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기업 육성할 산업단지에 쇼핑몰?

입력 2007.09.2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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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산업단지에 대형 쇼핑몰이 몇 년째 성업중입니다.

모두 불법인데, 지자체는 오히려 쇼핑단지를 유지하려 하고 업체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물러나지 않으려 합니다.

어찌된 사연인지, 오수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1년 문을 연 한 대형 의류 할인매장.

갖가지 브랜드가 입점해 있어 주말이면 쇼핑객들이 4만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ㅂ니다.

<인터뷰> 전인순(광명시 하안동) : "백화점 그런데 가는 것보다 훨씬 종류별로 살 수 있어서 저렴하면서도 시간도 단축돼고"

하지만 이 매장은 불법 건물입니다.

정부가 지정한 산업단지 안에는 전체 면적의 30퍼센트 이내에서 자사가 생산한 제품만 팔 수 있지만 이 매장은 이 같은 규정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건축 당시엔 분명 아파트형 공장이라고 신고했지만 짓고 나서는 대형 쇼핑몰을 개장한 겁니다.

그 뒤로 6년동안 영업을 계속하며 오히려 쇼핑몰을 2개나 더 늘렸습니다.

관리기관인 산업단지공단이 수 차례 벌금을 부과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진기우(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지사장) : "보통 3백에서 5백만원의 벌금이 나오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의류를 판매해서 나오는 수입으로 그걸 충당하고 벌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관계 법령이 개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투자금의 20퍼센트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처벌 조항이 강화돼 불법 영업을 계속할 경우 수십억의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쇼핑몰은 영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산업단지공단에 행정소송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산업단지공단이 쇼핑몰을 양성화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공단측이 1년도 지나지 않아 이를 취소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길 건너에 있는 다른 쇼핑몰 한 곳은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 업체의 주장입니다.

<인터뷰> 한상태(마리오 쇼핑몰 부사장) : "한 쪽은 똑같은 이유로 100% 용도변경을 해 주고 또 한 쪽 기업은 30%만 용도변경을 해 주겠다고 할 때, 어떤 기업이 그 행정조치를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불법 영업의 빌미를 제공한 건 지자체도 마찬가집니다.

구청은 처음부터 불법인줄 알면서도 이 곳을 패션명소로 육성한다며 각종 조형물에, 안내 표지판까지 설치했습니다.

<인터뷰> 이미숙(금천구청 산업단지관리팀장) : "거기서 산출되는 고용효과라든가 방문객에 의한 소비효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저희 구에서는 그 곳이 더 활성화 되길 원하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며 조성한 서울 디지털산업단지.

불법 영업을 계속 하는 매장들과

관리기관의 일관성 없는 행정, 이익만 생각하는 지자체 때문에 디지털과 쇼핑이 불안하게 동거하는 정체 불명의 단지로 변했습니다.

KBS 뉴스 오수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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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처 기업 육성할 산업단지에 쇼핑몰?
    • 입력 2007-09-26 09: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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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산업단지에 대형 쇼핑몰이 몇 년째 성업중입니다. 모두 불법인데, 지자체는 오히려 쇼핑단지를 유지하려 하고 업체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물러나지 않으려 합니다. 어찌된 사연인지, 오수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1년 문을 연 한 대형 의류 할인매장. 갖가지 브랜드가 입점해 있어 주말이면 쇼핑객들이 4만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ㅂ니다. <인터뷰> 전인순(광명시 하안동) : "백화점 그런데 가는 것보다 훨씬 종류별로 살 수 있어서 저렴하면서도 시간도 단축돼고" 하지만 이 매장은 불법 건물입니다. 정부가 지정한 산업단지 안에는 전체 면적의 30퍼센트 이내에서 자사가 생산한 제품만 팔 수 있지만 이 매장은 이 같은 규정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건축 당시엔 분명 아파트형 공장이라고 신고했지만 짓고 나서는 대형 쇼핑몰을 개장한 겁니다. 그 뒤로 6년동안 영업을 계속하며 오히려 쇼핑몰을 2개나 더 늘렸습니다. 관리기관인 산업단지공단이 수 차례 벌금을 부과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진기우(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지사장) : "보통 3백에서 5백만원의 벌금이 나오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의류를 판매해서 나오는 수입으로 그걸 충당하고 벌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관계 법령이 개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투자금의 20퍼센트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처벌 조항이 강화돼 불법 영업을 계속할 경우 수십억의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쇼핑몰은 영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산업단지공단에 행정소송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산업단지공단이 쇼핑몰을 양성화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공단측이 1년도 지나지 않아 이를 취소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길 건너에 있는 다른 쇼핑몰 한 곳은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 업체의 주장입니다. <인터뷰> 한상태(마리오 쇼핑몰 부사장) : "한 쪽은 똑같은 이유로 100% 용도변경을 해 주고 또 한 쪽 기업은 30%만 용도변경을 해 주겠다고 할 때, 어떤 기업이 그 행정조치를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불법 영업의 빌미를 제공한 건 지자체도 마찬가집니다. 구청은 처음부터 불법인줄 알면서도 이 곳을 패션명소로 육성한다며 각종 조형물에, 안내 표지판까지 설치했습니다. <인터뷰> 이미숙(금천구청 산업단지관리팀장) : "거기서 산출되는 고용효과라든가 방문객에 의한 소비효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저희 구에서는 그 곳이 더 활성화 되길 원하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며 조성한 서울 디지털산업단지. 불법 영업을 계속 하는 매장들과 관리기관의 일관성 없는 행정, 이익만 생각하는 지자체 때문에 디지털과 쇼핑이 불안하게 동거하는 정체 불명의 단지로 변했습니다. KBS 뉴스 오수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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