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현장] 네덜란드, 대마 합법화 31년…지금은?

입력 2008.01.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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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개방적인 나라로 유명한 네덜란드가 환각 효과가 있는 일부 마약을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유통 관리하는, 이른바 비범죄화 정책을 도입한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런 연성 마약의 비범죄화 정책이 오히려 중독성이 강한 마약의 폐해를 줄인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하지만 네덜란드를 찾는 세계의 관광객들이 이런 특수한 환경에 노출되고 마약 관련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김개형 순회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둠이 짙어진 네덜란드 한 중소도시의 주택가. 평범해 보이는 가게로 사람들이 들어갑니다. 돈을 내고 가게 주인에게 건네받은 건, 환각 효과가 있는 대마입니다. 그 자리에서 대마를 담배처럼 말아 피웁니다. 초저녁 시간에 벌써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인터뷰> 닉 : "마리화나와 해시시를 함께 말아서 대마를 피우고 있습니다. 편안한 느낌입니다."

카운터 뒤쪽에는 대마 종류와 가격이 적힌 메뉴판과 간단한 경고문이 벽에 붙어있습니다. 카운터 서랍에는 여러 종류의 대마가 들어있습니다.

<인터뷰> 커피숍 주인 : "대마는 해시시 등 거의 20종류가 있는데요, 대마가 많지 않은데요 커피숍은 500g 이상의 대마를 가지고 있으면 안 됩니다."

환각 효과가 있는 마약의 한 종류인 대마를 팔고 피우는 곳, 네덜란드에서 커피숍이라고 부릅니다. 18살 이상의 성인이면 누구나 커피숍에서 대마를 피울 수 있습니다. 커피숍 밖에서도 5그램 이하의 대마를 피우거나 소지해도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드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 밤이 되면 암스테르담의 유흥가는 더 많은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큰 제약 없이 대마를 피울 수 있는 커피숍은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는 곳입니다. 이 거리에는 한집 건너 한집이 커피숍일 정도로 많은 커피숍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마 관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대마를 피우기 위해 이 거리를 찾습니다. 깔끔한 분위기에 한 커피숍. 초저녁이지만 대마를 피우는 관광객으로 가득합니다.

<인터뷰> 캐나다 관광객 : "다른 나라에서는 대마가 불법인데 여기서는 대마를 피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캐나다에서 온 이유입니다."

아침 8시에 문을 열면 많을 경우 하루에 수천 명이 찾아온다는 게 커피숍 주인의 이야깁니다.

<인터뷰> 아브라함 :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아시아에서까지도 많은 관광객들이 오죠.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디오피아에서도 와요."

네덜란드는 지난 1976년 상대적으로 중독성이 낮고 인체에 피해가 적은 대마와 환각 버섯 등을 소프트 드러그, 이른바 연성 마약으로 규정하고 유통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연성 마약을 허용함로써 헤로인과 코카인 등 이른바 중독성 마약으로 몰리는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가 주변의 한 커피숍에 대학생 2명이 들어갑니다. 친구와 함께 대낮부터 대마를 피우는 메이어가 처음 대마를 접한 건 16살. 19살인 지금은 매일 대마를 피웁니다.

<인터뷰> 메이어(대학생) : "지금은 끊지 않을 생각입니다. 저는 대마를 필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돈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롭지도 않고 기분은 굉장히 좋아지는 왜 끊겠습니까!!"

메이어와 함께 온 친구는 한꺼번에 많은 대마를 피우다 구토에다 기절까지 했지만 아직 대마를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대마를 피우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걸 꺼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딕 : "대마 피우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고 저도 다른 사람에게 대마를 피운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습니다. 이미지에 좋지 않으니까요."

대마를 매일 피우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대마에 중독된 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15살 때부터 6년째 대마를 피었다는 루드도 마찬가집니다.

<인터뷰> 루드 :"저는 중독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들과 슬픔을 잊어버리기 위해 대마를 피우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대마를 피울 때 완전히 자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중독성마약이나 술에 비해 그 폐해가 적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화이트(대학생) : "중독성 마약을 하면 공격적으로 변하고 술을 마시면 교통사고도 일으킵니다. 그러나 대마를 피우면 오히려 침착해지고 편안해집니다."

