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삼 후송 시간 지연…원칙 어겼다”

입력 2007.12.30 (16:46) 수정 2007.12.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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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복싱 경기 도중 뇌출혈 증상을 일으킨 최요삼(34.숭민체육관)이 사고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순천향대학병원까지 40분 가까이 걸려 이송되는 바람에 상태가 더욱 나빠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최요삼의 가족과 지인들은 30일 "사고 당일(25일) 광진구 자양동 광진구민체육센터 주차장에서 순천향병원 앰뷸런스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바람에 최요삼을 들것에 싣고 체육관 밖 도로까지 걸어나갔다가 119 신고를 하는 등 10∼20분이나 허비했다"며 "그런데도 가까운 아산중앙병원이 아니라 굳이 멀리 떨어진 순천향병원으로 가는 바람에 최요삼의 상태가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지인 조창조(33)씨는 "당시 경기장이 있던 4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니 출입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 뒤로 사이드 브레이크까지 채워진 차량 5∼6대가 주차돼있어 한동안 후진할 수가 없었다"며 "오후 3시20분께에야 겨우 체육관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앰뷸런스에 동승했던 코치 이동포씨는 "성수대교 부근을 지날 때 최요삼이 호흡을 하지 않고 혀를 힘껏 깨물기에 손을 밀어넣어 억지로 입을 벌렸을 정도로 상황이 위급했다"며 "동승했던 의사에게 `왜 가까운 아산병원이나 건대병원으로 가지 않느냐'고 항의했지만 들은 체 만 체 하더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응급조치 미숙 의혹도 제기됐다.
또 다른 동승자 장봉수(32)씨는 또 "의사가 앰뷸런스 안에 산소마스크가 어디 있는지도 몰라서 차 안을 기웃기웃 거리며 둘러보기에 `당신 뒤쪽에 있지 않느냐. 산소마스크를 씌우든지 조치를 취해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그랬더니 의사가 `그걸로 되는 게 아니라 빨리 병원에 갈 수 밖에 없다'며 운전사를 재촉하더라"라고 혀를 찼다.
병원 측은 이런 의혹과 관련, 사고 다음날인 26일과 29일까지만 해도 `응급의료센터 임상기록'상 환자 도착시간을 근거로 "최요삼은 사고 당일 오후 3시16분에 병원에 도착했고 4시23분에 수술에 들어갔다"며 "주차장에서 20분이나 걸렸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고, 빨리 병원에 오면 되지 굳이 아산병원으로 가야 할 이유가 뭐냐"고 반박해왔다.
하지만 연합뉴스가 조씨가 실제로 사고 당일 오후 3시13분에 119에 신고를 했고, 119 센터가 이 신고를 3시14분05초에 접수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어떻게 광진구 자양동에서 한남동까지 2분 만에 올 수 있느냐"며 재차 확인을 요구하자 갑자기 "3시16분에 도착했다는 기록은 잘못됐고, 가스 검사 시간인 3시26분 직전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이 또한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병원 응급실 폐쇄회로 카메라(CCTV)에 찍힌 화면을 확인한 결과 최요삼은 당일 오후 3시40분7초에야 병원에 도착했다.
당일 경기를 중계한 SBS 스포츠 담당 PD가 "최요삼이 처음 쓰러진 시간이 오후 3시2분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고 있는 만큼 최요삼은 뇌출혈이 계속되는 가운데 40분 가까이 길에서 헤맸다는 결론이 나온다.
병원측은 질문을 회피하기 바쁘다.
연합뉴스는 의사 A씨가 주차장에서 상당 시간을 허비한 뒤에도 최요삼을 굳이 멀리 떨어진 순천향병원으로 옮긴 이유와 이송 과정에서 뇌압 강하제 투여 등 적절한 응급조치를 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A씨와 접촉을 요구하자 병원측은 "기도 확보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고, 산소마스크는 굳이 씌울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A씨는 레지던트라서 전화번호도 알 수 없고 일요일이라 연락도 잘 안된다"는 이유를 들어 확인을 거부했다.
