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대결’ 한·중전, 누가 웃을까?

입력 2008.02.15 (08:53) 수정 2008.02.1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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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이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개막 경기에서 만났다.
한국과 중국은 17일 오후 4시30분(이하 한국시간) 중국 충칭의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릴 대회 첫 경기에서 맞붙어 동아시아축구 정상 도전을 시작한다.
한국은 2003년 초대 대회, 중국은 2005년 2회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양 팀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과정이라며 겉으로는 내용을 중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자존심이 걸린 싸움에서 패배까지 달게 받아들일 리는 만무하다.
한국-중국전 관전포인트를 살펴보자.
◇'이번에도' vs '이번에는'
한국축구가 중국과 맞붙으면 으레 따라붙는 말이 있다. 바로 중국의 '공한증(恐韓症)'이다.
한국은 1978년 12월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중국과 A대표팀 간 첫 맞대결을 벌여 1-0으로 승리한 뒤 2005년 7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1-1 무승부까지 총 26차례 격돌해 15승11무로 30년 가까이 무패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공한증이 A대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올림픽대표팀 경기에서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처음 만나 3-1로 승리한 뒤 7승1무로 아직까지 중국에는 무릎을 꿇은 적이 없다.
태극전사들은 대회 첫 경기이자 개최국과 대결인 만큼 중국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공한증만큼은 계속돼야 한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한국이 해외파 주전들이 빠져 이번이야말로 공한증을 깰 수 있는 기회라며 벼르고 있다.

◇국내파 골잡이 '침묵 깰까'

이번 대표팀 멤버들은 올 시즌부터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뛰게 된 주장 김남일(빗셀 고베)을 제외하고 전원 K-리그 소속이다.
태극전사들로서는 해외파 주축들이 빠진 가운데 대표팀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힘을 키울 기회다.
특히 공격수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국내파 골잡이들의 골 세리머니를 지켜본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A매치에서 K-리그 소속 공격수가 골을 넣은 것은 지난해 7월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사우디아라비아와 1차전의 최성국(성남)이 마지막이다. 이후 조별리그 바레인과 2차전, 인도네시아와 3차전에서 미드필더인 김두현과 김정우가 상대 골문을 연 뒤 지독한 골 가뭄을 이어갔다.
대표팀의 A매치 무득점 행진은 지난 6일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 전반 43분에 가까스로 끝을 냈다. 하지만 무려 549분 간의 무득점 불명예를 털어버린 것은 수비수 곽태휘(전남)였다. 이 경기에서 설기현(풀럼)이 두 골,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한 골씩을 보탤 때 국내파 공격수들은 기쁨만 함께 나눴을 뿐이다.
비록 소속팀 동계훈련 중 모며 사흘 만에 치렀지만 국내파가 나선 지난달 30일 칠레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1로 패한 뒤 해외파가 가세한 투르크메니스타전에서 4-0 대승을 거두자 "역시 해외파"라는 말이 쏟아지며 국내파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허 감독은 정조국(서울) 등이 부상으로 빠지자 올림픽대표 이근호를 긴급 수혈하고, A매치 경험이 전무한 고기구(전남)까지 불러들이는 등 공격진 강화에 고심해 왔다.
국내파 공격수들이 명예 회복에 성공해야 공한증도 이어진다.

