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후 오늘] 11명 살린 ‘의로운 몽골인들’ 그후

입력 2007.12.13 (21:13) 수정 2007.12.1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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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3월 서울의 한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11명의 목숨을 구하고 사라졌던 몽골인들 기억하시죠?

불법 체류자였던 이들은 사건 이후, 특별한 공로가 인정돼 합법 체류 자격까지 얻었는데요.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 김나나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불길에 휩싸인 서울의 한 신축 주상복합 공사 현장.

화염과 연기에 갇힌 사람들은 애타게 도움을 기다리고 EFF. 좀 잡아줘요. 여기 잡아요.

숨막히는 구조 작업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겨우겨우 목숨을 건진 사람은 모두 98명.

이 가운데 11명은 어눌한 한국말을 하는 외국인들이 자신들을 구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강모 씨(지난 3월 24일): "코로 연기가 다 들어가 기침하는 순간이 었는데 위에서 작업하시다가 연기가 가라앉으면서 내려오신 것 같았어요."
곳곳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를 외면할 수 없어 선뜻 몸을 던졌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이 드러날까 구조를 마친 뒤엔 도망치듯 현장을 벗어나야 했던 그들.

몽골출신 영웅 4명은 그 후, 공로를 인정받아 1년간의 특별 체류 자격을 얻었고 특히 공부에 남다른 뜻을 보였던 삼보드노드 씨는 한 대학의 입학 자격까지 얻었습니다.

<인터뷰> 삼보드노드(지난 4월): "컴퓨터를 전공해서 석사, 박사까지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8개월여.

그렇게 공부를 원했고 꿈에 그리던 대학입학 자격까지 얻었지만 삼보드노드씨는 한국에 없었습니다.

그는 화재 후유증으로 건강이 나빠져 고향에서 요양중이라고 했습니다.

<자료화면> "사고 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자주 머리가 아파 지난 7월 몽골로 돌아와 한달간 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회복이 더뎌 좀 더 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이 많이 그립습니다. 빨리 건강을 찾아 돌아가고 싶습니다."

전직 소방관으로 구조에 큰 역할을 했던 바트델게르 씨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요양을 위해 몽골에 다녀왔지만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인지 머리가 계속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바트델게르: "진통제가 없으면 못 살아요. 하루에 7, 8알도 먹어요."

하지만 우연한 사건으로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얻어 당당하게 살 게 된 것이 너무 기쁘다는 바트텔게르씨.

고향에 남겨둔 세 딸이 많이 그립지만 그 못지 않게 한국에 대한 사랑도 깊어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바트텔게르: "피곤해 지치거나 맛있는 거 먹을 때면 아이들이 더 생각나요. 그래도 한국은 제2의 고향입니다."

또 다른 영웅 검버수릉 씨 역시 그날 이후 생긴 두통과 복통 때문에 힘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려 다시 당시로 돌아간다 해도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검버수릉: "연기도 많이 나고 저 자신도 두려웠지만 도와달라는 외침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이들의 입에서 나온 공통된 얘기는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는 고백.

하지만 가슴속엔 두고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습니다.

<인터뷰> 검버수릉: "엄마 돈 많이 벌어서 갈게요. 건강해요."

<인터뷰>바트텔게르: "아빠하고 엄마는 많이 보고 싶어요. 많이 사랑해요."

머나먼 이국 땅에서, 누군가의 은인이 된 그들.

당시 구해준 사람들 가운데 연락을 해오는 경우가 있느냐는 물음에 아무도 없다고, 하지만 그것이 뭐 중요하냐고 수줍은 미소를 짓습니다.

KBS 뉴스 김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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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12-13 20:27:49
    • 수정2007-12-13 21: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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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3월 서울의 한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11명의 목숨을 구하고 사라졌던 몽골인들 기억하시죠? 불법 체류자였던 이들은 사건 이후, 특별한 공로가 인정돼 합법 체류 자격까지 얻었는데요.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 김나나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불길에 휩싸인 서울의 한 신축 주상복합 공사 현장. 화염과 연기에 갇힌 사람들은 애타게 도움을 기다리고 EFF. 좀 잡아줘요. 여기 잡아요. 숨막히는 구조 작업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겨우겨우 목숨을 건진 사람은 모두 98명. 이 가운데 11명은 어눌한 한국말을 하는 외국인들이 자신들을 구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강모 씨(지난 3월 24일): "코로 연기가 다 들어가 기침하는 순간이 었는데 위에서 작업하시다가 연기가 가라앉으면서 내려오신 것 같았어요." 곳곳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를 외면할 수 없어 선뜻 몸을 던졌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이 드러날까 구조를 마친 뒤엔 도망치듯 현장을 벗어나야 했던 그들. 몽골출신 영웅 4명은 그 후, 공로를 인정받아 1년간의 특별 체류 자격을 얻었고 특히 공부에 남다른 뜻을 보였던 삼보드노드 씨는 한 대학의 입학 자격까지 얻었습니다. <인터뷰> 삼보드노드(지난 4월): "컴퓨터를 전공해서 석사, 박사까지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8개월여. 그렇게 공부를 원했고 꿈에 그리던 대학입학 자격까지 얻었지만 삼보드노드씨는 한국에 없었습니다. 그는 화재 후유증으로 건강이 나빠져 고향에서 요양중이라고 했습니다. <자료화면> "사고 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자주 머리가 아파 지난 7월 몽골로 돌아와 한달간 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회복이 더뎌 좀 더 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이 많이 그립습니다. 빨리 건강을 찾아 돌아가고 싶습니다." 전직 소방관으로 구조에 큰 역할을 했던 바트델게르 씨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요양을 위해 몽골에 다녀왔지만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인지 머리가 계속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바트델게르: "진통제가 없으면 못 살아요. 하루에 7, 8알도 먹어요." 하지만 우연한 사건으로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얻어 당당하게 살 게 된 것이 너무 기쁘다는 바트텔게르씨. 고향에 남겨둔 세 딸이 많이 그립지만 그 못지 않게 한국에 대한 사랑도 깊어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바트텔게르: "피곤해 지치거나 맛있는 거 먹을 때면 아이들이 더 생각나요. 그래도 한국은 제2의 고향입니다." 또 다른 영웅 검버수릉 씨 역시 그날 이후 생긴 두통과 복통 때문에 힘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려 다시 당시로 돌아간다 해도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검버수릉: "연기도 많이 나고 저 자신도 두려웠지만 도와달라는 외침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이들의 입에서 나온 공통된 얘기는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는 고백. 하지만 가슴속엔 두고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습니다. <인터뷰> 검버수릉: "엄마 돈 많이 벌어서 갈게요. 건강해요." <인터뷰>바트텔게르: "아빠하고 엄마는 많이 보고 싶어요. 많이 사랑해요." 머나먼 이국 땅에서, 누군가의 은인이 된 그들. 당시 구해준 사람들 가운데 연락을 해오는 경우가 있느냐는 물음에 아무도 없다고, 하지만 그것이 뭐 중요하냐고 수줍은 미소를 짓습니다. KBS 뉴스 김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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