A씨는 29일 자신에게 항의하는 최요삼의 지인 장씨에게 "나에게 따질 게 아니라 병원 측에 물어보라"고 설명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다른 병원 응급의학과 의사는 "의식을 잃은 환자가 발생하면 우선 기도를 확보하고 뇌압을 떨어뜨리는 약물을 투여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한 후 시설과 장비를 갖춘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하는 게 원칙"이라며 "주차장에서 시간이 지체됐고 병원에 도착하는 데에도 또 시간이 걸렸다면 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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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요삼 후송 시간 지연…원칙 어겼다”
    • 입력 2007-12-30 16:46:39
    • 수정2007-12-30 17:39:57
    연합뉴스
프로복싱 경기 도중 뇌출혈 증상을 일으킨 최요삼(34.숭민체육관)이 사고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순천향대학병원까지 40분 가까이 걸려 이송되는 바람에 상태가 더욱 나빠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최요삼의 가족과 지인들은 30일 "사고 당일(25일) 광진구 자양동 광진구민체육센터 주차장에서 순천향병원 앰뷸런스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바람에 최요삼을 들것에 싣고 체육관 밖 도로까지 걸어나갔다가 119 신고를 하는 등 10∼20분이나 허비했다"며 "그런데도 가까운 아산중앙병원이 아니라 굳이 멀리 떨어진 순천향병원으로 가는 바람에 최요삼의 상태가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지인 조창조(33)씨는 "당시 경기장이 있던 4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니 출입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 뒤로 사이드 브레이크까지 채워진 차량 5∼6대가 주차돼있어 한동안 후진할 수가 없었다"며 "오후 3시20분께에야 겨우 체육관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앰뷸런스에 동승했던 코치 이동포씨는 "성수대교 부근을 지날 때 최요삼이 호흡을 하지 않고 혀를 힘껏 깨물기에 손을 밀어넣어 억지로 입을 벌렸을 정도로 상황이 위급했다"며 "동승했던 의사에게 `왜 가까운 아산병원이나 건대병원으로 가지 않느냐'고 항의했지만 들은 체 만 체 하더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응급조치 미숙 의혹도 제기됐다. 또 다른 동승자 장봉수(32)씨는 또 "의사가 앰뷸런스 안에 산소마스크가 어디 있는지도 몰라서 차 안을 기웃기웃 거리며 둘러보기에 `당신 뒤쪽에 있지 않느냐. 산소마스크를 씌우든지 조치를 취해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그랬더니 의사가 `그걸로 되는 게 아니라 빨리 병원에 갈 수 밖에 없다'며 운전사를 재촉하더라"라고 혀를 찼다. 병원 측은 이런 의혹과 관련, 사고 다음날인 26일과 29일까지만 해도 `응급의료센터 임상기록'상 환자 도착시간을 근거로 "최요삼은 사고 당일 오후 3시16분에 병원에 도착했고 4시23분에 수술에 들어갔다"며 "주차장에서 20분이나 걸렸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고, 빨리 병원에 오면 되지 굳이 아산병원으로 가야 할 이유가 뭐냐"고 반박해왔다. 하지만 연합뉴스가 조씨가 실제로 사고 당일 오후 3시13분에 119에 신고를 했고, 119 센터가 이 신고를 3시14분05초에 접수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어떻게 광진구 자양동에서 한남동까지 2분 만에 올 수 있느냐"며 재차 확인을 요구하자 갑자기 "3시16분에 도착했다는 기록은 잘못됐고, 가스 검사 시간인 3시26분 직전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이 또한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병원 응급실 폐쇄회로 카메라(CCTV)에 찍힌 화면을 확인한 결과 최요삼은 당일 오후 3시40분7초에야 병원에 도착했다. 당일 경기를 중계한 SBS 스포츠 담당 PD가 "최요삼이 처음 쓰러진 시간이 오후 3시2분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고 있는 만큼 최요삼은 뇌출혈이 계속되는 가운데 40분 가까이 길에서 헤맸다는 결론이 나온다. 병원측은 질문을 회피하기 바쁘다. 연합뉴스는 의사 A씨가 주차장에서 상당 시간을 허비한 뒤에도 최요삼을 굳이 멀리 떨어진 순천향병원으로 옮긴 이유와 이송 과정에서 뇌압 강하제 투여 등 적절한 응급조치를 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A씨와 접촉을 요구하자 병원측은 "기도 확보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고, 산소마스크는 굳이 씌울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A씨는 레지던트라서 전화번호도 알 수 없고 일요일이라 연락도 잘 안된다"는 이유를 들어 확인을 거부했다. A씨는 29일 자신에게 항의하는 최요삼의 지인 장씨에게 "나에게 따질 게 아니라 병원 측에 물어보라"고 설명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다른 병원 응급의학과 의사는 "의식을 잃은 환자가 발생하면 우선 기도를 확보하고 뇌압을 떨어뜨리는 약물을 투여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한 후 시설과 장비를 갖춘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하는 게 원칙"이라며 "주차장에서 시간이 지체됐고 병원에 도착하는 데에도 또 시간이 걸렸다면 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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