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멕시코, 치안불안이 만든 ‘비만’

입력 2008.01.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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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나라가 멕시콥니다. 멕시코 성인 인구의 70%이상이 과체중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돈데요.

그런데 기름진 음식과 청량음료를 좋아하는 멕시코인들 특유의 식습관과 아울러 치안 불안이 비만의 또 다른 이유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비만으로 고민하는 멕시코인들을 양지우 순회특파원이 만났습니다.

<리포트>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그 심장부, 소칼로 광장은 온종일 행인들로 북적입니다. 광장 바닥에 붙어있는 무언가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행인들 가운데 과체중이거나 비만처럼 보이는 사람을 세어보았습니다. 12명 가운데 예닐곱 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보입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 WHO 조사를 보면 지난 2005년 30살 이상 멕시코 국민 가운데 과체중 인구는 남성의 경우 74.4%, 여성의 경우 76.1%입니다.

과체중보다 심한 비만의 경우는 남성 30.3%, 여성은 44.2%나 됩니다. 비만 인구수로 만 따지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더욱 심각한 현상은 과체중과 비만 인구 비율이 해마다 2%씩 급증하고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지금은 비만율이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몬 바르케라(멕시코 국립공중보건연구원 박사) : "그래서 이 나라는 비만율 뿐만 아니라 비만율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은 대부분 기름진데다 탄수화물까지 많습니다. 특히 멕시코인들은 청량음료 소비가 많아 섭취 열량 가운데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청량음료를 냉수처럼 여기는 멕시코인들의 기호에 편승해, 유통업자들은 저가 공세 등을 펴며 소비를 부채질 합니다.

행인들을 상대하는 노점상입니다. 청량음료수 3병에 10페소니까 우리 돈으로 따지면 한 병에 300원 꼴입니다. 이런 현상은 비만으로 고민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멕시코 특유의 원인이 또 있습니다. 바로 치안 불안이 그 것입니다.

멕시코시티 한 초등학교의 하교 시간, 몰려든 학부모들로 교문이 북새통입니다. 아이들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 발생이 빈발해 자신들이 직접 데려가지 않고서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이야깁니다.

<인터뷰> 마리아 로하노(학부모) : "아이들을 납치하거나 성폭행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약하는 아이도 있기 때문에 그런 애들과 어울릴까봐 길거리에 혼자 두지 않습니다."

마음 놓고 밖에 나가 놀 수 없으니 집에 있는 아이들은 자연 인터넷이나 게임 등 활동성이 떨어지는 놀이에 빠집니다. 이렇다 보니 아동 비만이 심해져 멕시코 어린이 10명 가운데 4명 정도가 비만으로 평가될 정도입니다.

<인터뷰> 마우린 모스티(멕시코시티 ABC병원 비만클리닉 직원) : "밖이 안전하다면 아이들이 더 많이 밖에 나가서 친구들하고 공을 차면서 놀겠죠. 하지만 길거리에 아이들이 혼자 있을 정도로 안전하진 못합니다."

치안 불안과 비만의 상관관계는 성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멕시코에서는 납치 발생 건수가 세계 1,2위를 다투고 마약 관련 암살 사건으로 한 해 천 명 넘는 사람이 숨집니다. 총을 든 강도들은 도심에서도 출몰합니다. 때문에 소규모 공장들마저 무장 경호원을 고용합니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바깥 출입을 주저하고 이동을 할 땐 되도록 차량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인터뷰> 안토니오 고메스 무히카(멕시코 통신교통부 예방의학 국장) : "활동이 적어지고 운동도 거의 안하게 됩니다. 이런 것들이 과체중과 비만을 만듭니다. 전염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치안 문제를 공중 보건 차원에서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멕시코시티 시의회의 소장파 의원인 시우 테노리오. 가운처럼 보이는 옛날 셔츠가 말해주듯, 시우 의원은 2년 전만해도 체중이 184kg이었습니다. 시우 의원은 의사의 강력한 경고에 충격을 받아 2년 가까이 살빼기를 해 온 덕분에 지금은 체중이 100kg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인터뷰> 시우 테노리오(멕시코시티 시의원) : "20개월 전 의사한테 갔는데 제가 죽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제 몸무게는 184kg이었고 당이나 콜레스테롤, 혈압이 매우 높았습니다. 저보고 낭떠러지로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살을 빼면서부터 시우 의원은 뜻이 맞는 다른 정치인들과 함께 비만 대책 조례안을 만드는 등 비만 퇴치 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활동의 초점 가운데 하나는 치안 불안 해소를 정부와 사회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천문학적인 의료비를 지출하는 것보단,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사회 총비용 측면에서 볼 때 훨씬 저렴하다는 게 시우 의원의 논리입니다.

