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약 처방, 갈 때마다 ‘한 움큼’

입력 2007.11.23 (22:08) 수정 2007.11.2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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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병, 의원에서 처방 받는 약.

"좀 많지 않나"라는 생각 해보셨습니까? 우리나라 국민이 처방받는 약이 선진국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약값도 약값이지만 부작용 위험도 높아진다는게 문제입니다.

김원장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쇼프로그램에 출연한 외국인 참석자에게 한국에서 가장 놀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녹취> 도미니크(미수다 11월12일 51회) : "봉투마다 약 5개나 있잖아요. 그럼 하루 15개 먹어요 놀라워요 한국사람. 7개도. 그거 외국인한테만 그러는 거예요? "

실제 얼마나 약을 많이 처방하는지, 약을 많이 처방하기로 소문난 서울 신림동의 한 내과를 찾았습니다.

내원 환자마다 보통 7~8개의 약이 처방됩니다.

주변 약국에 확인해 보니 감기환자 5명중 한명꼴로 10개가 넘는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이 내과의 평균 처방 건 수를 확인했더니, 감기환자에 처방된 평균 의약품 수가 8개가 넘었습니다.

이 내과를 찾는 감기환자는 하루 평균 24개의 약을 먹는 것입니다.

<녹취> 내과의사(음성변조) : "환자가 찾아오신 이유는 증상이 괴로우니까 감기가 안떨어지니까 독하게 지어주세요."

실제 한국인은 처방약을 얼마나 먹는지 확인해봤습니다.

평균 4.16개로, 한국인은 한번 아프면 병,의원에서 평균 4.16개의 약을 처방받는 단 뜻입니다.

반면 일본은 3개. 미국과 독일은 2개 미만으로 우리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약을 한꺼번에 많이 복용하면 그만큼 부작용의 위험도 높아집니다.

의학계는 복용약의 갯수가 6개를 넘어서면 부작용 발 생 건 수도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권(삼성의료원 가정의학과) : "이렇게 가벼운 질환이라해도 중복, 과잉 처방이 이뤄지면 약물이상반응이나 약물 상호작용으로 부작용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특히 가벼운 질환에도 처방약의 수가 유난히 많습니다."

시내 유명종합병원의 감기환자에 대한 처방 약 수는 적게는 2.18개에서 많아도 평균 3.06개.

하지만 동네 의원들의 감기환자 평균 처방 약 수는 4.83개로 종합병원들의 2배나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약을 이렇게 많이 처방하는지 조사했습니다.

갈 때마다 약을 한 움큼 처방해 준다는 한 의원에서 나온 환자의 영수증입니다.

4살 아이에게 기침가래약 3개와 콧물약을 넣고 특히 지사제와 위장약도 3개나 넣어 모두 8개의 약이 처방됐습니다.

우리 병,의원들은 이처럼 약을 10번 처방하면 6번 이상 소화제와 제산제등 각종 소화기 관련약을 처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유명종합병원의 소화기 관련 약 처방률은 그 절반인 29%에 머물렀습니다.

동네 병,의원들이 습관적으로 처방전에 소화제 등을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이러다보니 전체 약제비에서 소화기관 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12%를 넘습니다.

지난해 보험재정에서 이런 소화기 관련 약에 무려 7천억원을 썼습니다.

한해 우리 국민이 쓰는 약값 5조 8천 억 원에서 관행적으로 처방되는 소화제등을 절반만 줄여도 3천 5백억 원 정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승남(가정의학과 전문의) : "약을 처방받을 때 의사와 약사에게 꼭 이 약들이 어떤 약이냐고 물어보세요 꼭 필요한 약인지 꼭 복약지도를 받아야 올해 건강보험 재정은 3500억 원 적자가 예상됩니다."

이에따라 또 6% 이상 보험료를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불필요한 약의 처방을 줄이는 것.

건강보험의 적자를 줄이는 첫걸음입니다.

