 보험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미 4차례에 걸쳐 3천 5백만 원의 보험금을 타냈던 것입니다.
<인터뷰> 박정병(경사/경기 포천경찰서) : “(고의적으로 자동차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내고, 단순노무직 일을 하는 사람이 보험금을 이만큼 낸다는 자체가 사실 그런 부분에서 의심이 많이 갔습니다.”
경찰은 수사의 초점을 보험사기에 맞췄는데요, 조사결과 신 씨 부부는 지난 2000년부터 20여개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 달에 내는 보험금만 230여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신 씨가 실종 후, 사망한 것으로 판정될 경우,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15억 원이나 됐지만, 신 씨의 아내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김00(신 씨 부인, 음성변조) : “그렇게 많이 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남편) 혼자만 그러고 돌아다닌 거지. 짐작만 한 개나 두 개가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웃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신 씨의 집 우편함에는 늘 보험회사에서 보낸 우편물들이 가득 찰 때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신 씨네 가정형편을 아는 동네 사람들도 그저 의아하게만 생각했다고 합니다.
<녹취> 동네주민(음성변조) : “(보험료 내라는 그런 서류요?) 통지서가 엄청 오더라고요. 여기 관리비를 한 60만원 밀려있어요. 가스비, 전기세...”
그런데 사라진 지 9일 만에 신 씨는 행적을 쫓던 경찰과 길에서 마주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신 씨는 경찰조사에서 넉 달 전부터 아내에게 자기가 사라지면 실종신고부터 하라고 당부하는 등, 범행을 모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종신고 후 숨어 지내다가 사망판정만 받으면, 거액의 보험금을 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겁니다.
<인터뷰> 박정병(경사/경기 포천경찰서) : “자기가 실종됐을 경우 경찰서에 확인서를 받아서 보험사에 제출하면, 최대 사망으로 판단돼서... 3개월 후에는 현재 들어있는 보험을 최대한 다 탈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최근 이들 부부처럼 가족이 뭉쳐 보험사기를 벌이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조직적으로 보험사기를 벌여 거액의 보험금을 챙겨 온 4개 가족, 23명을 적발했습니다.
<인터뷰> 성영훈(차장검사/서울남부지방검찰청) : “4개 가족이 전부 모 산악회 회원들입니다. 서로 (보험사기) 수법을 전파하고, 길게는 40여일씩 가족이 한꺼번에 동반 입원하거나, 순차로 입원을 반복해 왔습니다.”
이들은 각각 가족별로 아들, 며느리, 사위 할 것 없이 보험사기에 뛰어들었는데요, 전, 현직 보험설계사들도 포함돼 있어 쉽게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상품을 노렸습니다.
한사람 평균 5, 6개의 보험을 들어놓고, 수십만 원씩의 보험금을 여러 보험사에서 타내는 수법으로 감시망을 피해왔습니다.
<인터뷰> 성영훈(차장검사/서울남부지방검찰청) : “한 사고에 대해서 10군데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아낸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병원 측과 (짜서) 5일이면 치료가 끝날 것을 40일로 늘려주는... 이 두 가지가 큰 구조죠.”
44살 신 모씨의 경우 5년 반 동안 290여일이나 병원에 입원하면서 억대의 보험금을 타냈는데요, 입원 중에도 버젓이 유흥업소까지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정용(수사관/서울남부지방검찰청) : “피의자가 후미충돌을 당했다는 건데, 뒤 완충기를 살펴보면 충돌당한 흔적부터 전혀 안 보이는 것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5일 입원했다고 보험금을 지급 받았던 내용이죠.”
쉽게 거액의 보험을 타내려던 간 큰 가족 보험사기단. 하지만, 잘못했다가는 전문 브로커의 표적이 돼 큰 코를 다칠 수 있습니다.
지난 2000년,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받은 김 모씨에게 의료브로커 이 모씨가 접근했습니다.
<녹취> 김00(음성변조) : “(브로커는) 물론 자기가 전문가니까 우리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사람인데 접근해서 (보험금) 많이 받아준다 그런 식으로...”
