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힐러리 화려한 부활

입력 2008.01.0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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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던 '힐러리 대세론'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패배 이후 거센 '오바마 돌풍'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의원이 8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극적으로 승리,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 승리는 지난 이틀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이상의 표차로 참패할 것으로 예상된 시점에 이룬 것이기에 더욱 값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만약 이번에도 패배했을 경우 힐러리에게 다가왔을 위기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번 승리가 힐러리 캠프에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쉽게 짐작이 간다.
아니게 아니라 아이오와에서 패배한 이후 일각에서는 힐러리가 '오바마 열풍'에 밀려 2월25일 '슈퍼 화요일'까지 가지 못하고 중도사퇴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실제 드러지 리포트는 "힐러리가 오바마에게 뉴햄프셔의 지지도 면에서 두자릿수 격차를 보이고, 전국단위 지지도도 붕괴 조짐을 보이는가 하면 선거자금 지원도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선 레이스 중도포기라는 어려운 결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힐러리 캠프 내부 관계자들도 "힐러리가 뉴햄프셔와 사우스 캐롤라이나, 네바다 등에서 오바마에게 잇따라 두 자리 수 격차로 패배하는 것을 참기 힘들 것"이라며 "앞으로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다 그간 15% 안팎의 우위를 보여온 오바마와의 전국단위 지지도도 아이오와 코커스 직후 한자리 숫자로 좁혀지더니 이날 결국 오바마와 동률을 이룬 것으로 유에스에이(USA) 투데이는 8일 보도했다.
힐러리의 이런 예기치 못한 고전은 '변화와 희망'을 선거 구호로 내건 오바마에게 젊은층과 무당파 유권자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데 따른 것이었다.
때문에 힐러리가 다양한 외교적 경험과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경륜을 선거구호로 내세웠지만 이는 전략적 실수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힐러리의 경륜이 거꾸로 스스로를 워싱턴의 낡은 정치시스템의 일부라는 인상을 주는 패러독스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다 힐러리는 보수층의 표심을 의식,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개전에 찬성했고 최근엔 핵개발을 이유로 이란을 압박하는 부시 행정부가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 집단으로 지정했을 때 지지입장을 피력한 것도 이라크전 종전을 갈구하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힐러리가 뉴햄프셔에서 승기를 잡은 것은 전략의 대변화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40대의 젊음과 참신함을 무기로 '희망과 변화'의 전도사로 나선 오바마의 '진실성'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힐러리는 "오바마는 희망을 얘기하지만 그것은 실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거짓 희망일 뿐"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그러면서 힐러리는 "오바마는 미국인들에게 희망과 꿈을 일깨워준 마틴 루터 킹, 그리고 젊음과 패기, 참신함으로 미국민에게 '영원한 대통령'으로 자리 잡고 있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아니다"고 정면 비판했다.
아울러 너무 똑똑하고 냉담하고 이지적인 이미지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오히려 거부감을 주었던 점을 의식,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한 것도 이번 뉴햄프셔 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힐러리는 7일 뉴햄프셔 포츠머스의 한 카페에서 부동층 유권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프리랜서 사진기자인 영으로부터 "어떻게 그렇게 항상 씩씩하고 멋지게 보이느냐"는 뜻밖의 질문을 받자 "쉽지 않다"는 말을 반복하며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선거를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선거야 말로 우리 나라, 아이들의 미래, 우리 모두가 달린 문제"라면서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바꿔야 한다"며 오바마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이 흑인인 오바마가 궁극적으로 인종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빗대어 "오바마가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대회에서 승리하면 결국 공화당에 패배할 것"이라는 공세를 편 것도 민주당 유권자들에게 먹힌 것으로 지적됐다.
어찌됐건 힐러리는 이번 승리를 계기로 탄력을 잃어가던 대세론에 불을 지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1위를 놓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1992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2000년 조지 부시 현 대통령 뿐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힐러리는 '역전 아닌 역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관측된다.
