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우레탄, 불 나면 ‘살인가스’

입력 2008.01.08 (22:03) 수정 2008.01.0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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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화재참사는 단열재로 쓰이는 우레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한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우레탄이 타면서 내뿜는 유독가스는 치명적이지만 심지어 아파트에서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홍사훈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두 종류의 화학 약품을 섞을때 찐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이 우레탄입니다.

사방을 빈틈 하나 없이 밀폐시켜 단열재로선 단연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레탄이 탈 때 나오는 시안 개습니다.

2차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에 사용된 독개스 가운데 하납니다.

실험용 쥐가 시안개스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실험했습니다.

30초가 지나자 탈출구를 찾으려고 펄쩍 펄쩍 뛰어오릅니다.

1분여가 지나 쥐들이 가쁜 숨을 몰아쉴때 실험을 중단했습니다.

<인터뷰> 이천 화재 현장 진압 소방관 : "개스 냄새 때문에 진입 불가능이었다."

더 큰 문제는 우레탄이 초고층 건물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도권에 있는 40층 짜리 주상복합 건물 공사 현장입니다.

유리섬유를 들추자 벽면이 온통 우레탄으로 도배하다시피 발라져 있습니다.

칼로 잘라내 보니 3cm 두께 우레탄 뒤로 콘크리트 벽면이 나타납니다.

벽뿐만 아니라 천장 역시 빈틈없이 우레탄으로 꽉 메꿔져 있습니다.

<녹취> 시공업체 팀장 : "결로 현상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이 재료를 쓸 수 밖에 없었다."

35층 짜리 또다른 초고층 아파틉니다.

이 곳 역시 벽면이 온통 10cm 두께 우레탄으로 뒤덮혀 있습니다.

<녹취> 건설업체 과장 : "저희도 고민 많이 했다. 그런데 요즘 민원이 얼마나 심하냐, 결로 한번 생기면 이사간다고 호텔비 달라고 하는데..."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건축법상엔 주거용 건물에 우레탄을 사용해도 아무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단열재 앞면을 석고보드가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란 이윱니다.

실제로 안전할까?

우레탄 앞면에 석고보드를 대고 불이 났을 때 평균 온도인 600도로 가열했습니다.

8분이 지나자 독개스인 시안개스가 퍼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10분이 채 안돼 모두 타버렸습니다.

수십층 짜리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때 10분내에 모든 사람이 대피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여인환(한국 건설기술 연구원 팀장) : "우레탄 착화점이 100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실제 화재에서 석고보드가 막아주긴 힘들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선 1층짜리, 그러니까 불이 나더라도 빨리 피할 수 있는 1층짜리 건물에서만 이 우레탄을 단열재로 쓸 수 있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3년 192명이 숨진 대구 지하철 화재, 그리고 지난해 28명의 사상자를 낸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 또 어제 이천 냉동창고 화재까지 모두 우레탄이 타면서 내뿜은 개스가 불러온 참사였습니다.

KBS 뉴스 홍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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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우레탄, 불 나면 ‘살인가스’
    • 입력 2008-01-08 21:03:05
    • 수정2008-01-08 22: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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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화재참사는 단열재로 쓰이는 우레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한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우레탄이 타면서 내뿜는 유독가스는 치명적이지만 심지어 아파트에서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홍사훈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두 종류의 화학 약품을 섞을때 찐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이 우레탄입니다. 사방을 빈틈 하나 없이 밀폐시켜 단열재로선 단연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레탄이 탈 때 나오는 시안 개습니다. 2차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에 사용된 독개스 가운데 하납니다. 실험용 쥐가 시안개스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실험했습니다. 30초가 지나자 탈출구를 찾으려고 펄쩍 펄쩍 뛰어오릅니다. 1분여가 지나 쥐들이 가쁜 숨을 몰아쉴때 실험을 중단했습니다. <인터뷰> 이천 화재 현장 진압 소방관 : "개스 냄새 때문에 진입 불가능이었다." 더 큰 문제는 우레탄이 초고층 건물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도권에 있는 40층 짜리 주상복합 건물 공사 현장입니다. 유리섬유를 들추자 벽면이 온통 우레탄으로 도배하다시피 발라져 있습니다. 칼로 잘라내 보니 3cm 두께 우레탄 뒤로 콘크리트 벽면이 나타납니다. 벽뿐만 아니라 천장 역시 빈틈없이 우레탄으로 꽉 메꿔져 있습니다. <녹취> 시공업체 팀장 : "결로 현상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이 재료를 쓸 수 밖에 없었다." 35층 짜리 또다른 초고층 아파틉니다. 이 곳 역시 벽면이 온통 10cm 두께 우레탄으로 뒤덮혀 있습니다. <녹취> 건설업체 과장 : "저희도 고민 많이 했다. 그런데 요즘 민원이 얼마나 심하냐, 결로 한번 생기면 이사간다고 호텔비 달라고 하는데..."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건축법상엔 주거용 건물에 우레탄을 사용해도 아무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단열재 앞면을 석고보드가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란 이윱니다. 실제로 안전할까? 우레탄 앞면에 석고보드를 대고 불이 났을 때 평균 온도인 600도로 가열했습니다. 8분이 지나자 독개스인 시안개스가 퍼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10분이 채 안돼 모두 타버렸습니다. 수십층 짜리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때 10분내에 모든 사람이 대피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여인환(한국 건설기술 연구원 팀장) : "우레탄 착화점이 100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실제 화재에서 석고보드가 막아주긴 힘들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선 1층짜리, 그러니까 불이 나더라도 빨리 피할 수 있는 1층짜리 건물에서만 이 우레탄을 단열재로 쓸 수 있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3년 192명이 숨진 대구 지하철 화재, 그리고 지난해 28명의 사상자를 낸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 또 어제 이천 냉동창고 화재까지 모두 우레탄이 타면서 내뿜은 개스가 불러온 참사였습니다. KBS 뉴스 홍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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