이 씨는 김 씨의 아들을 정신지체 2급 판 정을 받도록 사주했습니다. 보험금을 많이 탈 욕심에 눈이 멀어 김 씨와 김 씨의 아들은 이 씨가 시키는 대로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윤왕근(경사/충북지방경찰청) : “(김 씨 아들의) 후유장애진단서에 보면 8세 아동의 능력밖에 안됩니다. 브로커와 사전에 공모를 했기 때문에 다 알고 있는 그런 문제에서도 전혀 모른다고...”
그렇게 해서 김 씨 부자는 가입한 2곳의 보험회사로부터 5억 원이 넘는 거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대박의 꿈도 잠시 뿐이었습니다.
<녹취> 보험회사 관계자 : “정신지체 2급이면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한 점, 정상적으로 대학 생활을 하면서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점을 봐서 허위진단서다...”
결국 장애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해 부당하게 보험금을 타낸 것이 드러났고, 김 씨 부자는 브로커에게 준 8천 6백만 원을 비롯해, 보험회사에서 받은 돈을 고스란히 되갚아야 할 처지가 돼 버렸습니다.
<녹취> 김00(음성변조) : “잘못한 거 인정했죠. 결국은 우리가 어리석어서 이렇게 된 건데 할 말은 없고요, 피해자가 없어야죠. 어쨌든...”
보다 안전하고, 여유로운 미래를 위해서 가입하는 보험. 하지만 거액의 보험금을 노려 가족들까지 동원돼 보험사기를 벌여오던 이들은 결국 가족 모두가 함께 범죄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 살인사건 자작극을 벌인 4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아내 김 모씨는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간 남편이 사라졌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했는데요.
모두 실종 강도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해 부부가 계획한 일이었습니다.
임세흠 기자, 가족끼리 짜고, 살인자작극까지 벌이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리포트>
네, 이 부부는 지난 2000년부터 20여개의 보험에 가입했는데요, 남편이 사망처리 되면 15억 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결국 경찰 수사에 꼬리가 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들 부부처럼 최근 보험금을 노리고 가족들이 뭉쳐 보험사기를 벌이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일, 경기도 포천시의 한 국도변에서 47살 신 모씨의 승용차가 발견됐습니다. 바로 전날 오후,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간다며 신 씨가 끌고나갔다는 차량. 하지만, 신 씨는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일철(경장/내촌 파출소) : “운전석 전면이 저쪽으로 향하고, 뒷바퀴 쪽이 이렇게 뒤쪽에 있으면서 걸쳐 있었어요. 정확히 주차는 안 된 상황이니까 급하게 했다고 볼 수 있는...”
차 안에는 신 씨의 혈흔이 여기저기 묻어있었습니다. 휴대전화기는 배터리가 분리된 채 버려져 있었고, 둔기와 채무각서까지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박정병(경사/경기 포천경찰서) : “각서내용이 채무자에게 돈을 받을게 있고, 그 돈의 일부 중 7백만 원을 받았는데, 3백만 원을 차후에 준다고 하더라... 그 차량 안에서 혈흔과 망치, 휴대전화가 배터리와 분리돼서 발견됐기 때문에 우리는 타살로 의심을 했고...”
신 씨의 아내 김 모씨는 남편이 누군가에게 변을 당한 것이 분명하다며, 사라진 남편을 찾아달라고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녹취> 김00(신 씨 아내, 음성변조) : “(남편에게) 전화해도 전화도 안 되고... 내 차를 가져가서는 (남편연락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경찰은 전담반까지 꾸려 신 씨의 행방을 찾는데 주력했습니다. 그런데 신 씨의 채무관계를 조사하던 경찰은 신 씨가 가입한 보험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미 4차례에 걸쳐 3천 5백만 원의 보험금을 타냈던 것입니다.
<인터뷰> 박정병(경사/경기 포천경찰서) : “(고의적으로 자동차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내고, 단순노무직 일을 하는 사람이 보험금을 이만큼 낸다는 자체가 사실 그런 부분에서 의심이 많이 갔습니다.”
경찰은 수사의 초점을 보험사기에 맞췄는데요, 조사결과 신 씨 부부는 지난 2000년부터 20여개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 달에 내는 보험금만 230여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신 씨가 실종 후, 사망한 것으로 판정될 경우,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15억 원이나 됐지만, 신 씨의 아내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김00(신 씨 부인, 음성변조) : “그렇게 많이 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남편) 혼자만 그러고 돌아다닌 거지. 짐작만 한 개나 두 개가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웃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신 씨의 집 우편함에는 늘 보험회사에서 보낸 우편물들이 가득 찰 때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신 씨네 가정형편을 아는 동네 사람들도 그저 의아하게만 생각했다고 합니다.