이들의 말처럼 대마를 매일 피워도 중독되지 않을까? 대마가 코카인과 헤로인 등 다른 마약에 비해 중독성은 낮지만 중독의 위험은 여전하며 그로 인한 문제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인터뷰> 롤 께러슨(젤리넥 마약예방 연구소) :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하루 종일 대마를 피우고 오랜 기간 동안 피워왔으며 개인적인 문제를 지녔습니다. 직업을 찾는 데 있는 문제, 사회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마약 중독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모두 2만5천여 명. 대마 중독자는 4분의 1 가량인 6천 여 명에 이릅니다. 중독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약 사용자는 줄고 있는 반면 대마 중독자는 늘어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마약 관련 연구를 맡고 있는 트림보스 연구소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대마의 강도가 꾸준히 높아지는 데 긴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피터(티림보스 연구소 연구원) : "매년 커피숍에서 대마의 강도를 측정해 봅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대마의 강도가 2배 이상 강해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마가 점점 강해져서 중독성 마약화되고 있습니다."

강도가 높아진 대마를 특히 충동적으로 접하게 되는 관광객들은 그 위험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지난해에는 한 영국 10대 소녀가 마약의 하나인 환각 버섯을 먹은 뒤 환각 상태에서 다리에서 떨어져 숨지는 등 연성마약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뒤늦게 네덜란드 정부는 환각 버섯 유통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연성 마약을 유통시키는 정책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대마 비범죄화 정책은 충분한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정부 측의 입장입니다.

<인터뷰> 네미크(네덜란드 보건부 예방국장) : "우리는 연성 마약과 중독성 마약 시장이 분리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대마를 파는 커피숍은 코카인 등 중독성 마약을 팔지 않습니다. 이것이 현 정책의 긍적적인 면입니다."

