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허술한 방재 ‘참나무 다 죽는다’

입력 2007.11.15 (22:1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참나무 시들음병이 3년째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뚜렷한 방제대책이 나오지 않아 2차 피해까지 속출하고 있습니다.

임재성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등산객으로 붐비는 속리산 자락, 몇 달 전만 해도 멀쩡하던 등산로 주변 나무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수령 80년이 넘은 참나무에 구멍 수백 개가 뚫려 있습니다.

'광릉 긴나무좀'이라는 작은 벌레가 일으키는 참나무 시들음병 때문입니다.

이 병에 걸린 참나무는 3천여 그루, 한 해 사이 3배나 번지면서 수려했던 속리산이 제 모습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장덕수(보은군 환경산림과) : "다른 병해충의 경우 여름이면 방제가 끝나는데, 이것은 벌레가 목질에 살아서 지속적으로..."

또 다른 야산, 시들음병에 걸려 베어진 참나무 속은 수관이 막혀 검게 변해버렸고, 가지와 뿌리가 썩어 말라죽은 나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습니다.

참나무 시들음병으로 이 지역에서만 550그루가 넘는 나무들이 베어졌지만, 인근 곳곳에는 여전히 병에 걸린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병에 걸리면 두,세 달만에 고사할 정도로 참나무엔 치명적입니다.

지난 2004년, 경기도에서 시작된 참나무 시들음병은 지리산 등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됐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22만 4천여 그루, 3년 만에 20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제는 2차 피해까지 나타나 참나무 열매를 먹이로 하는 야생동물들의 개체수가 줄고, 가구공장과 버섯 재배농가는 당장 참나무 수급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위경열(버섯 재배농민) : "(벌레가) 다 해먹어서 구하기도 어렵고, 병도 많고, 농촌에서 많이 힘듭니다."

산림청은 매년 수십억 원을 들여 예찰 조사에 5백여 명을 투입하고 있다지만, 대부분 일용직 비전문가들, 사전 방제대책이 사실상 전무한 상탭니다.

<녹취>산림청 담당공무원 : "일용직으로 쓰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그분들의 전문분야라고 하기는 어렵구요."

우리나라 산림 정책의 대부분이 소나무에 편중돼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참나무 같은 다른 나무에 투입되는 방제 인력과 예산은 소나무의 1/1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한주환(충북산림환경연구소 연구사) : "정부나 시민단체의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산림당국의 허술한 방제정책으로 전국의 참나무 숲이 사라질지 모를 위기에 처했습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심층취재] 허술한 방재 ‘참나무 다 죽는다’
    • 입력 2007-11-15 21:29:05
    뉴스 9
<앵커 멘트>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참나무 시들음병이 3년째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뚜렷한 방제대책이 나오지 않아 2차 피해까지 속출하고 있습니다. 임재성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등산객으로 붐비는 속리산 자락, 몇 달 전만 해도 멀쩡하던 등산로 주변 나무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수령 80년이 넘은 참나무에 구멍 수백 개가 뚫려 있습니다. '광릉 긴나무좀'이라는 작은 벌레가 일으키는 참나무 시들음병 때문입니다. 이 병에 걸린 참나무는 3천여 그루, 한 해 사이 3배나 번지면서 수려했던 속리산이 제 모습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장덕수(보은군 환경산림과) : "다른 병해충의 경우 여름이면 방제가 끝나는데, 이것은 벌레가 목질에 살아서 지속적으로..." 또 다른 야산, 시들음병에 걸려 베어진 참나무 속은 수관이 막혀 검게 변해버렸고, 가지와 뿌리가 썩어 말라죽은 나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습니다. 참나무 시들음병으로 이 지역에서만 550그루가 넘는 나무들이 베어졌지만, 인근 곳곳에는 여전히 병에 걸린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병에 걸리면 두,세 달만에 고사할 정도로 참나무엔 치명적입니다. 지난 2004년, 경기도에서 시작된 참나무 시들음병은 지리산 등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됐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22만 4천여 그루, 3년 만에 20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제는 2차 피해까지 나타나 참나무 열매를 먹이로 하는 야생동물들의 개체수가 줄고, 가구공장과 버섯 재배농가는 당장 참나무 수급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위경열(버섯 재배농민) : "(벌레가) 다 해먹어서 구하기도 어렵고, 병도 많고, 농촌에서 많이 힘듭니다." 산림청은 매년 수십억 원을 들여 예찰 조사에 5백여 명을 투입하고 있다지만, 대부분 일용직 비전문가들, 사전 방제대책이 사실상 전무한 상탭니다. <녹취>산림청 담당공무원 : "일용직으로 쓰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그분들의 전문분야라고 하기는 어렵구요." 우리나라 산림 정책의 대부분이 소나무에 편중돼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참나무 같은 다른 나무에 투입되는 방제 인력과 예산은 소나무의 1/1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한주환(충북산림환경연구소 연구사) : "정부나 시민단체의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산림당국의 허술한 방제정책으로 전국의 참나무 숲이 사라질지 모를 위기에 처했습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