KBS 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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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약 처방, 갈 때마다 ‘한 움큼’
    • 입력 2007-11-23 21:24:33
    • 수정2007-11-23 22: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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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병, 의원에서 처방 받는 약. "좀 많지 않나"라는 생각 해보셨습니까? 우리나라 국민이 처방받는 약이 선진국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약값도 약값이지만 부작용 위험도 높아진다는게 문제입니다. 김원장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쇼프로그램에 출연한 외국인 참석자에게 한국에서 가장 놀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녹취> 도미니크(미수다 11월12일 51회) : "봉투마다 약 5개나 있잖아요. 그럼 하루 15개 먹어요 놀라워요 한국사람. 7개도. 그거 외국인한테만 그러는 거예요? " 실제 얼마나 약을 많이 처방하는지, 약을 많이 처방하기로 소문난 서울 신림동의 한 내과를 찾았습니다. 내원 환자마다 보통 7~8개의 약이 처방됩니다. 주변 약국에 확인해 보니 감기환자 5명중 한명꼴로 10개가 넘는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이 내과의 평균 처방 건 수를 확인했더니, 감기환자에 처방된 평균 의약품 수가 8개가 넘었습니다. 이 내과를 찾는 감기환자는 하루 평균 24개의 약을 먹는 것입니다. <녹취> 내과의사(음성변조) : "환자가 찾아오신 이유는 증상이 괴로우니까 감기가 안떨어지니까 독하게 지어주세요." 실제 한국인은 처방약을 얼마나 먹는지 확인해봤습니다. 평균 4.16개로, 한국인은 한번 아프면 병,의원에서 평균 4.16개의 약을 처방받는 단 뜻입니다. 반면 일본은 3개. 미국과 독일은 2개 미만으로 우리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약을 한꺼번에 많이 복용하면 그만큼 부작용의 위험도 높아집니다. 의학계는 복용약의 갯수가 6개를 넘어서면 부작용 발 생 건 수도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권(삼성의료원 가정의학과) : "이렇게 가벼운 질환이라해도 중복, 과잉 처방이 이뤄지면 약물이상반응이나 약물 상호작용으로 부작용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특히 가벼운 질환에도 처방약의 수가 유난히 많습니다." 시내 유명종합병원의 감기환자에 대한 처방 약 수는 적게는 2.18개에서 많아도 평균 3.06개. 하지만 동네 의원들의 감기환자 평균 처방 약 수는 4.83개로 종합병원들의 2배나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약을 이렇게 많이 처방하는지 조사했습니다. 갈 때마다 약을 한 움큼 처방해 준다는 한 의원에서 나온 환자의 영수증입니다. 4살 아이에게 기침가래약 3개와 콧물약을 넣고 특히 지사제와 위장약도 3개나 넣어 모두 8개의 약이 처방됐습니다. 우리 병,의원들은 이처럼 약을 10번 처방하면 6번 이상 소화제와 제산제등 각종 소화기 관련약을 처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유명종합병원의 소화기 관련 약 처방률은 그 절반인 29%에 머물렀습니다. 동네 병,의원들이 습관적으로 처방전에 소화제 등을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이러다보니 전체 약제비에서 소화기관 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12%를 넘습니다. 지난해 보험재정에서 이런 소화기 관련 약에 무려 7천억원을 썼습니다. 한해 우리 국민이 쓰는 약값 5조 8천 억 원에서 관행적으로 처방되는 소화제등을 절반만 줄여도 3천 5백억 원 정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승남(가정의학과 전문의) : "약을 처방받을 때 의사와 약사에게 꼭 이 약들이 어떤 약이냐고 물어보세요 꼭 필요한 약인지 꼭 복약지도를 받아야 올해 건강보험 재정은 3500억 원 적자가 예상됩니다." 이에따라 또 6% 이상 보험료를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불필요한 약의 처방을 줄이는 것. 건강보험의 적자를 줄이는 첫걸음입니다. KBS 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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