<녹취> 동네주민(음성변조) : “(보험료 내라는 그런 서류요?) 통지서가 엄청 오더라고요. 여기 관리비를 한 60만원 밀려있어요. 가스비, 전기세...”
그런데 사라진 지 9일 만에 신 씨는 행적을 쫓던 경찰과 길에서 마주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신 씨는 경찰조사에서 넉 달 전부터 아내에게 자기가 사라지면 실종신고부터 하라고 당부하는 등, 범행을 모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종신고 후 숨어 지내다가 사망판정만 받으면, 거액의 보험금을 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겁니다.
<인터뷰> 박정병(경사/경기 포천경찰서) : “자기가 실종됐을 경우 경찰서에 확인서를 받아서 보험사에 제출하면, 최대 사망으로 판단돼서... 3개월 후에는 현재 들어있는 보험을 최대한 다 탈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최근 이들 부부처럼 가족이 뭉쳐 보험사기를 벌이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조직적으로 보험사기를 벌여 거액의 보험금을 챙겨 온 4개 가족, 23명을 적발했습니다.
<인터뷰> 성영훈(차장검사/서울남부지방검찰청) : “4개 가족이 전부 모 산악회 회원들입니다. 서로 (보험사기) 수법을 전파하고, 길게는 40여일씩 가족이 한꺼번에 동반 입원하거나, 순차로 입원을 반복해 왔습니다.”
이들은 각각 가족별로 아들, 며느리, 사위 할 것 없이 보험사기에 뛰어들었는데요, 전, 현직 보험설계사들도 포함돼 있어 쉽게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상품을 노렸습니다.
한사람 평균 5, 6개의 보험을 들어놓고, 수십만 원씩의 보험금을 여러 보험사에서 타내는 수법으로 감시망을 피해왔습니다.
<인터뷰> 성영훈(차장검사/서울남부지방검찰청) : “한 사고에 대해서 10군데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아낸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병원 측과 (짜서) 5일이면 치료가 끝날 것을 40일로 늘려주는... 이 두 가지가 큰 구조죠.”
44살 신 모씨의 경우 5년 반 동안 290여일이나 병원에 입원하면서 억대의 보험금을 타냈는데요, 입원 중에도 버젓이 유흥업소까지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정용(수사관/서울남부지방검찰청) : “피의자가 후미충돌을 당했다는 건데, 뒤 완충기를 살펴보면 충돌당한 흔적부터 전혀 안 보이는 것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5일 입원했다고 보험금을 지급 받았던 내용이죠.”
쉽게 거액의 보험을 타내려던 간 큰 가족 보험사기단. 하지만, 잘못했다가는 전문 브로커의 표적이 돼 큰 코를 다칠 수 있습니다.
지난 2000년,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받은 김 모씨에게 의료브로커 이 모씨가 접근했습니다.
<녹취> 김00(음성변조) : “(브로커는) 물론 자기가 전문가니까 우리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사람인데 접근해서 (보험금) 많이 받아준다 그런 식으로...”
이 씨는 김 씨의 아들을 정신지체 2급 판 정을 받도록 사주했습니다. 보험금을 많이 탈 욕심에 눈이 멀어 김 씨와 김 씨의 아들은 이 씨가 시키는 대로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윤왕근(경사/충북지방경찰청) : “(김 씨 아들의) 후유장애진단서에 보면 8세 아동의 능력밖에 안됩니다. 브로커와 사전에 공모를 했기 때문에 다 알고 있는 그런 문제에서도 전혀 모른다고...”
그렇게 해서 김 씨 부자는 가입한 2곳의 보험회사로부터 5억 원이 넘는 거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대박의 꿈도 잠시 뿐이었습니다.
<녹취> 보험회사 관계자 : “정신지체 2급이면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한 점, 정상적으로 대학 생활을 하면서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점을 봐서 허위진단서다...”