힐러리 진영은 이제 선거전략을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일리노이 등 2천75명의 대규모 대의원이 걸린 '슈퍼 화요일'에 맞추고 총력전을 벌일 태세여서 오바마와의 대결이 점점 열기를 더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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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물의 힐러리 화려한 부활
    • 입력 2008-01-09 13:16:19
    연합뉴스
꺼져가던 '힐러리 대세론'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패배 이후 거센 '오바마 돌풍'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의원이 8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극적으로 승리,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 승리는 지난 이틀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이상의 표차로 참패할 것으로 예상된 시점에 이룬 것이기에 더욱 값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만약 이번에도 패배했을 경우 힐러리에게 다가왔을 위기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번 승리가 힐러리 캠프에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쉽게 짐작이 간다. 아니게 아니라 아이오와에서 패배한 이후 일각에서는 힐러리가 '오바마 열풍'에 밀려 2월25일 '슈퍼 화요일'까지 가지 못하고 중도사퇴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실제 드러지 리포트는 "힐러리가 오바마에게 뉴햄프셔의 지지도 면에서 두자릿수 격차를 보이고, 전국단위 지지도도 붕괴 조짐을 보이는가 하면 선거자금 지원도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선 레이스 중도포기라는 어려운 결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힐러리 캠프 내부 관계자들도 "힐러리가 뉴햄프셔와 사우스 캐롤라이나, 네바다 등에서 오바마에게 잇따라 두 자리 수 격차로 패배하는 것을 참기 힘들 것"이라며 "앞으로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다 그간 15% 안팎의 우위를 보여온 오바마와의 전국단위 지지도도 아이오와 코커스 직후 한자리 숫자로 좁혀지더니 이날 결국 오바마와 동률을 이룬 것으로 유에스에이(USA) 투데이는 8일 보도했다. 힐러리의 이런 예기치 못한 고전은 '변화와 희망'을 선거 구호로 내건 오바마에게 젊은층과 무당파 유권자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데 따른 것이었다. 때문에 힐러리가 다양한 외교적 경험과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경륜을 선거구호로 내세웠지만 이는 전략적 실수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힐러리의 경륜이 거꾸로 스스로를 워싱턴의 낡은 정치시스템의 일부라는 인상을 주는 패러독스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다 힐러리는 보수층의 표심을 의식,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개전에 찬성했고 최근엔 핵개발을 이유로 이란을 압박하는 부시 행정부가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 집단으로 지정했을 때 지지입장을 피력한 것도 이라크전 종전을 갈구하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힐러리가 뉴햄프셔에서 승기를 잡은 것은 전략의 대변화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40대의 젊음과 참신함을 무기로 '희망과 변화'의 전도사로 나선 오바마의 '진실성'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힐러리는 "오바마는 희망을 얘기하지만 그것은 실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거짓 희망일 뿐"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그러면서 힐러리는 "오바마는 미국인들에게 희망과 꿈을 일깨워준 마틴 루터 킹, 그리고 젊음과 패기, 참신함으로 미국민에게 '영원한 대통령'으로 자리 잡고 있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아니다"고 정면 비판했다. 아울러 너무 똑똑하고 냉담하고 이지적인 이미지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오히려 거부감을 주었던 점을 의식,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한 것도 이번 뉴햄프셔 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힐러리는 7일 뉴햄프셔 포츠머스의 한 카페에서 부동층 유권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프리랜서 사진기자인 영으로부터 "어떻게 그렇게 항상 씩씩하고 멋지게 보이느냐"는 뜻밖의 질문을 받자 "쉽지 않다"는 말을 반복하며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선거를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선거야 말로 우리 나라, 아이들의 미래, 우리 모두가 달린 문제"라면서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바꿔야 한다"며 오바마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이 흑인인 오바마가 궁극적으로 인종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빗대어 "오바마가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대회에서 승리하면 결국 공화당에 패배할 것"이라는 공세를 편 것도 민주당 유권자들에게 먹힌 것으로 지적됐다. 어찌됐건 힐러리는 이번 승리를 계기로 탄력을 잃어가던 대세론에 불을 지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1위를 놓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1992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2000년 조지 부시 현 대통령 뿐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힐러리는 '역전 아닌 역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관측된다. 힐러리 진영은 이제 선거전략을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일리노이 등 2천75명의 대규모 대의원이 걸린 '슈퍼 화요일'에 맞추고 총력전을 벌일 태세여서 오바마와의 대결이 점점 열기를 더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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