일부 연성 마약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로 네덜란드 약물 정책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불어 연성 마약 허용 정책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중독성 마약의 중독률이 낮다며 비범죄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천개가 넘는 커피숍을 찾는 행렬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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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현장] 네덜란드, 대마 합법화 31년…지금은?
    • 입력 2008-01-27 07:09:5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개방적인 나라로 유명한 네덜란드가 환각 효과가 있는 일부 마약을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유통 관리하는, 이른바 비범죄화 정책을 도입한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런 연성 마약의 비범죄화 정책이 오히려 중독성이 강한 마약의 폐해를 줄인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하지만 네덜란드를 찾는 세계의 관광객들이 이런 특수한 환경에 노출되고 마약 관련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김개형 순회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둠이 짙어진 네덜란드 한 중소도시의 주택가. 평범해 보이는 가게로 사람들이 들어갑니다. 돈을 내고 가게 주인에게 건네받은 건, 환각 효과가 있는 대마입니다. 그 자리에서 대마를 담배처럼 말아 피웁니다. 초저녁 시간에 벌써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인터뷰> 닉 : "마리화나와 해시시를 함께 말아서 대마를 피우고 있습니다. 편안한 느낌입니다." 카운터 뒤쪽에는 대마 종류와 가격이 적힌 메뉴판과 간단한 경고문이 벽에 붙어있습니다. 카운터 서랍에는 여러 종류의 대마가 들어있습니다. <인터뷰> 커피숍 주인 : "대마는 해시시 등 거의 20종류가 있는데요, 대마가 많지 않은데요 커피숍은 500g 이상의 대마를 가지고 있으면 안 됩니다." 환각 효과가 있는 마약의 한 종류인 대마를 팔고 피우는 곳, 네덜란드에서 커피숍이라고 부릅니다. 18살 이상의 성인이면 누구나 커피숍에서 대마를 피울 수 있습니다. 커피숍 밖에서도 5그램 이하의 대마를 피우거나 소지해도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드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 밤이 되면 암스테르담의 유흥가는 더 많은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큰 제약 없이 대마를 피울 수 있는 커피숍은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는 곳입니다. 이 거리에는 한집 건너 한집이 커피숍일 정도로 많은 커피숍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마 관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대마를 피우기 위해 이 거리를 찾습니다. 깔끔한 분위기에 한 커피숍. 초저녁이지만 대마를 피우는 관광객으로 가득합니다. <인터뷰> 캐나다 관광객 : "다른 나라에서는 대마가 불법인데 여기서는 대마를 피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캐나다에서 온 이유입니다." 아침 8시에 문을 열면 많을 경우 하루에 수천 명이 찾아온다는 게 커피숍 주인의 이야깁니다. <인터뷰> 아브라함 :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아시아에서까지도 많은 관광객들이 오죠.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디오피아에서도 와요." 네덜란드는 지난 1976년 상대적으로 중독성이 낮고 인체에 피해가 적은 대마와 환각 버섯 등을 소프트 드러그, 이른바 연성 마약으로 규정하고 유통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연성 마약을 허용함로써 헤로인과 코카인 등 이른바 중독성 마약으로 몰리는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가 주변의 한 커피숍에 대학생 2명이 들어갑니다. 친구와 함께 대낮부터 대마를 피우는 메이어가 처음 대마를 접한 건 16살. 19살인 지금은 매일 대마를 피웁니다. <인터뷰> 메이어(대학생) : "지금은 끊지 않을 생각입니다. 저는 대마를 필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돈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롭지도 않고 기분은 굉장히 좋아지는 왜 끊겠습니까!!" 메이어와 함께 온 친구는 한꺼번에 많은 대마를 피우다 구토에다 기절까지 했지만 아직 대마를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대마를 피우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걸 꺼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딕 : "대마 피우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고 저도 다른 사람에게 대마를 피운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습니다. 이미지에 좋지 않으니까요." 대마를 매일 피우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대마에 중독된 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15살 때부터 6년째 대마를 피었다는 루드도 마찬가집니다. <인터뷰> 루드 :"저는 중독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들과 슬픔을 잊어버리기 위해 대마를 피우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대마를 피울 때 완전히 자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중독성마약이나 술에 비해 그 폐해가 적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화이트(대학생) : "중독성 마약을 하면 공격적으로 변하고 술을 마시면 교통사고도 일으킵니다. 그러나 대마를 피우면 오히려 침착해지고 편안해집니다." 이들의 말처럼 대마를 매일 피워도 중독되지 않을까? 대마가 코카인과 헤로인 등 다른 마약에 비해 중독성은 낮지만 중독의 위험은 여전하며 그로 인한 문제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인터뷰> 롤 께러슨(젤리넥 마약예방 연구소) :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하루 종일 대마를 피우고 오랜 기간 동안 피워왔으며 개인적인 문제를 지녔습니다. 직업을 찾는 데 있는 문제, 사회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마약 중독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모두 2만5천여 명. 대마 중독자는 4분의 1 가량인 6천 여 명에 이릅니다. 중독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약 사용자는 줄고 있는 반면 대마 중독자는 늘어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마약 관련 연구를 맡고 있는 트림보스 연구소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대마의 강도가 꾸준히 높아지는 데 긴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피터(티림보스 연구소 연구원) : "매년 커피숍에서 대마의 강도를 측정해 봅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대마의 강도가 2배 이상 강해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마가 점점 강해져서 중독성 마약화되고 있습니다." 강도가 높아진 대마를 특히 충동적으로 접하게 되는 관광객들은 그 위험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지난해에는 한 영국 10대 소녀가 마약의 하나인 환각 버섯을 먹은 뒤 환각 상태에서 다리에서 떨어져 숨지는 등 연성마약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뒤늦게 네덜란드 정부는 환각 버섯 유통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연성 마약을 유통시키는 정책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대마 비범죄화 정책은 충분한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정부 측의 입장입니다. <인터뷰> 네미크(네덜란드 보건부 예방국장) : "우리는 연성 마약과 중독성 마약 시장이 분리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대마를 파는 커피숍은 코카인 등 중독성 마약을 팔지 않습니다. 이것이 현 정책의 긍적적인 면입니다." 일부 연성 마약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로 네덜란드 약물 정책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불어 연성 마약 허용 정책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중독성 마약의 중독률이 낮다며 비범죄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천개가 넘는 커피숍을 찾는 행렬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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