◇6만 치우미에 맞서라

중국과 시차는 한 시간 뿐이다. 충칭은 한국의 겨울보다 따뜻하다. 최근 이상 저온 현상으로 평년보다 쌀쌀하다고는 해도 경기가 열릴 17일 예상 기온은 최저 6℃에서 최고 11℃로 날씨가 승패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중국 관중의 일방적 응원이다. '치우미(球迷)'로 불리는 중국 축구팬은 광적인 응원으로 유명하다. 한국 대표팀이 중국에서 경기할 때 종종 불미스런 일도 있었던 터라 더욱 걱정이 앞선다.
대표팀 미드필더 이관우(수원)는 1999년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두고 중국팬의 열띤 응원에 대비해 잠실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훈련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경기가 치러질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는 2004 아시안컵 본선이 개최됐던 경기장 중 하나로 5만 8천800명을 수용한다. 현지 취재진은 당일 좌석이 꽉 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허정무호에는 A매치 등 큰 국제무대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이 많이 합류해 있다.
주눅들지 않고 제 기량을 선보이는 것이 승부의 관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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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존심 대결’ 한·중전, 누가 웃을까?
    • 입력 2008-02-15 08:53:30
    • 수정2008-02-15 09:44:45
    연합뉴스
한국과 중국이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개막 경기에서 만났다. 한국과 중국은 17일 오후 4시30분(이하 한국시간) 중국 충칭의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릴 대회 첫 경기에서 맞붙어 동아시아축구 정상 도전을 시작한다. 한국은 2003년 초대 대회, 중국은 2005년 2회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양 팀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과정이라며 겉으로는 내용을 중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자존심이 걸린 싸움에서 패배까지 달게 받아들일 리는 만무하다. 한국-중국전 관전포인트를 살펴보자. ◇'이번에도' vs '이번에는' 한국축구가 중국과 맞붙으면 으레 따라붙는 말이 있다. 바로 중국의 '공한증(恐韓症)'이다. 한국은 1978년 12월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중국과 A대표팀 간 첫 맞대결을 벌여 1-0으로 승리한 뒤 2005년 7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1-1 무승부까지 총 26차례 격돌해 15승11무로 30년 가까이 무패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공한증이 A대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올림픽대표팀 경기에서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처음 만나 3-1로 승리한 뒤 7승1무로 아직까지 중국에는 무릎을 꿇은 적이 없다. 태극전사들은 대회 첫 경기이자 개최국과 대결인 만큼 중국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공한증만큼은 계속돼야 한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한국이 해외파 주전들이 빠져 이번이야말로 공한증을 깰 수 있는 기회라며 벼르고 있다. ◇국내파 골잡이 '침묵 깰까' 이번 대표팀 멤버들은 올 시즌부터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뛰게 된 주장 김남일(빗셀 고베)을 제외하고 전원 K-리그 소속이다. 태극전사들로서는 해외파 주축들이 빠진 가운데 대표팀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힘을 키울 기회다. 특히 공격수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국내파 골잡이들의 골 세리머니를 지켜본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A매치에서 K-리그 소속 공격수가 골을 넣은 것은 지난해 7월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사우디아라비아와 1차전의 최성국(성남)이 마지막이다. 이후 조별리그 바레인과 2차전, 인도네시아와 3차전에서 미드필더인 김두현과 김정우가 상대 골문을 연 뒤 지독한 골 가뭄을 이어갔다. 대표팀의 A매치 무득점 행진은 지난 6일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 전반 43분에 가까스로 끝을 냈다. 하지만 무려 549분 간의 무득점 불명예를 털어버린 것은 수비수 곽태휘(전남)였다. 이 경기에서 설기현(풀럼)이 두 골,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한 골씩을 보탤 때 국내파 공격수들은 기쁨만 함께 나눴을 뿐이다. 비록 소속팀 동계훈련 중 모며 사흘 만에 치렀지만 국내파가 나선 지난달 30일 칠레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1로 패한 뒤 해외파가 가세한 투르크메니스타전에서 4-0 대승을 거두자 "역시 해외파"라는 말이 쏟아지며 국내파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허 감독은 정조국(서울) 등이 부상으로 빠지자 올림픽대표 이근호를 긴급 수혈하고, A매치 경험이 전무한 고기구(전남)까지 불러들이는 등 공격진 강화에 고심해 왔다. 국내파 공격수들이 명예 회복에 성공해야 공한증도 이어진다. ◇6만 치우미에 맞서라 중국과 시차는 한 시간 뿐이다. 충칭은 한국의 겨울보다 따뜻하다. 최근 이상 저온 현상으로 평년보다 쌀쌀하다고는 해도 경기가 열릴 17일 예상 기온은 최저 6℃에서 최고 11℃로 날씨가 승패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중국 관중의 일방적 응원이다. '치우미(球迷)'로 불리는 중국 축구팬은 광적인 응원으로 유명하다. 한국 대표팀이 중국에서 경기할 때 종종 불미스런 일도 있었던 터라 더욱 걱정이 앞선다. 대표팀 미드필더 이관우(수원)는 1999년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두고 중국팬의 열띤 응원에 대비해 잠실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훈련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경기가 치러질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는 2004 아시안컵 본선이 개최됐던 경기장 중 하나로 5만 8천800명을 수용한다. 현지 취재진은 당일 좌석이 꽉 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허정무호에는 A매치 등 큰 국제무대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이 많이 합류해 있다. 주눅들지 않고 제 기량을 선보이는 것이 승부의 관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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