<인터뷰> 시우(의원) : "당뇨 환자는 한 달에 의료비로 500달러를 지출합니다. 제 생각에는 (치안을 회복해 사람들이맘놓고 활동하게 함으로써)비만을 예방하는 편이 비만으로 심장병이나 당뇨병에 걸린 환자를 돌보는 편보다 더 저렴할 것 같습니다."

지난 2006년 12월에 출범한 칼데론 정부도 비만 퇴치와 치안 회복을 정권 시책으로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칼데론 정부는 이처럼 비만 관련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는 등 비만 퇴치의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이 효과를 거둘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집권 1년이 넘도록 치안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비만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크게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아나 파울라(멕시코시티 ABC병원 비만클리닉 의사) :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선결 요건은 비만은 병이고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치안 회복과 비만 퇴치라는 난제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멕시코. 풀기 힘들 것 같은 실타래를 이제 막 주워 올린 멕시코의 미래가 주목됩니다.

방금 살펴봤지만 멕시코에서 최근 2주 사이에만 마약 조직에 의한 이른바 처단 살인으로 1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는 등 치안이 더욱 악화되는 양상입니다. 비만도 문제지만 맘 놓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가 멕시코인들에게는 절실해 보입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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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인] 멕시코, 치안불안이 만든 ‘비만’
    • 입력 2008-01-27 07:10:2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나라가 멕시콥니다. 멕시코 성인 인구의 70%이상이 과체중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돈데요. 그런데 기름진 음식과 청량음료를 좋아하는 멕시코인들 특유의 식습관과 아울러 치안 불안이 비만의 또 다른 이유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비만으로 고민하는 멕시코인들을 양지우 순회특파원이 만났습니다. <리포트>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그 심장부, 소칼로 광장은 온종일 행인들로 북적입니다. 광장 바닥에 붙어있는 무언가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행인들 가운데 과체중이거나 비만처럼 보이는 사람을 세어보았습니다. 12명 가운데 예닐곱 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보입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 WHO 조사를 보면 지난 2005년 30살 이상 멕시코 국민 가운데 과체중 인구는 남성의 경우 74.4%, 여성의 경우 76.1%입니다. 과체중보다 심한 비만의 경우는 남성 30.3%, 여성은 44.2%나 됩니다. 비만 인구수로 만 따지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더욱 심각한 현상은 과체중과 비만 인구 비율이 해마다 2%씩 급증하고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지금은 비만율이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몬 바르케라(멕시코 국립공중보건연구원 박사) : "그래서 이 나라는 비만율 뿐만 아니라 비만율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은 대부분 기름진데다 탄수화물까지 많습니다. 특히 멕시코인들은 청량음료 소비가 많아 섭취 열량 가운데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청량음료를 냉수처럼 여기는 멕시코인들의 기호에 편승해, 유통업자들은 저가 공세 등을 펴며 소비를 부채질 합니다. 행인들을 상대하는 노점상입니다. 청량음료수 3병에 10페소니까 우리 돈으로 따지면 한 병에 300원 꼴입니다. 이런 현상은 비만으로 고민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멕시코 특유의 원인이 또 있습니다. 바로 치안 불안이 그 것입니다. 멕시코시티 한 초등학교의 하교 시간, 몰려든 학부모들로 교문이 북새통입니다. 