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노인들에게 중고 유모차는 지팡이

입력 2007.12.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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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중고유모차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느는 것 도 아닌데 왜 그럴까요?

시청자 여러분도 보신 적 있는지 모르겠지만 할머니 들이 빈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 종종 목격되는데요

김지영 기자, 할머님들이 왜 빈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겁니까?

(네, 외발 지팡이 보다는 안정감 있는 두발의 유모차가 편해서 중고 유모차를 구해 이용하신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보행 보조기라고 하나요? 보행보조기하고 유모차하고 좀 더 닮은 것 같기도 하네요,

<리포트>

네, 그래서 보행보조기 대신 유모차를 이용하는 것인데요, 이 노인 전용 보행 보조기는 값비싸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은 구입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고 유모차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데, 자세한 내용 취재했습니다.

부양가족이 없어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일흔 여덟 살의 신희균 할머니.

노환과 굽은 허리 때문에 집안에서조차 걷기가 힘든데요. 이런 할머니의 유일한 낙은 최근에 마련한 중고유모차를 끌고 외출하는 것입니다.

<인터뷰> 신희균(78살/인천 청천2동) : "아주 잘 끌고 다녀요. 저거 없으면 못 다녀요. 그래서 가지고 다니지. 병원에 갈 때도 혼자 가요."

허리디스크에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정영구 할머니 역시, 1년 전 한 봉사단체가 지원해준 중고유모차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영구(79살/서울 신당동) : "이거 끌면 허리가 덜 아프고 (유모차가) 힘이 돼주고 하니까 걷는데 순조롭게 걸을 수가 있잖아요."

이처럼 일반 가정에서 쓸모가 없어진 중고유모차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데요.

인천 청천동의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이런 노인들에게 무상으로 중고 유모차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윤숙(청천2동 주민자치센터 행정민원팀장) : "동에서 주는 선물이나 쌀, 김치를 가져가기가 어렵고 불편하신데 어떻게 하면 편하게 가져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유모차를 착안하게 됐거든요."

수거된 유모차는 주민자치센터 직원들의 손길을 거쳐 형편이 어려운 홀로 사는 노인이나, 소득이 낮은 노인들에게 먼저 전달되는데요.

하지만 한 해에 유모차를 손에 쥐는 노인들은 손에 꼽힐 정돕니다. 원하는 노인의 수는 매년 늘고 있지만 수거되는 중고유모차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한윤숙(청천2동 주민자치센터 행정민원팀장) : "홍보를 하는데 그냥 버리시는 분들이 계세요. 동 주민 센터 전광판으로 홍보하고 아파트에도 홍보하는데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안타까워요."

이렇다보니 뇌경색으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노열복 할머니는 애가 타는데요. 지팡이에 의지해 걷는 것이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지만, 1년 가까이 중고유모차가 지원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노열복(75살/서울 신당동) : "지팡이가 이쪽으로 가면 여기에만 의지 되고 힘이 이쪽으로 쥐어지고 또 이리로 안기면 이쪽으로 쥐어지고, 이게 중심이 안 되죠."

그런데 유모차를 끌면 중심이 되잖아요.

사실 시중에는 전문 보행보조기가 판매되고 있는데요, 한 대에 15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빠듯한 생활형편에 중고 유모차 구입도 쉽지 않은 노인들로서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셈입니다.

선진국에서는 노인 전용 보행보조기가 생활용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랜데요. 우리나라에선 아직 보급률도 낮고 값이 비싸 자선단체의 기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 보행보조기, 휠체어 등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물품들을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노인수발보험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인터뷰> 이해희(보건복지부 노인 요양 제도팀) :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돼서 1-3등급 내에 들어오면 휠체어, 보행보조기, 전동침대 등 복지용구를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거동하시는데 도움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재정 확보도 안 된 상태에서 이 제도가 추진되고 있어 시행 전부터 졸속 추진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응종(대안복지효도본부 대표) : "일본은 시행하다 민간업자에 넘겼는데 요양보험을 하는 민간업체가 파산 했습니다. 정부에서 일정한 비용만 지급을 하고 맡아서 했는데 감당이 안 되는 거죠."

