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경제 검찰, 퇴직하면 기업 변호…공정성 ‘흔들’

입력 2007.12.2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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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제검찰을 자임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심결,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공정위 관리 출신 변호사와 현직 자문위원들이 상대편인 기업측 소송 변호인을 맡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돼 공정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박중석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과징금 등의 제재, 즉 심결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심결이 있는 날이면 기업에서 선임한 변호사들로 북적입니다.

취재팀은 참여연대와 함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최근 10년 동안 공정위 심결과 소송사건을 분석해 기업 측 변호인의 명단을 확인했습니다.

먼저 공정위 관리 출신이 눈에 뜨입니다.

공정위 국장 출신의 한 고위공무원은 퇴직 후 법무법인 변호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후 4개월 만에 공정위 심결에서 기업 측 변호사로 나섭니다.

공정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도 사임하자마자 기업 측 소송 대리인을 맡았습니다.

<녹취> 기업 법무팀장: "법적인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공정위와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쪽 출신들을 선호하게 됩니다."

현재 활동 중인 공정위 출신 변호사는 10여 명.

대부분 퇴직 후 1년도 안 되는 시점에 공정위 심결이나 관련 소송에서 기업 측 변호를 맡고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 사법연수생 가운데 공정위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면서 공정위 출신 변호사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관 예우의 문제뿐 아니라 이해 상충의 논란이 일어날 소지가 그만큼 많다는 얘깁니다.

기업 측 변호인 명단에는 현재 공정위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공정위 카르텔 정책자문 위원회에 위촉된 자문 변호사는 모두 6명.

지난 3년 동안 이의신청을 포함한 공정위의 담합사건 심결 가운데 30% 정도를 카르텔 자문위원 5명이 기업 측 변호를 맡았습니다.

공정위에 대한 소송사건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최근 4년 동안 기업들이 법무법인 통해 공정위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모두 90건 남짓.

이 가운데 공정위 관리 출신이나 공정위 현직 자문위원이 소송 대리인을 맡은 사건이 60건을 넘습니다.

<녹취> 기업 법무팀장: "같은 값이면 그런(자문위원) 직책을 가지고 있는 게 없는 사람보다는 낫다고 생각되니까요."

이에 대해 법무법인 측은 자문회의는 구체적인 사건 대신 정책만 논의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더욱이 공정위에 대한 자문은 공익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심결이나 소송사건과 이해가 충돌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생각은 다릅니다.

<인터뷰> 이재근(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 "직접적인 이해충돌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문위원을 그만두거나 혹은 소송의 대리인으로 나서는 것을 그만둬야 합니다."

미국 공직자윤리청이 지난 1989년 제정한 윤리개혁법입니다.

정부기관에서 근무했던 직원은 퇴직 후 다른 사람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관련 부서 공무원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규정해놨습니다.

이해 상충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김성묵(법무법인 변호사): "공직 재직 중에 취급했던 사건들은 그 사람이 고문이나 직원인 경우 로펌이 맡는 사건에서 배제시키는 그런 내부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서 공정위 관리 출신이나 현직 자문위원이 기업체 측 소송 대리인을 맡은 일.

판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KBS 뉴스 박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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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경제 검찰, 퇴직하면 기업 변호…공정성 ‘흔들’
    • 입력 2007-12-27 2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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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제검찰을 자임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심결,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공정위 관리 출신 변호사와 현직 자문위원들이 상대편인 기업측 소송 변호인을 맡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돼 공정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박중석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과징금 등의 제재, 즉 심결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심결이 있는 날이면 기업에서 선임한 변호사들로 북적입니다. 취재팀은 참여연대와 함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최근 10년 동안 공정위 심결과 소송사건을 분석해 기업 측 변호인의 명단을 확인했습니다. 먼저 공정위 관리 출신이 눈에 뜨입니다. 공정위 국장 출신의 한 고위공무원은 퇴직 후 법무법인 변호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후 4개월 만에 공정위 심결에서 기업 측 변호사로 나섭니다. 공정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도 사임하자마자 기업 측 소송 대리인을 맡았습니다. <녹취> 기업 법무팀장: "법적인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공정위와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쪽 출신들을 선호하게 됩니다." 현재 활동 중인 공정위 출신 변호사는 10여 명. 대부분 퇴직 후 1년도 안 되는 시점에 공정위 심결이나 관련 소송에서 기업 측 변호를 맡고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 사법연수생 가운데 공정위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면서 공정위 출신 변호사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관 예우의 문제뿐 아니라 이해 상충의 논란이 일어날 소지가 그만큼 많다는 얘깁니다. 기업 측 변호인 명단에는 현재 공정위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공정위 카르텔 정책자문 위원회에 위촉된 자문 변호사는 모두 6명. 지난 3년 동안 이의신청을 포함한 공정위의 담합사건 심결 가운데 30% 정도를 카르텔 자문위원 5명이 기업 측 변호를 맡았습니다. 공정위에 대한 소송사건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최근 4년 동안 기업들이 법무법인 통해 공정위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모두 90건 남짓. 이 가운데 공정위 관리 출신이나 공정위 현직 자문위원이 소송 대리인을 맡은 사건이 60건을 넘습니다. <녹취> 기업 법무팀장: "같은 값이면 그런(자문위원) 직책을 가지고 있는 게 없는 사람보다는 낫다고 생각되니까요." 이에 대해 법무법인 측은 자문회의는 구체적인 사건 대신 정책만 논의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더욱이 공정위에 대한 자문은 공익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심결이나 소송사건과 이해가 충돌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생각은 다릅니다. <인터뷰> 이재근(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 "직접적인 이해충돌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문위원을 그만두거나 혹은 소송의 대리인으로 나서는 것을 그만둬야 합니다." 미국 공직자윤리청이 지난 1989년 제정한 윤리개혁법입니다. 정부기관에서 근무했던 직원은 퇴직 후 다른 사람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관련 부서 공무원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규정해놨습니다. 이해 상충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김성묵(법무법인 변호사): "공직 재직 중에 취급했던 사건들은 그 사람이 고문이나 직원인 경우 로펌이 맡는 사건에서 배제시키는 그런 내부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서 공정위 관리 출신이나 현직 자문위원이 기업체 측 소송 대리인을 맡은 일. 판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KBS 뉴스 박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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