아이들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 발생이 빈발해 자신들이 직접 데려가지 않고서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이야깁니다. <인터뷰> 마리아 로하노(학부모) : "아이들을 납치하거나 성폭행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약하는 아이도 있기 때문에 그런 애들과 어울릴까봐 길거리에 혼자 두지 않습니다." 마음 놓고 밖에 나가 놀 수 없으니 집에 있는 아이들은 자연 인터넷이나 게임 등 활동성이 떨어지는 놀이에 빠집니다. 이렇다 보니 아동 비만이 심해져 멕시코 어린이 10명 가운데 4명 정도가 비만으로 평가될 정도입니다. <인터뷰> 마우린 모스티(멕시코시티 ABC병원 비만클리닉 직원) : "밖이 안전하다면 아이들이 더 많이 밖에 나가서 친구들하고 공을 차면서 놀겠죠. 하지만 길거리에 아이들이 혼자 있을 정도로 안전하진 못합니다." 치안 불안과 비만의 상관관계는 성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멕시코에서는 납치 발생 건수가 세계 1,2위를 다투고 마약 관련 암살 사건으로 한 해 천 명 넘는 사람이 숨집니다. 총을 든 강도들은 도심에서도 출몰합니다. 때문에 소규모 공장들마저 무장 경호원을 고용합니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바깥 출입을 주저하고 이동을 할 땐 되도록 차량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인터뷰> 안토니오 고메스 무히카(멕시코 통신교통부 예방의학 국장) : "활동이 적어지고 운동도 거의 안하게 됩니다. 이런 것들이 과체중과 비만을 만듭니다. 전염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치안 문제를 공중 보건 차원에서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멕시코시티 시의회의 소장파 의원인 시우 테노리오. 가운처럼 보이는 옛날 셔츠가 말해주듯, 시우 의원은 2년 전만해도 체중이 184kg이었습니다. 시우 의원은 의사의 강력한 경고에 충격을 받아 2년 가까이 살빼기를 해 온 덕분에 지금은 체중이 100kg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인터뷰> 시우 테노리오(멕시코시티 시의원) : "20개월 전 의사한테 갔는데 제가 죽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제 몸무게는 184kg이었고 당이나 콜레스테롤, 혈압이 매우 높았습니다. 저보고 낭떠러지로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살을 빼면서부터 시우 의원은 뜻이 맞는 다른 정치인들과 함께 비만 대책 조례안을 만드는 등 비만 퇴치 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활동의 초점 가운데 하나는 치안 불안 해소를 정부와 사회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천문학적인 의료비를 지출하는 것보단,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사회 총비용 측면에서 볼 때 훨씬 저렴하다는 게 시우 의원의 논리입니다. <인터뷰> 시우(의원) : "당뇨 환자는 한 달에 의료비로 500달러를 지출합니다. 제 생각에는 (치안을 회복해 사람들이맘놓고 활동하게 함으로써)비만을 예방하는 편이 비만으로 심장병이나 당뇨병에 걸린 환자를 돌보는 편보다 더 저렴할 것 같습니다." 지난 2006년 12월에 출범한 칼데론 정부도 비만 퇴치와 치안 회복을 정권 시책으로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칼데론 정부는 이처럼 비만 관련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는 등 비만 퇴치의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이 효과를 거둘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집권 1년이 넘도록 치안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비만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크게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아나 파울라(멕시코시티 ABC병원 비만클리닉 의사) :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선결 요건은 비만은 병이고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치안 회복과 비만 퇴치라는 난제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멕시코. 풀기 힘들 것 같은 실타래를 이제 막 주워 올린 멕시코의 미래가 주목됩니다. 방금 살펴봤지만 멕시코에서 최근 2주 사이에만 마약 조직에 의한 이른바 처단 살인으로 1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는 등 치안이 더욱 악화되는 양상입니다. 비만도 문제지만 맘 놓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가 멕시코인들에게는 절실해 보입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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