전문 보조보행기 보급은 둘째치고라도, 중고유모차까지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움직임이 불편한 노인들의 고통은 더해가고 있는데요.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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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12-05 08: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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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중고유모차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느는 것 도 아닌데 왜 그럴까요? 시청자 여러분도 보신 적 있는지 모르겠지만 할머니 들이 빈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 종종 목격되는데요 김지영 기자, 할머님들이 왜 빈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겁니까? (네, 외발 지팡이 보다는 안정감 있는 두발의 유모차가 편해서 중고 유모차를 구해 이용하신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보행 보조기라고 하나요? 보행보조기하고 유모차하고 좀 더 닮은 것 같기도 하네요, <리포트> 네, 그래서 보행보조기 대신 유모차를 이용하는 것인데요, 이 노인 전용 보행 보조기는 값비싸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은 구입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고 유모차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데, 자세한 내용 취재했습니다. 부양가족이 없어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일흔 여덟 살의 신희균 할머니. 노환과 굽은 허리 때문에 집안에서조차 걷기가 힘든데요. 이런 할머니의 유일한 낙은 최근에 마련한 중고유모차를 끌고 외출하는 것입니다. <인터뷰> 신희균(78살/인천 청천2동) : "아주 잘 끌고 다녀요. 저거 없으면 못 다녀요. 그래서 가지고 다니지. 병원에 갈 때도 혼자 가요." 허리디스크에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정영구 할머니 역시, 1년 전 한 봉사단체가 지원해준 중고유모차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영구(79살/서울 신당동) : "이거 끌면 허리가 덜 아프고 (유모차가) 힘이 돼주고 하니까 걷는데 순조롭게 걸을 수가 있잖아요." 이처럼 일반 가정에서 쓸모가 없어진 중고유모차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데요. 인천 청천동의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이런 노인들에게 무상으로 중고 유모차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윤숙(청천2동 주민자치센터 행정민원팀장) : "동에서 주는 선물이나 쌀, 김치를 가져가기가 어렵고 불편하신데 어떻게 하면 편하게 가져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유모차를 착안하게 됐거든요." 수거된 유모차는 주민자치센터 직원들의 손길을 거쳐 형편이 어려운 홀로 사는 노인이나, 소득이 낮은 노인들에게 먼저 전달되는데요. 하지만 한 해에 유모차를 손에 쥐는 노인들은 손에 꼽힐 정돕니다. 원하는 노인의 수는 매년 늘고 있지만 수거되는 중고유모차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한윤숙(청천2동 주민자치센터 행정민원팀장) : "홍보를 하는데 그냥 버리시는 분들이 계세요. 동 주민 센터 전광판으로 홍보하고 아파트에도 홍보하는데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안타까워요." 이렇다보니 뇌경색으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노열복 할머니는 애가 타는데요. 지팡이에 의지해 걷는 것이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지만, 1년 가까이 중고유모차가 지원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노열복(75살/서울 신당동) : "지팡이가 이쪽으로 가면 여기에만 의지 되고 힘이 이쪽으로 쥐어지고 또 이리로 안기면 이쪽으로 쥐어지고, 이게 중심이 안 되죠." 그런데 유모차를 끌면 중심이 되잖아요. 사실 시중에는 전문 보행보조기가 판매되고 있는데요, 한 대에 15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빠듯한 생활형편에 중고 유모차 구입도 쉽지 않은 노인들로서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셈입니다. 선진국에서는 노인 전용 보행보조기가 생활용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랜데요. 우리나라에선 아직 보급률도 낮고 값이 비싸 자선단체의 기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 보행보조기, 휠체어 등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물품들을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노인수발보험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인터뷰> 이해희(보건복지부 노인 요양 제도팀) :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돼서 1-3등급 내에 들어오면 휠체어, 보행보조기, 전동침대 등 복지용구를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거동하시는데 도움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재정 확보도 안 된 상태에서 이 제도가 추진되고 있어 시행 전부터 졸속 추진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응종(대안복지효도본부 대표) : "일본은 시행하다 민간업자에 넘겼는데 요양보험을 하는 민간업체가 파산 했습니다. 정부에서 일정한 비용만 지급을 하고 맡아서 했는데 감당이 안 되는 거죠." 전문 보조보행기 보급은 둘째치고라도, 중고유모차까지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움직임이 불편한 노인들의 고통은 더해가고 있는데요.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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