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고층 건물 영화관 화재 ‘무방비’

입력 2007.12.02 (21:43) 수정 2007.12.0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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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보통 지하나 1,2층에 있던 복합 상영관들이 최근엔 고층에 입주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자칫 화재라도 나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대피하기 쉽지 않아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보도에 오수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대형 건물 10층에 입주한 한 영화관입니다.

불이라도 나면 고층을 내려가야 하니 관객들은 내심 불안합니다.

<인터뷰> 김선양(경기도 부천) : "화재 나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니까 가만히 멈춰 있거나 우왕좌왕 뛰어다닐 것 같은데요."

이 영화관 역시 건물 10층에 있습니다.

영화관 안, 통로가 미로처럼 복잡해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비상 계단도 폭이 1.5미터에 불과해 3명이 빠져나갈 정도로 좁습니다.

건물 외부에 대피 계단이 있지만 보기에도 아슬아슬합니다.

<녹취> 영화관 관계자 : "방화벽이나 소화기 배치 문제 이런 걸 안전하다고 검사 맡은 필증이 있어요. 확인해서 받아 놓은 게 있는데, 그걸 따라서 문제가 없는 거죠."

한 영화관에 대해 모의실험을 해봤습니다.

이 영화관의 출구는 4개, 그러나 막상 불이 나자 당황한 관객들이 주로 앞쪽 출입구 2군데로만 밀려듭니다.

이렇다 보니 출구를 나가는데만 15분, 다시 10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데까지 15분, 모두 30분이 걸렸습니다.

불이 나 연기가 퍼지는데까지 10분이 채 안 걸리는 걸 감안하면 질식 사고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연기중에 이동해야 하고 부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인터뷰>김운형(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피난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델링의 결과보다는 2배, 많으면 3배, 4배까지 더 걸릴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현행법상 고층 영화관에 대한 별도의 소방 안전 기준은 없습니다.

수용인원보다는 건물 면적에 따라 기준을 달리할 뿐입니다.

소방 방재청은 이 같은 문제점을 우려해 5층 이상엔 영화관을 금지하도록 한때 법안을 마련했지만 영화업계의 반발로 무산됐습니다.

<인터뷰>김운형(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법적으로 별도의 규정을 만들어서 피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심 새 건물들이 급증하면서 현재 전체 530여 개 영화관 가운데 52%가 5층 이상 고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KBS 뉴스 오수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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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고층 건물 영화관 화재 ‘무방비’
    • 입력 2007-12-02 21:05:53
    • 수정2007-12-03 15: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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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보통 지하나 1,2층에 있던 복합 상영관들이 최근엔 고층에 입주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자칫 화재라도 나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대피하기 쉽지 않아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보도에 오수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대형 건물 10층에 입주한 한 영화관입니다. 불이라도 나면 고층을 내려가야 하니 관객들은 내심 불안합니다. <인터뷰> 김선양(경기도 부천) : "화재 나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니까 가만히 멈춰 있거나 우왕좌왕 뛰어다닐 것 같은데요." 이 영화관 역시 건물 10층에 있습니다. 영화관 안, 통로가 미로처럼 복잡해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비상 계단도 폭이 1.5미터에 불과해 3명이 빠져나갈 정도로 좁습니다. 건물 외부에 대피 계단이 있지만 보기에도 아슬아슬합니다. <녹취> 영화관 관계자 : "방화벽이나 소화기 배치 문제 이런 걸 안전하다고 검사 맡은 필증이 있어요. 확인해서 받아 놓은 게 있는데, 그걸 따라서 문제가 없는 거죠." 한 영화관에 대해 모의실험을 해봤습니다. 이 영화관의 출구는 4개, 그러나 막상 불이 나자 당황한 관객들이 주로 앞쪽 출입구 2군데로만 밀려듭니다. 이렇다 보니 출구를 나가는데만 15분, 다시 10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데까지 15분, 모두 30분이 걸렸습니다. 불이 나 연기가 퍼지는데까지 10분이 채 안 걸리는 걸 감안하면 질식 사고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연기중에 이동해야 하고 부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인터뷰>김운형(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피난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델링의 결과보다는 2배, 많으면 3배, 4배까지 더 걸릴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현행법상 고층 영화관에 대한 별도의 소방 안전 기준은 없습니다. 수용인원보다는 건물 면적에 따라 기준을 달리할 뿐입니다. 소방 방재청은 이 같은 문제점을 우려해 5층 이상엔 영화관을 금지하도록 한때 법안을 마련했지만 영화업계의 반발로 무산됐습니다. <인터뷰>김운형(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법적으로 별도의 규정을 만들어서 피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심 새 건물들이 급증하면서 현재 전체 530여 개 영화관 가운데 52%가 5층 이상 고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KBS 뉴스 오수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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