결국 장애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해 부당하게 보험금을 타낸 것이 드러났고, 김 씨 부자는 브로커에게 준 8천 6백만 원을 비롯해, 보험회사에서 받은 돈을 고스란히 되갚아야 할 처지가 돼 버렸습니다.
<녹취> 김00(음성변조) : “잘못한 거 인정했죠. 결국은 우리가 어리석어서 이렇게 된 건데 할 말은 없고요, 피해자가 없어야죠. 어쨌든...”
보다 안전하고, 여유로운 미래를 위해서 가입하는 보험. 하지만 거액의 보험금을 노려 가족들까지 동원돼 보험사기를 벌여오던 이들은 결국 가족 모두가 함께 범죄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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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따라잡기] 가족 보험 사기, 살인 자작극까지…
-
- 입력 2007-09-12 08:27:39
<앵커멘트>
보험금을 타기 위해 살인사건 자작극을 벌인 4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아내 김 모씨는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간 남편이 사라졌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했는데요.
모두 실종 강도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해 부부가 계획한 일이었습니다.
임세흠 기자, 가족끼리 짜고, 살인자작극까지 벌이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리포트>
네, 이 부부는 지난 2000년부터 20여개의 보험에 가입했는데요, 남편이 사망처리 되면 15억 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결국 경찰 수사에 꼬리가 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들 부부처럼 최근 보험금을 노리고 가족들이 뭉쳐 보험사기를 벌이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일, 경기도 포천시의 한 국도변에서 47살 신 모씨의 승용차가 발견됐습니다. 바로 전날 오후,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간다며 신 씨가 끌고나갔다는 차량. 하지만, 신 씨는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일철(경장/내촌 파출소) : “운전석 전면이 저쪽으로 향하고, 뒷바퀴 쪽이 이렇게 뒤쪽에 있으면서 걸쳐 있었어요. 정확히 주차는 안 된 상황이니까 급하게 했다고 볼 수 있는...”
차 안에는 신 씨의 혈흔이 여기저기 묻어있었습니다. 휴대전화기는 배터리가 분리된 채 버려져 있었고, 둔기와 채무각서까지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박정병(경사/경기 포천경찰서) : “각서내용이 채무자에게 돈을 받을게 있고, 그 돈의 일부 중 7백만 원을 받았는데, 3백만 원을 차후에 준다고 하더라... 그 차량 안에서 혈흔과 망치, 휴대전화가 배터리와 분리돼서 발견됐기 때문에 우리는 타살로 의심을 했고...”
신 씨의 아내 김 모씨는 남편이 누군가에게 변을 당한 것이 분명하다며, 사라진 남편을 찾아달라고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녹취> 김00(신 씨 아내, 음성변조) : “(남편에게) 전화해도 전화도 안 되고... 내 차를 가져가서는 (남편연락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경찰은 전담반까지 꾸려 신 씨의 행방을 찾는데 주력했습니다. 그런데 신 씨의 채무관계를 조사하던 경찰은 신 씨가 가입한 보험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미 4차례에 걸쳐 3천 5백만 원의 보험금을 타냈던 것입니다.
<인터뷰> 박정병(경사/경기 포천경찰서) : “(고의적으로 자동차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내고, 단순노무직 일을 하는 사람이 보험금을 이만큼 낸다는 자체가 사실 그런 부분에서 의심이 많이 갔습니다.”
경찰은 수사의 초점을 보험사기에 맞췄는데요, 조사결과 신 씨 부부는 지난 2000년부터 20여개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 달에 내는 보험금만 230여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신 씨가 실종 후, 사망한 것으로 판정될 경우,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15억 원이나 됐지만, 신 씨의 아내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김00(신 씨 부인, 음성변조) : “그렇게 많이 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남편) 혼자만 그러고 돌아다닌 거지. 짐작만 한 개나 두 개가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웃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신 씨의 집 우편함에는 늘 보험회사에서 보낸 우편물들이 가득 찰 때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신 씨네 가정형편을 아는 동네 사람들도 그저 의아하게만 생각했다고 합니다.
<녹취> 동네주민(음성변조) : “(보험료 내라는 그런 서류요?) 통지서가 엄청 오더라고요. 여기 관리비를 한 60만원 밀려있어요. 가스비, 전기세...”
