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불탄 날 근무자 4시간 자리 비워”

입력 2008.02.19 (18:54) 수정 2008.02.1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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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숭례문의 방화 소실을 둘러싼 관계 당국의 `부실 관리' 책임이 경찰의 수사로 하나씩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9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숭례문에 불이 난 10일 현장 근무자가 점심 식사를 한 뒤 4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숭례문 시설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 중구청이 평일에는 3명(기능직 1명과 상용직 2명), 휴일에는 1명의 직원만 현장 근무를 시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요일인 10일 오후에는 숭례문이 사실상 텅 비어있었던 셈이다.
이와 같은 당국의 부실 관리는 사고 당일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었다.
경찰은 여러 달 분량에 해당하는 근무일지를 감독자가 한꺼번에 서명한 듯한 흔적이 뚜렷하다는 점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뒷받침하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하고 19일 중구청 공원녹지과를 압수수색해 직원들의 근무 관련 기록과 전산자료(데스크톱 2대, 노트북 1대)를 가져와 분석에 들어갔다.
불이 난 것은 어차피 당직자 근무시간(오전 10시~오후 8시) 외의 일이기는 하지만 국보 1호의 관리를 둘러싼 총괄적인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최근 2~3년치 자료가 이번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이에 따라 숭례문 관리와 관련해 직원들의 근무기록 등 서류 조작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들에게 공문서위조 등의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숭례문 현장 근무일지뿐 아니라 문화재상태점검일지, 소방점검일지 등 숭례문 관리 상태를 증명해주는 관련 서류도 일부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함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중구청이 평상시 문화재 관리를 제대로 해왔는지, 상주인원을 제대로 지켜왔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폭넓게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또 중구청의 예산 관련 자료까지 압수해 숭례문 관리 예산이 제대로 집행된 것인지, 무인경비업체인 KT텔레캅과의 계약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에도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숭례문의 관리 상태를 알 수 있는 문건 일체와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했다"며 "면밀히 분석해 위법사항이 나오면 형사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구청 측은 법에 저촉하는 일을 한 적이 없다며 갑작스런 경찰의 압수수색에 당황하는 태도를 보였다.
중구청 관계자는 "구청에까지 압수수색이 들어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마음이 참 안 좋다"라며 "지금까지 (구청이) 위법성있는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KT텔레캅과의 계약도 적법하게 처리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법처리 가능성에 얽매이지 않고 중구청과 KT텔레캅, 문화재청, 소방 당국 등에 대한 숭례문 관리 책임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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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숭례문 불탄 날 근무자 4시간 자리 비워”
    • 입력 2008-02-19 18:54:45
    • 수정2008-02-19 19:09:38
    연합뉴스
국보 1호 숭례문의 방화 소실을 둘러싼 관계 당국의 `부실 관리' 책임이 경찰의 수사로 하나씩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9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숭례문에 불이 난 10일 현장 근무자가 점심 식사를 한 뒤 4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숭례문 시설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 중구청이 평일에는 3명(기능직 1명과 상용직 2명), 휴일에는 1명의 직원만 현장 근무를 시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요일인 10일 오후에는 숭례문이 사실상 텅 비어있었던 셈이다. 이와 같은 당국의 부실 관리는 사고 당일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었다. 경찰은 여러 달 분량에 해당하는 근무일지를 감독자가 한꺼번에 서명한 듯한 흔적이 뚜렷하다는 점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뒷받침하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하고 19일 중구청 공원녹지과를 압수수색해 직원들의 근무 관련 기록과 전산자료(데스크톱 2대, 노트북 1대)를 가져와 분석에 들어갔다. 불이 난 것은 어차피 당직자 근무시간(오전 10시~오후 8시) 외의 일이기는 하지만 국보 1호의 관리를 둘러싼 총괄적인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최근 2~3년치 자료가 이번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이에 따라 숭례문 관리와 관련해 직원들의 근무기록 등 서류 조작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들에게 공문서위조 등의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숭례문 현장 근무일지뿐 아니라 문화재상태점검일지, 소방점검일지 등 숭례문 관리 상태를 증명해주는 관련 서류도 일부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함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중구청이 평상시 문화재 관리를 제대로 해왔는지, 상주인원을 제대로 지켜왔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폭넓게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또 중구청의 예산 관련 자료까지 압수해 숭례문 관리 예산이 제대로 집행된 것인지, 무인경비업체인 KT텔레캅과의 계약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에도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숭례문의 관리 상태를 알 수 있는 문건 일체와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했다"며 "면밀히 분석해 위법사항이 나오면 형사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구청 측은 법에 저촉하는 일을 한 적이 없다며 갑작스런 경찰의 압수수색에 당황하는 태도를 보였다. 중구청 관계자는 "구청에까지 압수수색이 들어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마음이 참 안 좋다"라며 "지금까지 (구청이) 위법성있는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KT텔레캅과의 계약도 적법하게 처리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법처리 가능성에 얽매이지 않고 중구청과 KT텔레캅, 문화재청, 소방 당국 등에 대한 숭례문 관리 책임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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