그런데 사라진 지 9일 만에 신 씨는 행적을 쫓던 경찰과 길에서 마주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신 씨는 경찰조사에서 넉 달 전부터 아내에게 자기가 사라지면 실종신고부터 하라고 당부하는 등, 범행을 모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종신고 후 숨어 지내다가 사망판정만 받으면, 거액의 보험금을 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겁니다.
<인터뷰> 박정병(경사/경기 포천경찰서) : “자기가 실종됐을 경우 경찰서에 확인서를 받아서 보험사에 제출하면, 최대 사망으로 판단돼서... 3개월 후에는 현재 들어있는 보험을 최대한 다 탈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최근 이들 부부처럼 가족이 뭉쳐 보험사기를 벌이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조직적으로 보험사기를 벌여 거액의 보험금을 챙겨 온 4개 가족, 23명을 적발했습니다.
<인터뷰> 성영훈(차장검사/서울남부지방검찰청) : “4개 가족이 전부 모 산악회 회원들입니다. 서로 (보험사기) 수법을 전파하고, 길게는 40여일씩 가족이 한꺼번에 동반 입원하거나, 순차로 입원을 반복해 왔습니다.”
이들은 각각 가족별로 아들, 며느리, 사위 할 것 없이 보험사기에 뛰어들었는데요, 전, 현직 보험설계사들도 포함돼 있어 쉽게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상품을 노렸습니다.
한사람 평균 5, 6개의 보험을 들어놓고, 수십만 원씩의 보험금을 여러 보험사에서 타내는 수법으로 감시망을 피해왔습니다.
<인터뷰> 성영훈(차장검사/서울남부지방검찰청) : “한 사고에 대해서 10군데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아낸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병원 측과 (짜서) 5일이면 치료가 끝날 것을 40일로 늘려주는... 이 두 가지가 큰 구조죠.”
44살 신 모씨의 경우 5년 반 동안 290여일이나 병원에 입원하면서 억대의 보험금을 타냈는데요, 입원 중에도 버젓이 유흥업소까지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정용(수사관/서울남부지방검찰청) : “피의자가 후미충돌을 당했다는 건데, 뒤 완충기를 살펴보면 충돌당한 흔적부터 전혀 안 보이는 것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5일 입원했다고 보험금을 지급 받았던 내용이죠.”
쉽게 거액의 보험을 타내려던 간 큰 가족 보험사기단. 하지만, 잘못했다가는 전문 브로커의 표적이 돼 큰 코를 다칠 수 있습니다.
지난 2000년,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받은 김 모씨에게 의료브로커 이 모씨가 접근했습니다.
<녹취> 김00(음성변조) : “(브로커는) 물론 자기가 전문가니까 우리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사람인데 접근해서 (보험금) 많이 받아준다 그런 식으로...”
이 씨는 김 씨의 아들을 정신지체 2급 판 정을 받도록 사주했습니다. 보험금을 많이 탈 욕심에 눈이 멀어 김 씨와 김 씨의 아들은 이 씨가 시키는 대로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윤왕근(경사/충북지방경찰청) : “(김 씨 아들의) 후유장애진단서에 보면 8세 아동의 능력밖에 안됩니다. 브로커와 사전에 공모를 했기 때문에 다 알고 있는 그런 문제에서도 전혀 모른다고...”
그렇게 해서 김 씨 부자는 가입한 2곳의 보험회사로부터 5억 원이 넘는 거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대박의 꿈도 잠시 뿐이었습니다.
<녹취> 보험회사 관계자 : “정신지체 2급이면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한 점, 정상적으로 대학 생활을 하면서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점을 봐서 허위진단서다...”
결국 장애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해 부당하게 보험금을 타낸 것이 드러났고, 김 씨 부자는 브로커에게 준 8천 6백만 원을 비롯해, 보험회사에서 받은 돈을 고스란히 되갚아야 할 처지가 돼 버렸습니다.
<녹취> 김00(음성변조) : “잘못한 거 인정했죠. 결국은 우리가 어리석어서 이렇게 된 건데 할 말은 없고요, 피해자가 없어야죠. 어쨌든...”
보다 안전하고, 여유로운 미래를 위해서 가입하는 보험. 하지만 거액의 보험금을 노려 가족들까지 동원돼 보험사기를 벌여오던 이들은 결국 가족 모두가 함께 범죄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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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흠 기자 hm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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